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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nomad Jul 11. 2024

음악이 흐르는 화장실




참 달라도 너무 다른 문화다. 


이베리아반도(스페인, 포르투갈)를 제외하고는 이제 유럽의 어떤 나라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도 화장실 이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금액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1유로에 4명 정도가 이용할 수 있다. 독일의 고속도로 휴게소나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관광지에서는 0.5유로 다시 말해 1유로에 2명 또는 1명밖에 이용하지 못하는 곳도 있다. 1유로에 1300원을 잡으면 650원을 지불해야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약 10여 년 전만 해도 휴게실에서 팁 개념의 유료 화장실은 없었다. 


통일 독일 이후 동독지역 사람들이 휴게소 청소를 해주겠다며 잔돈 몇 푼 받겠다는 명목으로 슬금슬금 아우토반 주변에서부터 시작되더니 동유럽(유고, 슬로바키아, 루마니아 등) 사람들이 유입되면서 이제는 전 유럽에 확산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화장실이 청결하게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한국 고속도로 휴게소에 익숙해져 있는 여행객들은 어색하고 아깝다는 생각으로 처음엔 짜증도 내며 별병 궁리를 다 한다. 특히나 동전이 없을 때는 5유로나 10유로 지폐를 지불하면서 잔돈을 받을 수도 없고 아주 난감해할 때가 있다. 무료 화장실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지저분하다. 남성들은 어찌어찌 해결할 수 있으나 여성들은 아주 불편하다. 여성 화장실 쪽이 훨씬 애로사항이 많다. 유럽에서는 푼돈이든 큰돈이든 돈값을 하는 나라다. 이탈리아뿐 아니라 스페인계 모두 공통으로 사용하는 단어가 있다. '삐삐' 핸드폰이 나오면서 기술적 진보에 밀려 조용히 퇴출당한 그 '삐삐' 아니다. 소변을 뜻하는 단어다. 결코 통속적으로 쓰이는 점잖지 못한 말 저급 언어도 아니다. 일상에서 드물지 않게 들리고 사용되고 있다. 또한 조심할 단어도 있다. 바로 '까까'라고 부르는 대변 용어다. 우리 아기들과 다르게 유럽의 아기들은 유모차 안에 있건 아장아장 걸어 다니든 눈도 크고 생김새가 우리와 다르다 보니 무척 예쁘고 귀엽게 생긴 게 사실이다. 사랑스러운 눈길로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사진을 찍고 하다가 '까까 줄까?'라는 말이 나오면 그 부모들은 아연실색한다. 


파리에는 동전을 넣고 사용하는 무인 유료 화장실이 도심 이곳저곳에 설치되어 있다. 한 번은 배낭여행을 하다가 급하게 무인 화장실을 이용해야 할 상황이 벌어졌다. 화장실 안에서는 잔잔하게 물 흐르는 소리와 함께 모차르트의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소식이 올 듯 말 듯 사람 힘 빠지게 했다. 드디어 소식이 와서 모두가 하는 그 행동에 집중하고 있는 순간 음악이 끝나면서 아뿔싸 화장실 문이 열리는 것이 아닌가! 그 절체절명의 순간을 마주하지 않은 사람은 상상하지 마시라. 그런데 화장실 불이 꺼지고는 켜질 생각을 않는다. 음악도 없다. 밀폐된 어둠 속에서 습관적으로 조심조심 나머지 과업을 수행하고 옷을 모두 추스르고 더듬더듬 문을 열려했으나 전혀 미동도 하지 않는 것이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문이 열리고 몇 초 후에 자동으로 닫히며 바깥쪽에서 동전을 넣어 문을 열기 전에는 열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 처음에는 그렇게 설계되지 않았었는데 노숙자들이 무인 화장실을 점거하고 동전 몇 잎으로 세수에 면도에 세면 세족을 모두 하는 통에 설계 변경되었다고 한다. 


어쨌든 그런 사실이 동전 투입구 쪽에 매뉴얼처럼 쓰여 있다. 물론 불어로...

필자의 경우와 유사한 경험을 하신 분들은 이 심정을 이해할 것이다. 그날 이후 무인 코인 화장실만 보면 혼자 살포시 웃음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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