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르타 디자인팀의 AI 에이전트 도입기
AI 기술의 발전이 정말 빠르게 일어나고 있어요. 최근 앤트로픽에서 Claude의 디자인을 총괄하고 있는 Jenny Wen은 “디자인 프로세스는 끝났다”고 이야기하며 많은 디자이너들에게 충격을 줬어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업무 시간의 60~70%가 목업과 프로토타이핑이었지만 지금은 그 비중이 30~40%로 줄었고, 대신 그 자리를 엔지니어와 어떻게 구현할지 설계를 논의하고, 직접 구현하는 시간으로 채워가고 있다고 해요. 앞으로 프로덕트 디자이너의 역할은 만드는 사람에서 방향을 잡아주는 사람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직군 간 경계는 빠르게 허물어질 것이라는 이야기였습니다.
AI의 장점은 단순히 시간을 아껴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리가 가보지 못했던 전문 분야로의 확장을 가능하게 해준다는 점이에요. 기획, 디자인, 개발 직군이라는 벽에 가로막혀 있던 우리 모두가 기획부터 배포까지 해낼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면 어떨까요? 디자이너가 코드의 논리를 직접 다루고, 기획자가 디자인 시스템의 가이드 안에서 고도화된 결과물을 직접 뽑아낼 수 있는 팀이 되는 거예요.
그래서 저희 디자인팀은 디자이너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전사에서 활용할 수 있는 'AI 에이전트'를 직접 만들기로 했어요. 사실 이미 시장에는 프로덕트 디자이너의 업무를 돕는 수많은 에이전트와 스킬들이 존재해요. 하지만 이를 우리만의 제품 맥락, 고객 특성, 팀의 일하는 방식에 완벽히 맞추는 데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었죠. 결국 '진짜 문제'를 해결하고 실무에 즉시 투입할 수 있는 수준의 결과물을 얻기 위해서는, 팀의 DNA가 깊게 투영된 우리만의 에이전트가 필요했어요. 그래야만 AI가 단순한 보조 도구를 넘어, 실질적인 비즈니스 임팩트를 만드는 파트너로서 제 역할을 다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디자이너는 물론이고, 디자인을 해본 적 없는 동료들조차 우리 팀의 원칙이 투영된 수준 높은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예요. 누구나 높은 품질의 실험을 주저 없이, 그리고 빠르게 시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요.
앞으로의 아티클들은 디자인팀이 Claude Code를 손에 쥐고, 직군의 경계를 허무는 AI 에이전트를 어떻게 구체화해 나가는지에 대한 기록이 될 예정이에요. 조직 성장의 파이프라인을 설계하려는 저희의 시도가, AI 시대를 준비하는 많은 동료 프로덕트 디자이너분들에게 기분 좋은 자극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본격적으로 에이전트를 설계하면서 가장 먼저 마주한 고민은 '구조'였어요.
보통 제품 개선 프로젝트는 정해진 순서를 따라 진행되기 때문에, 우리에게 익숙했던 디자인 프로세스에 맞춰 에이전트 기능을 정의할까 생각했어요. 하지만 Claude Code를 통해 실험을 거듭하며 한 가지 깨달음을 얻었어요. AI가 개입하는 순간, 우리가 알던 기존의 업무 문법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었죠.
AI와 함께라면 최소한의 기획 후 바로 프로토타입을 배포하고, 그 결과물을 보며 역순으로 기획서를 다듬는 것이 가능해져요. Figma를 활용해 디자인할 필요 없이 먼저 개발한 페이지로 UT를 진행하거나 설문을 해볼 수도 있죠. 우리는 이 유연함을 수용하기 위해 '순서'가 아닌 '기능과 목적 단위의 분류'를 선택했습니다.
단순히 편리한 도구를 만드는 것을 넘어, 팀스파르타 전체의 생산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네 가지 기준을 세웠어요.
① 직관적인 접근성: 타 직무의 동료도 필요한 스킬을 직관적으로 찾아 쓸 수 있어야 해요.
② 유연한 연결성: 리서치를 하다가 곧바로 크리틱을 받거나, 크리틱에서 받은 피드백을 UI 디자인에 즉시 반영할 수 있어야 해요. 스킬 간의 전개와 연계가 자유로워야 합니다.
