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화 베껴 쓰기로 독서의 효율 높이기

3장 전략적으로 기획독서를 하라

by 집현전 지킴이


책을 눈으로 보고 입으로 읽는 것이 손으로 써 보는 것만 못하다. 대개 손이 움직이면 마음이 따라가게 마련이다. 열 번을 보고 외운다 해도 한 차례 베껴 써 보는 효과만 못하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내 마음속에 있는 생각들을 문자라는 언어로써 손을 움직여 적어나가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이것도 하나의 베껴 쓰기(필사)에 해당한다. 책을 읽다 마음에 드는 문장을 찾았을 때 베껴 쓰지 않고 그냥 지나쳐 버리면 얼마 지나지 않아 머릿속에서 지워진다. ‘그것을 언제 봤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억에서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다.

글쓰기 102.jpg 사진=픽사베이


베껴 쓰기인 필사(筆寫)를 하면 독서의 효과를 높일 수 있다. 눈으로 보고 머릿속으로 생각하며 읽는 것보다 손으로 직접 한 번 써 보면 내용을 더 잘 이해하고 기억할 수 있다. 책을 꼭꼭 눌려 읽는 듯한 묘미가 느껴진다. 책을 읽는 방법에는 한 가지만 있는 게 아니다. 예전 조상들이 개발해 사용하던 방법도 있고, 현대에 들어와서 개발된 것도 많다. 이들 방법론은 책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읽을 것인가에 방점이 찍혀 있다. 한마디로 베껴 쓰기는 독서의 효율을 높이는 방법 중 하나라고 하겠다.


독서를 하는 것에는 생소한 분야의 지식을 습득하거나 쓰고자 하는 글의 소재를 모으기 위한 목적도 있다. 물론 마음의 안정을 회복하기 위한 힐링 목적으로 책장을 펼치기도 한다. 어쨌든 본격적으로 독서를 하려면 자신이 세운 목표에 따라 적절한 방법을 선택해 책을 읽어나가면 될 것이다. 그냥 훑어보고 던져 버려야 할 책이 있는가 하면, 베껴 쓰기를 할 만큼 꼼꼼하게 파고들어야 할 책도 있다.



독서와 필사의 동행. 마음에 드는 책 한 권을 통째로 베껴 써 보자. 무조건 읽지만 말고 필사하면서 살피고 따져 가며 읽는 것도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책이 완전히 내 것으로 흡수된다. 베껴 쓰기의 좋은 점은 우선 독서의 속도를 내 호흡에 맞춰 진행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손으로 글씨를 쓰기 때문에 너무 빠르지도 너무 느리지도 않다. 내가 호흡하는 속도에 맞춰 글을 써나가는 게 적절하다. 사람이 호흡하는 속도에 맞춰 산책하듯이 필사도 그렇게 해나가면 아주 살뜰하게 책을 정복해 나갈 수 있다.

베껴 쓰기 이론과 실전에 관한 책이 나와 있을 정도로 필사는 꼼꼼한 책 읽기의 한 방법으로 자리를 잡았다. 실제로 필사를 실행해 본 사람이 자신의 경험담을 오롯이 담은 책이라 독자들은 ‘나도 한 번 필사를 해 볼까’라는 마음을 굳히기에 충분하다. 철학적인 내용을 다룬 난해한 책을 베껴 써 보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대작가의 책을 한 번 베껴 써 보면 글 초보인 자신의 글쓰기를 고양할 수 있다며 강권하는 사람도 있다. 조정래 작가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을 1권부터 마지막 권까지 필사하거나, 박경리 선생의 대하소설 <토지>를 베껴 쓴 사람도 있다. 아마도 이들은 공통적으로 명품 대작을 소중히 여기고 아낄 뿐만 아니라 유명작가의 문필을 따라 배우려는 마음을 갖고 있을 것이다.




필사에 특별한 준비과정이 필요하지는 않다. 읽고 싶은 책과 노트, 필기구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가능하다. 문제는 청정한 마음을 향한 구도자의 간절함처럼 필사하려는 굳은 의지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이다. 작가의 영혼과 문향을 제대로 느껴보고 닮고 싶은 사람이라면 베껴 쓰기를 끈기 있게 밀고 나가야 한다. 전체 내용을 필사하는 게 힘들다고 생각되면 마음에 드는 부분을 골라 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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