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는 질문은, 난감하다.
얼마 전 한 학생에게 이런 질문을 받았다.
"선생님, 결혼한 지 얼마나 되셨어요?"
나는 결혼을 했었다.
나는 이혼을 했다.
나는 아이를 키운다.
아이를 키우는 나에게 '결혼'은 당연히 전제되어 있는 것이다.
역시 '남편'의 존재도 전제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묻는다.
"결혼한 지 얼마나 되셨어요?"
"남편이랑은 어떻게 만나셨어요?"
그러면 대답한다.
"음.. 한.. 13년? 정도 되었지."
"음.. 원래 알던 사람이었어."
거짓말인가?
거짓말이 아닌가?
반은 거짓말이고, 반은 거짓말이 아니다.
결혼한 지 13년 정도 되었고, 전남편은 원래 알던 사람이었으니, 거짓말이 아니다.
하지만 이혼한 지 2년 정도 되었고, 전남편이랑 원래 알던 사람이었던 것이지, 현재 나는 남편이 없으니, 거짓말이다.
그렇다고 그 학생에게 이렇게 말할 수는 없다.
"음.. 결혼한 지는 13년 되었지만, 현재는 이혼을 했어."
"음.. 원래 알던 사람이랑 결혼을 했는데, 현재는 이혼을 했어."
찝찝하다.
내 사생활을 다 노출시키기는 싫다.
그렇다고 꾸며대기도 싫다.
그냥 적당히 저렇게 말하고 만다.
이혼을 하지 않았더라면,
찝찝하지 않게 얘기할 수 있었을 것이다.
남편으로 인한 사소한 넋두리나, 곧 다가올 명절에 대한 사소한 스트레스나, 연애 시절의 풋풋한 이야기나..
이런 썰들을 마음껏 풀어줄 수 있다.
그런데,
이혼을 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한부모 가정 학생들을 잘 살피지 못했을 것이다.
무의식 중에 말하곤 했다.
"집에 가서 엄마 보여 드려."
"집에 가서 '엄마, 아빠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하는 거야!"
그 학생 집엔 엄마가 아닌, 아빠만 계실지도 몰랐다.
그 학생 집엔 엄마 아빠가 아닌, 할머니, 할아버지만 계실지도 몰랐다.
요즘은 예전처럼 '가정환경 실태조사서'같은 것을 제출하지 않아, 학생이 말하지 않으면, 혹은 학부모가 직접 말하지 않으면 잘 모른다.
한부모 가정인지, 조부모 가정인지.
요즘은 그 모든 표현을 '보호자' 혹은 '어른들'로 통일했다.
"집에 가서 부모님이나 어른들 보여드리고 서명받아 오면 돼."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등 너희를 보호해 주고 계시는 분들께 감사하다고 전해야 해!"라고.
어쩌면 모르고 지나쳤을 사소한 것들을 다시 보게 되었다.
시야가 넓어졌고,
배려가 많아졌다.
그렇다고 내가 '돌아온 싱글'이라는 것을 꽁꽁 숨기고 사는 것은 아니다.
학생들에게만 솔직하지 않을 뿐,
이제 주변에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아직 새로운 사람들은 만나지 않았다.
(이렇게 쓰고, 발행 예약을 걸어 놓았는데, 새로운 사람이 아닌 사람이 물었다.
연휴에 시댁에 안 가도 되느냐고.
널리 널리 퍼진 줄 알았는데 아닌 모양이다.
"아, 저는 돌아와서요. 시댁에 갈 필요가 없어요" 라고 은유하여 이야기했다.
아직 미혼인 그녀는 금방 이해하지 못한 듯 했으나,
이내 이해한 듯 어색한 미소를 짓기에,
얼른 내가 물었다.
연휴에 본가에 가느냐고. 본가는 어디냐고.
이야기가 이어졌다. 다행이다.
'휴, 솔직해도 문제네.' 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시댁 이야기나, 결혼 이야기가 나오면 괜히 찝찝해진다.
그냥 "맞아요. 그렇죠."하고 웃고 만다.
내게는 질문의 차례가 돌아오지 않았으면 하고 생각한다.
그리고, 궁금하다.
돌싱들끼리 모이면 혹시
"이혼한 지 얼마나 되셨어요?" 하고 묻지 않을까?
그 질문이 되려 편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