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으로 인생역전 (13)
건강에 관해 공부하다 보면 가장 먼저 음식에 관한 것을 바꾸게 된다. 암을 인지하자마자 바로 유제품, 커피, 정제탄수화물, 가공식품을 끊고 야채 섭취를 늘렸다. 174였던 중성지방 수치가 3주 만에 58로 떨어졌다. 작은 성공에 들뜬 나는 음식 섭취 방식에도 관심을 가졌다. 먹을 때는 먹고 안 먹을 때는 확실하게 공복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는 이론에 공감이 되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하루 중 8시간은 먹고 16시간은 공복 상태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살고 있었고 18:6이나 23:1의 방식을 하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나도 해 보았다. 나는 저녁을 굶는 방식을 선택했다. 아침과 점심을 충분히 먹고 오후 2시 이후에는 물과 소금 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기대(?)했던 것만큼 배고프지 않아서 놀랐다. 도대체 그동안 얼마나 불필요한 양을 먹었던 것일까.
두 끼 생활은 좋은 점이 많았다. 식사에 관련된 일이 줄어들어 여유로웠다. 여유가 생긴 시간에는 운동을 더 할 수 있었다. 3달 만에 몸무게가 4kg이 빠졌다. 평생 이 식생활을 유지해도 되겠다 싶을 정도로 편안했다. 두 번째 성공이다 싶었던 나는 세 번째 도전을 준비했다. 장기 단식을 시도한 것이다. 노벨상을 받았다는 자가포식 이론은 듣기만 해도 멋졌다. 단식 중에는 우리 몸이 낡고 병든 세포를 먹어치운다니 몸속의 암세포 찌꺼기들이 사라지는 상상이 절로 됐다. 노모의 입원 기간을 디데이로 삼았다. 간병하면서 내 먹을 것까지 챙겨 먹어야 하는 귀찮음을 겪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니 흐뭇하기까지 했다. 총 단식 시간은 72시간이었다. 미리 준비해 두었던 보식을 먹으며 대단한 걸 해낸 것 같아 뿌듯했다.
72시간 단식 후에 나는 시름시름 아프더니 덜컥 코로나에 걸렸다. 남편이 침대로 날라다 준 식사를 제대로 할 수 없을 만큼 호되게 앓았다. 간병을 받아야 될 상태가 분명했다. 남편이 24시간 집에 있을 수는 없었으므로 요양병원에 입원을 했다. 요양병원 침대에서 무엇이 문제였나 계속 생각했다. 무식했구나, 내가 무식했어. 훈련도 안 받고 중환자가 마라톤을 한 셈이야. 보통 사람들이 했으면 좋았겠지. 하지만 나는 암환자였다. 신중하지 못하고 덜퍽거린 것이다.
"공복이라는 약은 암의 예방에 있어서도 매우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다. 단 한 가지 주의할 것이 있다. 이미 암이 체내에 발생한 경우에는 공복이 역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점이다. 암세포는 쉽게 기아 상태에 빠지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치료를 할 때 종종 암세포에 영양을 공급하지 못하게 하는 보급로 차단 방법을 쓴다. 하지만 자가포식이 활성화되면 스스로 영양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암세포가 살아남기 쉬워진다. '공복의 시간 만들기' 식사법은 어디까지나 예방을 위해서이며, 이미 암이 발생한 사람은 의사의 지시에 따르도록 하자."-
- 아오키 아츠시의 '공복 최고의 약' 171쪽 -
이 책을 읽고 나니 내가 정말 무모한 짓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 사람들이 다 좋다는 것도 나에게 맞는지는 별개의 문제일 수 있다. 무엇이든지 사전에 충분히 조사해 봐야 하고 몸의 반응을 살펴가면서 서서히 시도해 봐야 한다. 요즘 나는 3끼 식사를 다 한다. 몸무게는 예전으로 돌아왔다. 운동할 때 지치지 않는 것이 내 몸에는 이 몸무게가 더 맞는 것 같다. 2끼를 먹을 때는 먹는 시간에 너무 많이 먹는 경향이 있어서 간헐적 단식이 아니라 간헐적 폭식이 아닌가 의심스러울 때도 있었는데 3끼 소식을 하니 위가 더 편안하다. 단식 홍역을 치른 후로 나는 누가 뭐 좋다더라,라는 이야기를 하면 반드시 반대 사례를 수집하려고 한다. 그리고 나에게 맞는지 다각도로 알아보려고 노력한다. 암 걸리기 전보다 더 신중한 사람이 된 것은 맞다.
from 49세 1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