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코드: 한민족, 그 위대한 생존과 진화의 설계

제3부. 설계 : 생명의 시대로, 위대한 전환

by 현욱

제9장. 순환하는 세상, 지속 가능한 문명

내 몸이 건강하고(레드 바이오), 내가 먹는 음식이 안전하다 한들(그린 바이오), 우리가 숨 쉬는 공기와 발 딛고 선 땅,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환경이 병들어 있다면 그 건강은 반쪽짜리에 불과하다. 아니, 모래 위에 쌓은 성처럼 위태롭기 짝이 없다. 6장에서 보았듯, 우리 생식세포를 공격하는 환경호르몬의 습격은 바로 우리가 만들어 낸 ‘쓰레기 문명’의 필연적인 역습이기 때문이다. 20세기의 대한민국은 석유를 태워 공장을 돌리고, 그 석유 찌꺼기로 플라스틱을 만들어 기적적인 성장을 이룩했다. 그러나 ‘채취-생산-소비-폐기’로 이어지는 이 선형 경제 모델은 이제 그 한계에 다다랐다. 우리는 지금 그 청구서로 미세먼지와 플라스틱 섬, 그리고 기후 변화라는 거대한 재앙을 마주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자연을 착취하는 경제에서, 자연의 방식을 모방하는 경제로 전환해야 한다. 자연 생태계에는 ‘쓰레기’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숲속의 나뭇잎은 썩어 미생물의 먹이가 되고, 그 미생물은 다시 흙을 비옥하게 하여 새로운 생명을 키워낸다. 모든 것이 돌고 도는 완벽한 순환 구조다. 화이트 바이오와 블루 바이오 기술은, 인류의 문명을 바로 이 자연의 순환 시스템처럼 재설계할 수 있는 놀라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그 중심에는 ‘화이트 바이오’, 즉 산업 바이오 기술이 있다. 이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을 ‘살아있는 공장’으로 활용하여, 우리가 필요로 하는 화학 제품과 소재,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생분해 플라스틱’이다. 지금 우리는 유전자를 조작하여 옥수수 전분이나 음식물 쓰레기, 심지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먹고 완벽하게 분해되는 플라스틱을 만들어내는 미생물을 설계할 수 있다. 더 이상 수백 년간 썩지 않으며 환경호르몬을 내뿜는 석유 플라스틱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 사용 후 땅에 묻으면 몇 달 만에 깨끗하게 자연으로 돌아가는 포장재, 그것이 화이트 바이오가 그리는 미래다.


여기서 더 나아가면, ‘바이오 리파이너리’라는 거대한 산업 혁명에 도달한다. 울산과 여수의 해안선을 가득 메운 석유화학 단지를 상상해 보라. 이제 그 자리를 미생물과 효소로 가득 찬 거대한 ‘생물 정제 공장’이 대체한다. 시커먼 원유 대신, 볏짚이나 폐목재 같은 ‘바이오매스’를 원료로 투입하면, 이 미생물 공장은 플라스틱은 물론이고 의약품, 화장품 원료, 심지어 항공기 연료까지 만들어낸다. 이는 단순히 환경오염을 줄이는 차원을 넘어,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대한민국의 에너지 및 자원 안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산업의 독립선언’과도 같다.


‘블루 바이오’, 즉 해양 바이오 기술은 이 순환의 고리에 무한한 가능성을 더한다. 지구의 허파는 아마존이 아니라 바다다. 바다의 미세조류(microalgae)는 육상 식물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며 성장한다. 우리는 이 미세조류를 거대한 해양 농장에서 배양하여 차세대 바이오 연료를 생산할 수 있다. 이는 식량과 경작지를 두고 경쟁할 필요가 없는 가장 이상적인 청정에너지원이다. 또한, 특정 해양 미생물은 현재 인류가 만들어 낸 플라스틱 쓰레기를 분해하는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음이 밝혀지고 있다. 바다를 오염시킨 문제의 해답을, 다시 바다의 생명으로부터 찾는 것이다.


이 모든 기술이 융합될 때, 비로소 ‘바이오 순환 경제’가 완성된다. 도시의 스마트팜(그린 바이오)에서 나온 식물 부산물은 화이트 바이오 공장의 원료가 되어 생분해 플라스틱을 만든다. 이 플라스틱으로 포장된 안전한 먹거리를 우리가 소비하고, 남은 음식물 쓰레기는 다시 미생물의 먹이가 되어 에너지나 비료로 전환된다. 공장에서 배출된 이산화탄소는 해조류 양식장(블루 바이오)으로 공급되어 성장의 자양분이 된다. 시작도 끝도 없이, 모든 것이 서로의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완벽한 순환의 고리.


이것은 단순히 환경을 보호하는 소극적인 차원을 넘어선다. 성장을 하면서 동시에 환경이 복원되는, 인류 역사상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문명의 패러다임이다. 우리 몸의 세포가 외부의 영양분을 받아 에너지를 만들고, 노폐물을 배출하며, 다시 새로운 세포를 만들어내는 생명의 신진대사처럼, 우리의 도시와 산업, 국가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처럼 순환하고 호흡하게 되는 것. 이것이야말로 2부에서 진단했던 모든 균열을 근본적으로 치유하고, 인간과 자연이 다시 하나가 되는 지속 가능한 문명을 향한 가장 위대한 설계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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