③ 일관된 맥락 유지: 제품 원칙, 고객 정의, 디자인 시스템 등 '중앙 정책'을 모든 스킬이 공유하며 일관된 결과물을 만들어야 합니다.
④ 즉시 활용 가능한 완성도: 실무에서 실제 사용자 경험에 문제 없는 수준의 결과물을 제공합니다. 스킬은 검증된 기준과 맥락을 바탕으로 동작하며, 임의 추측 없이 일관된 품질을 유지합니다.
고민 끝에 저희는 에이전트의 핵심 기능을 리서치, UX 라이팅, UI 디자인, 크리틱, 핸드오프라는 다섯 가지 기둥으로 정의했어요. 가장 상위에는 제품의 정의와 디자인 원칙이 담긴 '중앙 정책'이 자리 잡고 있어요. 각 스킬은 이 정책을 실시간으로 참조하며 작업을 수행합니다.
리서치 설계: 문제 상황에 적합한 리서치 유형을 제안하고 구체적인 실행 계획 문서 작성
인사이트 도출 및 결과 패턴 분석: 인터뷰 데이터를 테마별로 구조화, 유저 행동의 핵심 패턴 분석
리서치 자산화 및 DB 관리: 개별 리서치 결과와 참여자 정보를 DB 기록, 지속 가능한 지식 자산으로 관리
맥락별 카피 생성: 팀의 보이스&톤과 제품 맥락을 바탕으로 최적화된 문구 제안
와이어프레임 자동 반영: 기획 단계 와이어프레임에 최적의 카피를 즉시 배치
지능형 검수: 라이팅 가이드 준수 여부 확인 및 실시간 맞춤법 교정
시스템 기반 UI 생성: 기존 UX 패턴 및 디자인 시스템 라이브러리 기반 화면 자동 구현
반응형 자동 정의: PC·태블릿·모바일 간 디바이스별 자유롭게 전환이 가능하도록 규격 설정
레퍼런스 변환: 이미지·웹 링크 분석 및 디자인 시스템 기반 피그마 파일 생성
다각도 입체 검수: 디자인 원칙, 제품 정책, 개발 구현성을 아우르는 통합 분석
잠재 리스크 진단: 접근성, 다크패턴, 인터페이스 공정성, 제품 신뢰도 항목 선제 점검
제품 안정성 확보: 출시 전 예상되는 사용자 경험 및 정책적 오류 사전 발견
핸드오프 정책 정의: 개발 구현에 필요한 핵심 정책 및 가이드라인 수립을 지원
동작 스펙 자동화: 상태별(State) 동작 방식 및 예외 조건(Edge Case) 명세화
커뮤니케이션 효율화: 구현 시 필요한 상세 정보를 스펙 문서로 즉시 정리
한 걸음 더 나아가, 저희는 넓은 범위로 비즈니스까지 고려한 독립적인 성격의 '유저 에이전트'까지 추가하려고 해요. 디자인 업무 내에서 사용하는 것 뿐만 아니라 사업의 확장성을 고려해서 전사 모든 동료들이 사용하며 언제든지 가상의 유저에게 질문을 던지며 검증해 볼 수 있는 기능이죠. 예를 들면 "우리의 타겟 고객이라면 이 버튼의 문구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같은 질문에 AI 유저가 즉각적인 피드백을 주는 식으로 말이죠. 그래서 우리 제품의 페르소나 정의와 세그먼트 분류를 반영하여 조건에 맞는 유저를 선택할 수도 있게 하고 싶었어요.
결국 저희가 만들고 있는 것은 프로덕트 디자이너를 대체해서 업무를 대신해 주는 로봇이 아니에요.
디자이너의 전문성을 시스템화하여, 누구나 높은 수준의 프로덕트를 민첩하게 만들어낼 수 있는 '생각의 파이프라인'을 함께 만들어 가는 과정이에요.
이 유연한 구조 위에서 어떤 스킬들이 구현되고 우리 제품에 어떻게 녹여내고있는지, 다음 글에서 하나씩 소개해 드릴게요.
by 곽진 & 고우정, 프로덕트 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