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다는 말이 끝내 닿지 않은 날

by 임관령

평소보다 조금 일찍 잠에서 깼다.
출근 준비를 하기엔 이른 시각. 어딘가 불안정한 기분을 떨치고 싶어, 운동이라도 하자며 커뮤니티 센터로 향했다.
그날은 2022년 6월 15일이었다. 그 일이 일어난 날이다.

헬스장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6시 반쯤.
나는 평소처럼 런닝머신 위에 올랐다. 달리기를 오래 하지 못하는 체질이라, 속도는 6으로 맞췄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조금 빠른 걸음 수준이다.
목표는 30분. 꾸준히, 안 쉬고 달리는 것이 목표였다.

5분쯤 지났을까. 팔이 이상하게 흔들리는 느낌이 들었다.
뭔가 이상하다, 싶었을 땐 이미 늦었다.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았고, 런닝머신은 그대로 헛돌고 있었다.
나는 그대로 그 앞에 털썩 주저앉아 있었다.


“저기요, 저기요…”

근처 골프 연습장에서 연습 중이던 아주머니가 있었다.
나의 심각함을 알리고 싶어 애써 소리를 내보았지만, 내가 낸 소리는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 마치 입안에서 무언가 뭉개져 나오는 듯한, 이상한 소리.

아주머니는 나를 보고 멈칫하더니, 금세 고개를 갸웃하며 골프 부스로 다시 들어가 버렸다.
그 순간, 나는 너무도 분명하게 깨달았다.
아무도 나를 이해할 수 없고, 지금 이 상황의 위험함을 설명할 수 없다는 것.

우리 아파트 커뮤니티 센터는 작다.
작은 헬스장, 몇 대의 기구, 세 개의 골프 부스.
그 아침, 그 공간에 나와 아주머니 단 둘 뿐이었다.

나는 그렇게 쓰러졌다.

“괜찮으세요? 괜찮으세요?”


경비 아저씨가 나를 발견해 흔들며 깨웠다.
희미하게 눈을 떴고, 사람들이 둥글게 모여 내 상태를 살피고 있었다.
아저씨가 물었다. “집이 어디예요?”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이미 의식은 흐려지고 있었고, 이내 엠뷸런스에 실려 어디론가 향했다.
그 순간까지도, 아내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엠뷸런스가 출발한 시간이 아마도 오전 9시 30분쯤.
헬스장에서 쓰러진 시점부터 따지면, 두 시간 이상이 지난 시점이었다.
골든 타임이라 불리는 그 시간을, 나는 넘겨버렸다.

처음 이송된 병원은 삼성서울병원.
그러나 침상이 없다는 이유로 나는 그곳에서 쫓겨났고, 아무 말도 못 하는 상태로 다시 아산병원으로 옮겨졌다.
그 시간의 공백.
그 시간 동안, 나는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아내는 뒤늦게 연락을 받고, 내 몸이 어디론가 끌려가는 장면을 보았다.
그때 아내의 눈빛을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난다.


깨어나 보니 나는 기저귀를 차고 있었고, 중환자실에 누워 있었다.

오른쪽 몸이 마비되었다.
오른쪽 다리는 절뚝였고, 오른쪽 팔은 움직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나는 장애인이 되어 있었다.


그날 나는 “괜찮아”라는 말을 수도 없이 반복했다.
팔이 이상했을 때도, 다리에 힘이 풀렸을 때도, 말이 안 나왔을 때도.

괜찮아. 괜찮을 거야.

그렇게 되뇌이며 쓰러졌지만, 그때 나를 괜찮다고 말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내가 무너진 그 아침, 나는 처음으로 **“진짜 괜찮지 않은 나”**를 마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