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킵시기즈 부족의 사람들

르떼인, 보멧, 케리코 마을 방문기

by 미 지

내가 지나가면 니하오~ 중국 인사를 던지는 사람들.

'우리나라 사람들은 동양사람은 다 중국인인 줄 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흑인을 보면 다 아프리카 케냐 사람인 줄 아는 것처럼.'

영미권과 유럽 등지에서 이런 인사는 약간 차별적인 의미가 담긴 말이라는 걸 알고 있는 켄이 아프리카 "케냐"를 강조하며 말했다. 그냥 웃어주었다.


오전에 짧게 고아원과 학교 봉사활동을 마치고 돌아오면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집에서 쉬거나 킵시기즈 부족의 여러 가정을 방문할 기회가 주어졌다.


케냐는 마라톤 금메달리스트를 많이 배출하는 나라로 알려져 있는데 TV를 틀어보면 드라마보다 마라톤과 육상 프로그램이 더 인기가 있는 것 같았다.


유명한 마라토너 선수라는 폴 킵시엘레 코에치의 넓은 집을 방문했다.

울던 그의 딸아이가 나를 보더니 동그란 눈을 더 크게 뜨며 울음을 뚝 그친다.
넓은 축사에서 가축의 배설물을 모아 가스를 생산하는 시설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해 주었다.


죠슈아의 친척, 윌리 사촌의 대학 진학 축하파티가 있다고 해서 함께 그의 집을 방문했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고 신부님의 축도가 있은 뒤 가족들이 돌아가면서 축하와 기원의 말을 전해주었다.

그 많은 사람들이 모였는데 큰 소리나 다투는 소리, 큰 웃음소리조차 하나 없는 조용한 축하 파티였다.

정성스럽게 준비한 식사. 서빙을 담당하는 여자 매니저는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 표정과 걸음걸이와 말투로 음식을 권하고, 내가 음식을 담는 모습을 자기 카메라에 담았고, 나는 가장 좋은 자리에 앉아서 식사를 할 수 있게 배려를 받았다.

윌리의 소개로 내 나이가 50대라는 건 이제 비밀이 아니게 되었다. 진행자는 이십 대인 줄 알았다며 놀라움을 전하고... 동양 여자 50대 손님인 나는 그날 그 가족 파티의 식사자리에서 신부님과 주최인 다음의 서열로 자리가 준비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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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멧에는 죠슈아가 운영하는 미션스쿨이 있다. 케리코마을의 학교에 비해서 약간 더 높고 넓은 초원 위에 자리하고 있는 학교에서 급식을 준비하는 주방의 모습이다.

지역을 산책하다 보이는 학교에는 운동장마다 소가 풀을 뜯고 있었다. 그 모습이 무척 신기했는데 이 소들이 학교 아이들에게 먹일 밀크티랑 포리지에 들어가는 우유 생산 담당이다.


소 다섯 마리가 풀을 뜯는 운동장.

학교 급식을 위해 주방에서 장작불을 때서 만든 우갈리 한 덩어리, 콩과 야채가 들어간 수프 한 그릇을 받아 저마다 옹기종기 모여 식사를 하는 평화롭고 즐거운 점심시간.

잔반 처리는 개 한 마리랑 까마귀 떼가 담당한다.


보멧에 있는 코벨미션스쿨은 죠슈아가 운영하는 학교 중 여건이 좋은 편에 속하는 듯했다.

교복을 입은 아이들이 하나같이 머리를 짧게 밀고 있는 건, 곱슬이 너무 심해서 조금만 자라게 놓아두면 다시 머리를 파고들어 가 피부염증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날 점심에 나를 위해서 따로 고기 두세 점이 올려진 우갈리가 담긴 점심식사가 나와 켄에게 주어졌다.

밥을 막 먹으려고 하는데, 켄과 잘 아는 사이인 듯 보이는 여자 한 명이 다가왔고, 둘은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질긴 고기가 잘 안 씹혀서 나는 살점이 조금 붙은 고깃덩어리 하나를 근처로 다가오는 개에게 슬며시 던져주었다. 그러다 손을 감추어야 했는데, 켄과 이야기를 나누는 여자가 주섬주섬 손을 켄의 식사 접시로 가져가더니 고기를 집어서 야무지게 살을 발라서 먹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여자는 접시 위의 두세 점 질긴 고기를 다 먹을 때까지 이야기를 나누었고, 켄은 그녀와 이야기를 마칠 때까지 조용히 손을 멈추고 있었다. 그녀는 켄의 접시 옆에 작고 흰 뼈 세 덩어리를 올려놓고는 인사를 한 뒤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아이들과 젊은 사람들은 스펀지같이 내가 가지고 있는 포토 프린터, 풍선 펌프 같은 것을 사용하는 법을 한 번 보여주면 금방 이해하고 잘 사용하고 있다. 이런 보람이 다른 색깔로 포장되지 않기를. 동정심이나 우월감 같은 쓸데없는 감정의 비교 같은 건 애초부터 지워놓고 부족의 삶과 이야기 속에 스며들게 되기를 날마다 다짐하면서 귀한 일과를 보냈다.


며칠 동안은 한 밤에 비가 내리더니 오늘은 학교 방문을 위해 이동하는 중에 이른 비가 시작되었다.

보멧 미션스쿨 가는 길, 여덟 명이 탄 택시 안에서 아프리카에 잘 오셨다고 몇 번이나 인사를 해 주던 노인은 산자락 아래 가면 비를 만날 텐데 옷이 그리 얇아 어쩌냐 걱정하시다가 내 가방 안에 비옷이 있다고 했더니 어찌나 기쁘게 웃으시던지..

함석지붕 목조건물 방 한켠에 앉아서 비 오는 풍경에 시간을 맡겨둔다.

언제 그칠지 모르는 비

언제 가게 될지 모르는 손님

미션스쿨 스태프의 따뜻한 차 대접이 푸근하고 감사하다.




켄이 나중에 킥킥거리며 내게 말했다. 택시에서 만났던 그 할아버지가, 자신은 소 열 마리를 키우고 아들도 결혼시켰는데, 내가 그에게 혹시 시집 올 의향이 있는지 물어봐달라 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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