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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혜 Jun 07. 2021

청바지의 변신 : 리 싸이클링

단 하나 밖에 없는 디자인!

   시댁의 형제는 10남매다. 사람들에게 말하면 다들 놀란다. 시부모님은 담배 농사를 하셔서 자식들을 가르치셨다. 내가 결혼하려 한 때는 어머님 회갑 잔치 때였는데 대가족이 시골에서 잔치를 하는 모습이 참 정겹고 화기애애 보였다. 농사를 지으시니 허드레 옷이 많이 필요했고, 형제들이 많으니 서로서로 안 입는 옷도 물려 입혔다. 둘째 시누이가 딸만 둘인데 자주 안 입는 옷을 가져왔고 대부분 브랜드 옷이었다. 

    그때부터였다. 청바지를 어떻게 재사용해볼까 궁리 하기 시작한 것이. 내가 어릴 때 나팔바지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얼마나 통이 넓었는지 거리를 휩쓸고 다녔었다. 유행은 돌고 돌아 통 넓은 청바자가 유행이었는지 청바지를 가져다 놓았는데 철퍼덕 거려 일 할 때도 못 입고 여자 애들이 입었던 거라 아무도 사이즈가 맞는 이가 없는 것이다. 거의 새 옷 같은데 값도 비싼 옷이라 아까웠다. 궁리 끝에 바지를 다 해체해서 작은 손가방을 두 개 만들었다. 한 개는 수도 놓고 하나는 바지에 달려 있는 고리가 예뻐서 그걸 디자인처럼 배치해 만들었다. 내가 만든 첫 에코 백이었다. 그걸 시작으로 한개씩 새로운 걸 만들었고 잘 들고 다녔다 . 지금은 에코 백이 유행이라 많이 들고 다니지만 그땐 에코 백이란 말도 없었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가방이어서인지, 어떻게 만들까 고민하고 시간과 정성을 들인 탓인지 애착이 갔다. 누군가는 천 쪼가리 덧붙여 만든 가방이라 우스울지 모르나 난 내 멋에 들고 다닌다. 처음에는 재봉틀이 없어서 다 손으로 만들었다. 재봉틀 갖는 게 소원이라고 버킷리스트처럼 적어놨더니 어느 날 인가 남편이 사줬다. 그때 얼마나 좋았던지.... 학교 다닐 때 배웠는데도 재봉틀은 기술이라서 처음에는 서툴고 바느질이 삐뚤빼뚤 지멋대로다. 하도 답답해 수선집 사장님께 잘하는 법이 뭐냐고 물어봤다. 열심히 하는 거밖에 없단다. 에휴~~~ 그게 답이라고..... 그런데 마스크 만들다가 차츰 실력이 늘어났다. 자꾸 하다 보니. ㅎ ㅎ 역시 그게 정답이구나. 만 시긴의 법칙. 뭐든 공짜는 없다. 

   좋아하는 친구들에게 선물도 하긴 했지만 내 정성껏 만든 것들이 어느 구석에 쳐 박혀 울고 있을까 봐.... 그래서 잘 주진 못한다. 언젠가는 다 나눠야겠지만.

     

     요즘은 환경 문제가 심각하다.  만든 옷도 넘치고 안 입고 버리는 옷들도 넘친다. 안 쓰는 물건들 버리는 것들을 재활용해 리싸이클링 하면 환경에 도움이 작게나마 되지 않을까 싶다. 난 길 가다가 도 누가 버린 멀쩡한 가구나 물건을 보면 너무 아까워 다시 쓸 수 없을까 고민해본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책상도 버리고 간 식탁과 의자 한 개를 가져다 쓰고 있다. 아들이 쓰던 방이 이젠 내 작업실이 되었고 글 쓰고 할 책상이 필요했는데 ' 필요하신 분 가져가세요' 친절하게 써 놔 주셔서 얼씨구나 차에 실어 와 너무 잘 쓰고 있다. 그분이 참 고맙다. 


     주로 아들 딸이 안 입고 내놓은 청바지로  앞치마, 파우치, 쿠션도 만들고 식탁에 컵받침도 조각을 이어 붙여 만들어 본다.   요즘엔  안  맞는 옷이나 예쁜 천들이 있으면 뭘 만들지 궁리한다.

     그런데 난 떨어진 단추 룰 달거나 바지 단을 고치거나 이런 건 재미가 없다. 뭔가 새로 다시 재탄생시키는 게 참 좋고 신나고 재밌다. 그래서 나만의 마스크도 많이 만들었다. 아들이 마스크 만들어 팔아 보라는데 사업으로 하기엔 하는 일이 있어 어려웠다. 

      난 환경 운동가도 아니고 환경을 지키는 실천가도 못 된다. 아주 작고 소소한 나만의 방법을 하는 것뿐이다. 우리들의 지구는 소중하니까. 미래의 우리의 후손들에게 좋은 환경을 물려줘야 하므로.

      여름이 되니 옷차림도 가벼워지고 하나씩 내가 만든 유일한 디자인의 백을 든다.

       오늘은 뭘 들까? 옷에 어울리는 가방이 뭘까? 행복한 고민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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