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축하야? 저주야?
상간녀는 갔습니다. 아아, 전남편이 사랑했던 상간녀는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버진로드를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전남편과 혼인신고를 하겠다던 옛 맹서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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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상간녀는 갔지만은 나는 그녀를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서글픈 축복의 노래는 상간녀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 '한용운의 <님의 침묵>' 패러디 문득 달의 <상간녀의 침묵> -
나의 1번 상간녀가 5월의 신부가 되었다.
그녀는 버진로드를 걸으며 "예쁘다~!!"라고 외치는 하객들을 향해 "감사합니다~!!" 하며 화답한 씩씩한 신부였다.
그녀의 손을 잡은 그녀의 현남편은 웃는 모습이 자연스럽고 예쁜 신랑이었다.
진심으로, 잘 됐다.
언젠가 그녀를 만나면 꼭 해 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다.
수천번, 수만 번 상상했지만, 결국, 상상으로만 끝났던 이야기.
나는,
당신에게 '미안하다'는 사과 한 번 받아 보지 못했다고.
그런데,
당신이 아무리 '미안하다'라고 말해봐야, 내 상처는 씻기지 않으니,
그딴 사과는 집어치우라고.
와이프 두고 바람피우는 남자 말고,
당신만 아껴주는 좋은 남자 만나서,
당신과 남편을 꼭 반씩 닮은 귀여운 아이 낳고,
알콩달콩,
때로는 울며, 때로는 웃으며,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그래야,
그때 당신이 깬 나의 그 소소한 행복들에 대해,
한 번쯤,
미안하게 생각해 볼 수 있지 않겠냐고.
그러다가,
만약 그 남편이 바람을 피우게 되면,
그때는 꼭 그때의 당신과, 그때의 내 전남편, 그리고 그때의 나, 그때의 내 아이를 생각해 보라고.
그러나,
그런 일이 그래도 없었으면 좋겠다고.
그래서,
더 많이 내게 미안해하며 살았으면 좋겠다고.
이것은 그런데,
축하인가, 저주인가?
이로써,
나의 이혼에 얽힌 사람들 중 나만 '빛이 나는 솔로'다.
만세!
라고, 문득 달이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