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관점, 새로운 시대
그동안 이어져 온 스콜라 철학을 기반한 과학은 르네상스를 거치고 바로크 시대로 접어들었다. 스콜라 철학은 변증법으로 논리적 사고를 하는 방식으로 탐구하는 것을 강조한다. 신학적, 철학적 기반을 두어 신과 자연을 증명하려고 했다. 이 방식은 12세기부터 17세기까지 꽤 긴 시간 동안 지속한다. 토마스 아퀴나스는 신앙과 이성을 논리적 분석과 체계적인 탐구로 과학에 접근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연철학을 주장하며 유럽의 과학을 지배한다. 그의 자연철학은 중세 대학에서 과학 연구의 기초를 제공한다. 그와 동시에 천문학, 해부학, 역학 등의 연구가 대학을 중심으로 발전하면서 과학혁명의 기초가 된다. 과학적인 발전이 계속되면서 기존의 스콜라 철학과 과학은 충돌한다. 그 중심에는 '지동설'이 있다. 갈릴레오, 케플러, 뉴턴 등 과도기 과학자들은 스콜라 철학의 논리적 분석 방식을 유지하며 새로운 관점을 접목시킨다. 이 변화는 교회 중심이었던 과학에서 철저하게 지탄받았다. 갈릴레오는 '지동설'이 그 예다. 프랜시스 베이컨, 르네 데카르트는 논리의 근거는 과학일 수 없다며 관찰과 경험을 통한 경험적 관점의 과학을 강조하며 수학적이고 합리적인 귀납적 방법론을 주장하며 근대 과학의 시작을 알린다.
바로크 시대에 들어서면서 가장 급진적으로 발전한 분야는 '천문학'이다. 요하네스 케플러는 행성의 움직임이 타원 궤도를 따르고, 행성의 속도는 태양과의 거리와 관련있음을 밝혀낸다. 단순히 눈으로만 봤던 우주를 수학적으로 풀어낸다.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망원경으로 우주를 보면서 목성을 발견하고 달의 표면이 매끄럽지 않다는 것을 발견한다. 그리고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옹호한다. 아이작 뉴턴은 만유인력(보편적 중력)과 운동 법칙과 미적분을 발표하며 근대 물리학의 시작을 알린다. 이들은 수학적이며 현상을 관찰하고 같은 조건에서 실험군과 비교군을 두고 연구하며 증명한다. 하지만 이들도 아직은 과학을 종교의 타당성과 인과 관계를 증명하는 도구로 생각하고 있었다.
르네상스는 인간을 탐구하며 해부학과 생물학이 발달한다. 바로크 시대는 이 흐름을 받아 윌리엄 하비는 심장이 피를 펌프질하는 것을 해부학으로 증명해 내고, 생리학 연구를 시작한다. 앞서 미생물 편에서 언급했던 안톤 반 레이우엔훅은 현미경을 개발하여 미생물을 발견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미시 세계를 개척한다.
수학적으로는 블레즈 파스칼은 확률를 정립하고 유체역학을 연구했으며 고트프리트 라이프니츠는 뉴턴과 다른 미적분을 개발하며 이진법 연구를 한다. 이 이진법은 지금의 컴퓨터 과학의 기초가 된다.
중세와 르네상스를 지나오면서 굳어졌던 자연철학의 과학은 바로크 시대에 도달하면서 과학으로 독립한다. 신학적이고 형이상학적 해석에서 벗어나 경험과 실험 그리고 수학적 방법을 통해 증명해 낸다. 기술의 혁신은 기구와 도구의 발전으로 보다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게 되었으며 자연을 수학적으로 설명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한편으로 과학을 신학에 대한 배신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전까지만 해도 과학은 신의 창조물들과 계획을 알아내는 도구였다. 그래서 철학자들이 과학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피타고라스도 기원전에 자연을 수학적으로 보려 애썼다. 그런 철학을 깨뜨리는 바로크 시대는 어쩌면 우리 인간의 터닝 포인트였다.
그렇다면 종교와 과학은 영원히 싸울 것인가? 뉴턴은 '신이 우주의 법칙을 설계했다'며 과학을 신의 섭리와 연결한다. 신은 우주의 법칙을 만들었고, 자연은 그 법칙에 따라 작동한다는 의미로 이것은 계몽주의 과학의 기초가 된다. 과학이 신의 영역을 증명하려면 아직도 멀었다. 이미 언급했듯이 인간이 단세포로 바다에 살았고, 땅으로 기어나와 네 발이 생기고, 두 발로 걷기 시작하면서 도구를 사용하고, 불을 사용하면서 정착하며 도시를 건설한다는 인간 탄생 이론은 수 십억 개의 우연이 인간에게만 정확하게 하나도 빼먹지 않고 일어나야 가능한 일이란다. 그 우연을 증명하려면 아직 멀었다.
새로운 시대는 고난을 버텨야하며 기존의 세계를 벗어나는 고통을 겪어야 한다.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시작으로 과학혁명은 뉴턴에서 정점을 찍으며 산업혁명과 계몽주의로 연결된다. 르네상스는 인간을 탐구했다면, 바로크는 인간의 감정과 생각을 탐구한다. 그리고 인간은 더욱 신을 증명하려 할 것이다.
이 복잡한 자연의 법칙, 아니 인간만 봐도 정교하게 설계된 이 작품을 증명하고 설명해 낸다면 두 가지 의견이 생긴다. 첫째, 정교한 창조자가 분명이 정교한 설계도를 가지고 수학적이고 체계적인 구조를 스스로 움직이게 하고 있다. 둘째, 그저 자연 현상으로 설명될 수 있다면, 신의 개입은 별로 의미가 없을 것이다.
필자는 이렇게 생각한다. 인간이 우주와 자연을 증명할수록 신의 위대함을 드러내는 것이다. 당신의 생각은 어떠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