Kenosis & salvation
"신을 믿나요?"
"안 믿는 것보다는 이득이니까요"
영화 <프로젝트 헤일 메리>는 재난에 처한 지구를 구한다는 SF 드라마이지만 사실은 그 안에 많은 신학적 함축을 담고 있습니다. 스토리 자체와 설정이 주는 재미도 대단하지만 그 안에 담긴 여러 철학적, 신학적 메시지를 발견하는 것도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간단히 스토리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아스트로파지라는 괴생명체가 태양계에 출현해 태양의 온도가 낮아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되면 지구의 생태계는 파괴되고 멸망할 것입니다. 아스트로파지라는 이름은 별을 뜻하는 그리스어 Astron과 먹는 자를 뜻하는 Phage의 합성어입니다. 그리고 이 현상은 태양계 뿐 아니라 은하계 전체에 퍼지고 있는 재난입니다. 다만 딱 한곳 타우세티라는 행성만은 아스트로파지에 먹히지 않고 있는데 이 비밀을 발견하려는 것이 "헤일 메리 프로젝트"입니다.
문제는 우주선 헤일 메리호를 타고 이곳까지 갈 수는 있지만 돌아올 수는 없기에 이곳으로 향하는 우주비행사들은 순교를 각오하고 떠나야 합니다. 아스트로파지현상을 해석했던 과학자 그레이스는 아무 준비 없이 이 순교의 여정에 떠밀려 떠나게 됩니다. 그리고 홀로 남아 임무수행을 하려던 중 다른 행성에서 온 외계인 "로키"를 만나게 되고 그들 사이의 우정과 협업으로 마침내 아스트로파지를 막는 방법을 발견하게 된다는 스토리입니다.
이야기 자체만으로도 굉장히 흥미롭고 많은 사건과 볼거리들이 있는 영화이지만 그런 장면들을 일일이 소개하는 것보다 제가 보는 관점에서 흥미로운 주제들을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저는 이 영화에 흐르는 주제를 3가지 키워드로 정의한다면 "선택", "소명", "환대"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영화의 제목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헤일 메리'(Hail Mary)는 미식축구에서 경기 종료 직전, 성공 확률이 매우 낮지만 역전을 노리고 던지는 마지막 패스를 의미합니다. 인류의 마지막 도전이라는 의미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 용어의 유래는 사실 기도문 “성모송”에서 유래합니다. 즉 라틴어 Ave Maria에서 온 표현입니다. 성경에서 동정녀 마리아에게 천사가 나타나 "Hail"이라고 인사합니다. 마리아를 부르는 인사입니다. 헤일 메리는 스포츠에서의 마지막 도전이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신을 간구하는 간절한 부르짖음인 것입니다.
멸망의 위기에 처한 지구인들이 부르짖는 간절한 기도가 바로 "프로젝트 헤일 메리"인 것입니다.
그레이스가 에바 스트라트에게 묻습니다. "신을 믿나요?" 에바는 "안 믿는 것보다는 이득이니까요"라고 대답하죠. 총책임자인 에바는 신의 도움을 상정하고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노력은 인간이 하지만 그 결과는 하나님만이 아신다는 믿음이 이 계획에 깔려있는 것입니다.
선택 Grace: 은혜로 시작되는 이야기
주인공 그레이스의 이름은 Grace"은혜"입니다. 마리아를 천사가 부를 때 "은혜를 받은 자여 평안할지어다"(눅 1:28)라고 부릅니다. 마리아를 통해서 예수그리스도가 나심은 마리아의 선택이 아니었습니다. 하나님의 일방적인 선택이었습니다. "왜 하필 나입니까?" 그레이스 또한 고민합니다. 자신은 인류 구원의 거대한 사명을 지고 그런 임무를 맡기에는 너무나 부족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소명 Calling: 감당해야 할 부르심
하지만 자신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그레이스는 선택받고 그 사명을 감당해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그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했습니다. 결국 'Hail Mary, full of grace' 은혜만으로 가득 찬 헤일 메리 호의 승무원들은 모두 사망하고 그레이스만이 남아 타우세티성에 도착하게 됩니다.
환대 Hospitality: 타자를 향한 구원의 방식
그런데 이곳에는 똑같은 목적을 가지고 날아온 우주선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거기에서 만난 외계인을 그레이스는 '로키'라고 이름 짓습니다. 그레이스와 로키는 함께 힘을 합치게 됩니다. 이 과정이 참 재미있습니다. 그들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의사소통의 방법을 찾아내고 함께 협력하는 모습은 우리가 이 세상에서 타자를 어떻게 대우해야 하는지 잘 보여줍니다.
구원 Kenosis & salvation:사랑과 희생을 통한 구원
만약에 그들이 서로 협력하지 않고 적대했다면 두 종족의 행성은 모두 멸망했을 것입니다. 구원은 싸워서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희생하고 협력하는 데서 시작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주제입니다. 그레이스와 로키가 서로를 구하기 위해 희생하고 돕는 모습은 뭉클한 감동을 주는데 그들의 협력과 희생으로 우주는 구원을 받습니다. 결국 인류의 구원뿐 아니라 이 우주와 생태계를 살리는 것은 '서로 사랑'하는 것임이 분명합니다.
"선택 → 소명 → 환대 → 희생 → 구원" 이 흐름은 복음의 구조와도 닮아 있습니다. 우주의 구원은 과학적 발견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 중심에는 관계, 사랑, 그리고 희생이 있었습니다. <프로젝트 헤일 메리>는 장대한 우주의 구원을 흥미롭게 보여주면서도 이 우주의 구원이 어디에서 비롯하는지를 잘 보여준 매우 훌륭한 작품이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둘째도 그와 같으니 네 이웃을 네 자신 같이 사랑하라 하셨으니"(마태복음22:39)
“구원은 마지막 선택에서가 아니라, 타자를 향해 내미는 한 걸음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