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아닙니다.
먼저 선(先)에 들 입(入)에 볼 견(見) 자를 쓰는 선입견은
어떤 대상에 대해 이미 마음속으로 가지고 있는 고정적인 관념이나 관점을 말한다.
편견은 치우칠 편(偏)에 볼 견(見) 자를 쓰는데
공정하지 못하고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을 말한다.
우리 사회에는 여러 대상이나 상황에 대한 선입견이나 편견이 존재한다.
돌싱에 대해서도 그렇다.
최근에 직장 외 독서모임에 몇 번 참여하며 그런 편견과 선입견을 가진 남성분을 두 분 만났다.
첫 번째 남성은 나보다 5살 연하인데,
많지 않은 나이임에도 사회적 경험이 풍부하여 그로 인한 나름의 깨달음도 깊었고, 세상 돌아가는 이치에도 빠삭한 사람이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비록 정치적 견해는 달랐지만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홀딱 깬 순간이 있었다.
그도 나도 서로에게 호감이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사귀느냐 마느냐의 아슬아슬함 요즘 말로 '썸'을 타고 있었을 때이다.
그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
"**씨는 너무 매력적이에요. 내가 위험하다고 느낄 정도로."
엥? 위험하다니? 무엇이? 내가? 내가 간첩인가요? 내가 당신을 죽이기라도 하나요?
그의 이런저런 말들을 종합해 보면 요점은 이러했다.
그는 30대 중반. 중소기업의 둘째 아들로 부족함 없이 자랐으며 형은 결혼해서 아버지의 사업을 잇고 있었다.
자신에게도 여기저기 선자리가 들어오지만 아직은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그러나 언젠가는 결혼을 해야 할 것이고, 집안에 잘 어울리는 참한 여성이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그런 참한 여성은 교회에 많다나 어쩐다나? (그럼 교회에 가서 찾지, 왜 신성한 독서 모임에 와서 난리?)
그 참한 여성에 한번 갔다 온 돌싱녀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었고, 그리하여 나와 마음을 나누는 것이 그에게는 위험하다는 것이었다.
그의 이런 생각은 다음 말에서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나도 한번 갔다 와서 애를 낳아 올 수도 없고..."
"아, 저는 또 결혼할 생각은 없어요. 한번 해 본 거, 더 궁금할 것도 없구요. 그저 좋은 사람들이랑 생각을 나누며 살고 싶은 거죠."
그의 칭찬 아닌 칭찬에 나는 웃으며 얘기했지만, 마음속에서는 의문이 일었다.
아니, 돌싱이 어때서?
나야, 결혼 따위 또 하고 싶은 마음이 1도 없으니 상관없지만,
결혼이 또 하고 싶은 돌싱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런 돌싱들은 미혼이랑 결혼하면 안 되는 건가?
미혼에게 돌싱은 위험한 존재인가?
물론, 미혼들끼리 결혼하는 것보다야 사회적 시선도 그렇고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건 인정한다.
그래도, 그것을 '위험'이라고 표현하다니.
이것이야말로 돌싱에 대한 '편견'이지 않을까 싶다.
(한 사람의 견해로 '편견'이라 섣불리 판단하는 것은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는 것이지만, 솔직히 대체적으로 그런 시선 아니야?)
두 번째 남성은 나보다 3살 많은 돌싱남이다.
7년 전 이혼을 했고, 딸이 있고, 아이 엄마가 딸을 양육하는 중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돌싱남이 돌싱녀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
이 돌싱남과는 썸도 무엇도 아닌, 그저 독서모임 일원인데,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서로 돌싱이라는 것을 알았고, 돌싱의 편함에 대해 얘기하다 서로의 연애 이야기가 자연스레 나왔다.
돌싱남은 주로 돌싱녀들을 만났었는데, 만나보니 다 돌싱이 될 만(이혼을 할 만)한 사람들이었다는 것이다.
괜찮아서 만났는데 술을 너무 좋아하는 알코올중독(얘기를 들어보니 중독까지는 아니었지만. 그의 표현이 '알중(알코올중독의 줄임말)'이었으므로.)이었다든지,
어린 자녀를 키우는 돌싱녀는 빨리 재혼을 하고 싶어 하는 의존적인 여성이었다든지,
연락에 집착해서 피곤한 여성이었다든지,
라면서 그는 "괜히 이혼을 하는 게 아니라니까요."라고 덧붙였다.
그는 왜 이혼했냐는 나의 질문에 "주말부부를 오래 했어요. 그 사람은 좀 지루한 사람이어서 재미가 없었어요."라고 답했었다.
누구에게나 속사정이 다 있고, 그 속사정은 그들만의 사정이니, 내가 판단할 문제는 아니지만.
그의 말처럼 '괜히 이혼을 하는 게 아니라'면 그도 '이혼을 할 만한 사람'이라는 얘기가 아닐까?
알코올중독(진짜 알코올중독이라면 치료를..) 여성도, 의존적인 여성도, 연락집착 여성도, 재미없는 여성도, 꼭 이혼을 할 만한 사람은 아니었을 것이다.
본인도 돌싱이면서 돌싱들이 마치 성격에 큰 결함이 있어서 이혼한 것처럼 얘기하는 그의 말은 모든 돌싱들을 직접 겪어보지 않고, 그 결혼생활을 직접 들여다보지도 않고, 미리 판단해 버리는 '선입견'이었다.
어쩌면 그는 그래서 돌싱이라는 나의 말에 나에 대해서도 '그럴만한 사람'이라고 '선입견'을 가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마도 그는
재미없는 지루한 여성과 맞지 않아 이혼을 했을 것이다.
술을 좋아하는 알코올중독 여성과 맞지 않아 이별을 했을 것이다.
의존적인 여성과도 맞지 않아 이별을 했을 것이다.
연락에 집착하는 여성과도 맞지 않아 이별을 했을 것이다.
그뿐이다.
어떤 사람들은 크나큰 결함으로 이혼을 하기도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서로 맞지 않아 이혼을 하기도 한다.
글을 쓰며 내내 miss A의 Bad Girl Good Girl이 생각났다.
"나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 이런 여자는 뻔해, 네가 더 뻔해."
돌싱에 대해, 나에 대해 알지도 못하면서 까불지 말아라.
한번 갔다 와서 더 잘할 수도 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실패한 경험으로 배운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더 많이 배려하고, 더 많이 성숙한 연애 혹은 결혼 생활을 할 수 있다.
그러니, 돌싱들이여! ("일어나라!!"와 같은 의지적 어투.)
사회의 편견과 선입견에 굴하지 말고,
사는 것도, 연애도, 결혼도,
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