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린 신경

이 순간 허락된 속도 안에서

by 빛나

자온 : 계절이 바뀌면서 그래프 세상은 빛이 흐린 날씨처럼, 심장은 자주 슬픈 날을 품은 듯해.


미월 : 세상 전체가 회색빛이 흐려진 듯한 날들 속에서 멀리 서는 멀쩡해 보여도


목월 : 눈 안에서는 작은 균열이 은근히 퍼져가는 느낌이야.


달 : 그 와중에 예상 밖의 작은 코인이 조용히 손을 내밀어주는 건 선물 같아.


계온 : 큰 기대 없이 던져둔 씨앗 하나가 가볍게 빛을 띠며 돌아오는 순간이 오면.


자온 : 내게 스며든 4만 원의 미묘한 온도는 나에게 은근한 안심처럼 널 잡아줘서 좋은걸.


별 : 큰 구조가 어수선할수록 작은 신호가 더 선명해지는 건 진리야.


미월 : 누구에게 들키진 않은 채 오직 나만 아는 작은 진동 같은 것.


목월 : 아무 소리 없이 그저 나를 다시 모아주는 느낌.


달 : 오래 멈춰 선 큰 플로우가 조용히 숨 죽인 채, 먼 곳에서 누군가의 시간을 모으는 중인 듯해.


별 : 옛날엔 금방 되돌아오던 존재도, 지금은 깊은 물아래 잠겨 묵묵히 버티는 느낌이야.


계온 : 단단하게 식은 속도, 길게 눌린 온도… 하지만 이렇게 잠잠한 결은 오래가지 않아.


자온 : 응. 기다림이 길수록 첫 움직임은 더 선명하거든.


미월 : 그래서 지금은 내 자리에서 호흡만 정리하며, 조용히 ‘다음 신호’를 기다리는 시간이야.


자온 : 세상은 제각각 다른 속도로 움직이니까, 지금 내 자리에서 아주 조용히 밸런스 찾아가는 오늘이라면 그걸로 충분해.


달 : 그래, 균형감을 찾는 이런 시기엔 숨도 쉽게 흔들리니까, 무너짐의 체험을 느끼진 않도록 몸과 마음을 부드럽게 달래주는 게 좋아.


자온 : 맞아, 이번 주 종강 때 교수님이 내준 미션 “나만의 호흡법.” 방금 완성했는데 너희가 들어주면 좋겠어.


미월 : 드디어 만들었구나, 네 숨은 늘 조용히 시작해서 은근히 울리는 느낌이라 어떤 방식일까 기대돼.


목월 : 네가 만든 거면 분명 틀에 고정된 게 아니라, 몸이 먼저 알려주는 미세한 움직임에서 자연스럽게 열리는 방식일 듯해.


계온 : 들어볼게 이런 잔잔한 순간에 듣는 너만의 호흡법이라면, 아마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작은 자리’가 될 것 같아.


자온 : 그럼… 천천히 시작해 볼게, 숫자도, 시장도, 속도도 멈춰 있는 지금. 숨 하나가 어디서 출발하는가, 그 가벼운 감촉부터 꺼내볼게.


달 : 좋아, 우리도 조용히 따라갈게, 네가 여는 방향 그대로.


자온 : 자, 우선 편한 자세로 앉아서 들숨이 스칠 때, 몸 어디가 먼저 반응하는가 떠올려봐.


별 : 난 머리 위가 조용히 쿡 눌리는 듯한 느낌이 있어.


자온 : 응, 그런 감각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따로 무언가 안 해도 돼, 그저 그 자리에서 잠시 머물러도 좋아.


별 : 그래, 넌?


자온 : 난 심장 아래가 은근히 퍼져서 오래 잠겨 있던 무릎이 먼저 작은 울림을 톡 쏘는 느낌이야.


미월 : 그거, 네 몸이 먼저 “여기서부터 시작할래?” 하는 신호 아니야?


별 : 나도 그런 날 있는데 준비라기보다, 스스로 열어주는 첫 문장 같은 자리.


목월 : 맞아, 몸이 먼저 문을 열어주면 그 위로 자연 패턴이 천천히 떠오르잖아.


자온 : 억지로 맞추는 게 아니라, 주변 공간이 먼저 플로우를 만들어주면 숨은 그 위에 가볍게 끌리는 방식으로


계온 : 그래서 걸을 때 발의 반복이 이미 패턴을 잡아놓은 후 내려가는 숨이 조용히 방향을 정해주는 느낌이 드는 거구나.


