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에 대한 의식의 흐름
큰일이다.
글쓰기가 재미없다.
예전엔 분명 신이 나서 써 내려갔는데, 지금은 재미가 없다.
무엇이 재미있었을까?
전남편을 신랄하게 까는 게 재미있었나 보다.
내 힘든 사정을 토로하는 게 시원했나 보다.
반응이 좋았나 보다.
다음 메인에 걸리고, 좋아요가 실시간으로 올라가고, 따뜻한 마음 가득한 댓글이 달리고..
'아, 나 진짜 잘하는구나!' 착각했다.
지금 쓰는 연재북이 무미건조하다.
아무리 다시 읽어 봐도, 내가 봐도 재미없는 글이다.
처절함, 간절함, 위트, 진짜.. 그런 게 다 사라진 가짜 글이다.
진짜 작가도 아니면서 그런 글을 발행하려니, 양심에 찔린다.
이 글들은 '진심이 아닌가?' 도 생각해 봤다.
아닌데, 진심인데...
진심인데 보여주기 식이다.
누구한테 보여주고 싶은 걸까?
내 글을 읽고 나를 걱정해 주던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나 찌질하게 울고 있지 않고,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고.
왜 맨날 과거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전남편에 얽매어 있냐는 언젠가의 댓글이 기억에 남는다.
그런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나는 전남편과 상관없이 힘내서 현재를 잘 살아가고 있다고.
그런데 또 사람들이 내 걱정을 안 하니, 그건 그것 나름대로 서운하지 않을 수가 없다.
나는 관종인가?
이런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데, 마침 故 박완서의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를 읽었다.
故 박완서 작가는 처녀작 <나목>이 여성동아 여류 장편소설에 당선되고 나서 진짜 작가로 사느냐 고민했다고 한다.
내가 무슨 당선이 된 것도 아니지만, 브런치스토리 작가랍시고, 신나서 글을 쓸 땐 언제고,
이제 와서 글 쓰는 게 재미없다니.
나에게 브런치 작가는 무엇이었을까?
작가로서의 등용문으로 활용하고 싶었을까?
내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고 싶었을까?
그냥 글을 쓰고 싶었을까?
진짜 작가든 가짜 작가든,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어쩌면 계속해서 하고 있을 고민일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순전히 중년으로 접어든 여자의 일종의 허기증에서였을지도 모르겠다.
행복했으니까.
아, 행복한 글을 써야겠다.
남들이 원하는 모습의 글이 아닌,
그냥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써야겠다.
그러고 보니, 저번 브런치북 연재를 마치며 나는 분명 '나를 닮은 글'을 쓰겠노라 다짐했었다.
그런데, 그건 '그냥 일기'와 다른 점이 무엇일까?
이게 참 묘한 게,
여기 이 브런치스토리에는 내 맘대로 일기처럼 쓴 글은 꽁꽁 숨겨 놓고 나만 보고,
그런 일기의 부분, 부분들을 모아 남들에게 보여주어야 하는 글로 다듬어 발행한다.
날 것 그대로의 것이 아니다.
날 것의 글이 더 좋은 글일까, 자기 검열을 꼼꼼히 마친 글이 더 좋은 글일까?
'나를 닮은 글'은 무엇일까?
오늘, 문득 달이 생각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