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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반림 Sep 10. 2024

06. 무모한 용기, 그 첫 도전의 기억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기 위해서 나는 새로운 목표와 계획들을 세워갔다. 당시를 회상하자면 엉성함이 가득한 계획들뿐이지만 그 엉성함 마저 성장의 하나로 삼기 위해 실패라는 단어를 모두 지운 뒤 오로지 직진했다. 이젠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해야 했다. 그저 짐이 되는 것이 너무도 싫었기에 나는 외로움 길로 접어들었다. 나의 고독은 이 시절부터 시작되었다. 비록 어린 나이이기에 실수로 가득 찬 생각 들 뿐이었지만 그만큼 소중했던 것은 별로 없다. 내 10대 후반은 인간에 대한, 관계에 대한 고민과 고찰뿐이었다. 절대로 행복하다고 여길 수 없는 순간들이었지만 가장 비싼 내 정신이다.


 엄마들은 걱정하라고 내려준 존재 같다. 자식을 대할 때면 모든 부분에 있어서 걱정이다. 적당한 걱정은 도움이 되지만 과도한 걱정은 족쇄를 차게 하고 스스로 무언가를 할 수 없게 만든다. 하지만 대부분의 엄마가 자식이 걱정되는 마음으로 살다 보니 무리하기 일쑤다. 그것을 알아줄 리 없는 자식들은 답답함을 느끼고 세대 차이라 말한다. 그럴 때 엄마들도 자식이 왜 그것을 원하는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아무리 엄마라는 역할을 처음 맡게 되었어도 말이다. 자식도 엄마의 모든 뜻을 알고 있지만 엄마이기에 투정과 불만을 토로한다. 그러니 절대 서운해 하지 말고 자식의 이야기가 비록 본인들의 기준에 미치지 못할지언정 들을 귀를 열길 바란다. 한두 번 한다고 자식들은 말하지 않겠지만 노력은 언젠가 대화의 장이 될 것이다.


 우리 엄마는 내 얘기를, 마음을 닫고 들었다. 분명 나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람으로 변했으니 말이다. 나는 그 기대에 항상 부응하지 못했으니, 본인의 기준에서 벗어난 내 얘기를 듣지 않았다. 내 계획들은 이러했다. 서울에 올라가 알바하고 대학을 알아본 뒤 조금이라도 빨리 학교에 들어가는 것. 하지만 엄마는 내가 서울에 올라가 경험을 쌓는 것이 위험하다는 판단에서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그 말을 할 줄 알았던 나는 알겠다 말한 뒤 알바를 모아둔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한 후 알아보았다. 평범한 것은 싫었지만 고작 내 나이에 할 수 있는 거라곤 서빙하는 일뿐이다. 그러던 중 우연히 어린이 뮤지컬 알바라는 글을 보았다. 나는 다소 특이한 알바 제목에 클릭해 아무런 상의도 하지 않은 채 서둘러 지원서를 보냈다.


 다음날 어린이 뮤지컬을 진행하는 극단에서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가 걸려 왔다. '지원해 주신 분 맞나요? 면접할 수 있으세요?' 아마도 인원이 급한 듯 보였다. 알겠다. 대답한 뒤 다음 날로 면접 일정을 잡고 서울로 올라갔다. 서울은 내가 살던 곳에서 고속버스로 2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위치했다. 다행히도 금세 도착했고, 면접 장소까지 금방 갈 수 있었다. 도착한 면접 장소는 그저 한 텅 빈 춤 연습실 같은 곳이었다. 알고 보니 그곳은 극단에서 극을 연습하는 공간이었고, 면접인 줄 알았던 그 공간은 오디션장이었다. 당연히도 연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면접관은 나더러 자유연기를 보여달라 했고, 그나마 드라마에서 봤던 대사들로 대사를 했다. 재미난 것은 난 그 오디션에 합격하고 말았다. 그 합격으로 업체에서 급하게 사람을 구하고 있던 것은 사실로 밝혀졌고, 나는 다시 집으로 내려가 이 사실을 엄마에게 전했다. 



*이미지는 핀터레스트에서 가지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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