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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집

초대하지 않은 손님

by 보통의 건축가

일층 술방에 앉아 시를 쓰고 있었다.

산책을 막 끝내고,

두물머리에 늘어선 가을의 나무가 인상적이었던 때문이다.

그러다 창가에서 소리가 들리길래 바라봤더니

거기 초대하지 않은 손님이 앉아 있었다.

그 손님도 많이 놀랐던지 얼음처럼 굳어서 한참을 그렇게 서로 바라만 봤다.

손님은 떠날 마음이 없어 보이고.

그래서 조용히 불을 꺼주고 나왔다.

다락에 올라 쓰던 시를 마저 썼다.


오래된 집


등을 기댈 기둥 하나

마음 가는 대로

뻗은 서까래

얼기설기 기와는

틈새로 빛을 들이고

윗 물이 아래로 흘러

한 방울 위로가

손 끝에 닿는다


나무는 오래된 집

매해 새로 지을 숙명이

어느 이에게는

운명이기를 소원한다


집은 겨울이 오기 전

스스로를 활활 태우고

등을 기댄 그리움 만은

얼어 죽지 않기를

다시 만나자 새긴 약속

새 봄에 상량하는 꿈을

겨울잠에서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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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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