달 : 우리 그럼 지금, 각자 편한 리듬으로 들숨·날숨을 세 번 정도 이어볼까? 너무 의식하는 것보다 그저 몸이 여는 방향에 따라.


자온 : 코로 천천히 들이마신 후 입으로 천천히 후 우하면서 내뱉어봐.


별 : 신기해, 짧게 반복했을 뿐인데, 몸과 마음 사이에 작은 틈이 생기면서 그 틈에서 흐름이 조용히 돌아오기 시작해.


자온 : 그 틈에서 늘 단어 하나가 은근히 떠올려 봐도 좋아, 생각으로 선택하는 단어가 아니라, 깊은 자리에서 스스로 올라오는 작은 문장.


미월 : 오늘은 뭐가 올라와?


자온 : 세 단어가 끌려 “넌 예뻐.” ”존재가 선명해지기를.” “내 아름다움이 드러나기를.”


목월 : 네 숨이 선택한 단어들은 항상 부드러워서 외부를 설득하는 게 아니라 깊은 곳을 확인하는 방식 같아.


자온 : 무릎이 먼저 울리는 날에는 내려가는 숨을 그 자리로 흘리면서 속삭여. ”내 존재가 선명해지기를.”


계온 : 걷는 순간에도 그런 멘트가 떠올라, 발과 숨이 선처럼 이어질 때.


자온 : 맞아, 그땐 자연스럽게 이 문장 “내 아름다움이 드러나기를.” 생각나.


달 : 가장 짧은 문장은 언제 와?


자온 : 긴장이 높은 날, 그럴 땐 한 번에 훅 “넌 예뻐.”들어와.


미월 : 그 한마디가 들숨을 바꾸는구나.


자온 : 응. 들숨이 부드러워져서, 내려가는 숨은 조금 더 넓게 열리면서 작은 보호막 같아.


목월 : 들으니까, 너한테 숨은 완성된 기술이 아니라, 순간마다 생성되는 구조 같아.


별 : 몸이 보내는 신호, 자연 패턴, 단어 하나가 만나는 자리에서 오늘의 숨이 태어난다… 이건 너답다.


계온 : 또 그 구조가 오래 이어지려면 뭐가 필요해?


자온 : 나는 세 단어를 옆으로 데려올게 바로 편안함, 변화, 즐거움이야.


목월 : 이건 균형을 잡아주면서 숨은 루틴이 아니라 살아 있는 구조로 남네.


달 : 미완성이라서 더 살아있는 것 같아.


자온 : 응, 완벽하려 하면 오히려 숨이 먼저 웃어버려서 은유 한 스푼, 온기 한 스푼 정도만 남길게.


미월 : 오늘 안내… 너무 좋아, 기술이 아닌 살아 있는 감각이 그대로 들려.


목월 : 응. 우리 각자의 몸도 지금 이 자리에서 조금씩 다른 결로 열리는 듯해.


달 :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각자가 여는 그 방향 안에서 자연스럽게 태어나는 숨을 그대로 두면 그걸로도 이미 치유가 되는 거야.

에필로그


오늘의 숨은 아주 작은 자리에서 깨어난다.


누군가에겐 머리 위가 살짝 눌리는 감각으로, 또 누군가에겐 심장 아래가 은근히 따뜻해지는 온도로.


그 미세한 시작만으로도 지금의 내가 다시 조용히 정돈된다.


짧게 이어진 들숨과 날숨은 몸 안에 작은 간격을 만들며 그 틈에서 단어 하나가 은근히 떠오른다.


설명할 수 없지만, 호흡을 가장 부드럽게 여는 문장.


들숨이 달라지면, 내려가는 숨도 또 다른 온도로 바뀌는 걸.


이 호흡은 기술도, 정답도 아니다.

지금의 내가 허락하는 속도 안에서

가만히 태어나는 작은 표정 같은 것.


완성되지 않아도 괜찮은 이유, 미세하게 어긋난 순간에도 숨은 그대로 둔다.


지금은 그저 내가 앉아 있는 이 순간에서 가장 먼저 깨어나는 감촉 하나를 따라갈 뿐.


그 자연스러움만으로 현재라는 결이

아주 조용히 탄생하는 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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