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킥 뚫고 무용지용

쓸모없음의 쓸모를 찾아서

by 김풀칠

침대에 머리를 댔더니 쿵! 하고 과거의 내가 튀어나온다.

두 손을 움켜쥐고 살쾡이처럼 허공을 마구마구 할퀴며

얼굴을 감싸고 좌절하곤 한다.


잠자리에 누운 당신, 오늘도 허공에 발차기를 날리셨나요?

(아니, 혹시 잠들기 전 이불킥 해본 적 없는 사람이 있을까?)


그리고 여기,

조용한 새벽마다 기억의 틈에서 튀어나오는

그 모든 이불킥의 밤들을 수집하는 사람이 있다.


끈적하게 머릿속에서 떨어지지 않는 창피한 장면들을

하나씩, 차곡차곡 모은다.

마치 어렸을 적 모았던 바비인형처럼, 상자 속에서 꺼내어 확인하고 또 넣어둔다.


어쩌면 일상이 흑역사뿐이라며 자책하는 이들도 있다.


너무 흥이 나서 나도 모르게 한 말실수

그날따라 투명하게 빛나던 유리문에 비둘기처럼 박치기한 날

첫 면접에서 어버버 하다가 바보가 된 것 같았던 경험

학창 시절 sns에 올렸던 오글거리는 말투

시험시간 내내 배에서 울린 꼬르륵 소리

그리고…

옛날 옛적 교무실에서 방귀가 쉴 새 없이 나왔던 경험.

아직도 우리 집에서 화자 되는 흑역사다. 놀랍게도 그때 주위엔 아무도 없었다. 나는 그날을 ‘내 학창 시절 행운을 다 쓴 날’로 여길 만큼 감사하다.


이렇게 시간이 지나도 꾸준히 리플레이되는 이 창피하고 후회되는 기억들.

“제발 그만 나와!”라고 외치고 싶은 순간도 있지만,

나를 부정하지 않으며 지탱하는 굳건한 원동력이다.


그중 오직 ‘후회 100%’의 기억이 있다.

그건 여느 이불킥과는 달랐다.

마치 게임 속에서 K.O 펀치를 맞은 듯한 충격.

스스로의 부족함을 자각한, 내 인생의 진짜 이불킥이었다.

‘주체적인 경험 부족’으로 결론지으며 조용히 쓰러진 나는

그래서 다시, 맞부딪히며 가장 용감했고, 다채로웠고, 가장 많이 도전했던 시절인 7살의 나로 돌아가기로 했다.


갑자기 이불킥을 유발하는 엄청난 과거가 떠오른다면?

작고 사소한 도전들을 쌓아 어느 날 무용한 것들로 유용한 것을 만들어 보는 여정을 하나씩 펼쳐보려고 한다.

기억의 틈 속에서 불쑥 얼굴을 내미는 흑역사부터 차곡차곡 펴보자.

<이불킥 뚫고 무용지용>,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