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덕트 디자인팀의 스크럼 변천사
팀스파르타 디자인팀은 총 6명의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구성되어 있어요. 지금은 사업 단위 + 퍼널/UX 유형에 따라 좀 더 넓은 관점에서 업무를 분담하고 있지만, 3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한 명의 디자이너가 하나의 사업부를 오로지 전담하고 있는 형태였어요. 사업부 안에서 벌어지는 모든 고객 경험을 디자인해야 했죠. 때문에 개인의 담당 범위가 넓고, 디자이너 간 업무 영역이 거의 겹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었어요.
같은 팀이었지만 서로 하는 일을 명확히 알 수 없었어요.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니 각자 얻은 배움이나 정보 같은 걸 나누기도 힘들었죠. 다른 사업부의 제품에서 생긴 중대한 변화를 늦게 알아차리는 경우도 있었고, 간혹 다른 사업부 프로젝트를 대신 맡게 되었을 때는 히스토리를 파악하는 데에만 많은 시간이 걸렸어요. 이와 같은 구조로는 디자인팀의 결속력을 다지기 어렵거니와, 대부분 주니어 경력이었던 당시 디자이너들의 성장을 이끌어낼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6명의 디자이너가 한 명의 디자이너처럼 움직이자!' 디자인팀의 아주 오래된 슬로건은 그날로부터 시작되었어요. 매일 아침 모든 디자이너가 한 자리에 모여 오늘 할 일을 공유하게 되었죠. 2022년 첫 스크럼을 시작으로 벌써 2025년의 봄을 지나고 있는 스파르타 디자인팀. 과연 그들은 얼마나 달라졌을까요? 정말 한 몸처럼 움직이는 디자인팀이 되었을까요?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4년째 굴러가고 있는 디자인팀의 스크럼 변천사, 지금 들려드릴게요!
멋진 일을 벌이려면 그에 걸맞은 멋진 이름이 필요하죠. 스크럼 도입에 앞서 머리를 맞대고 결정한 이름은 디톡스(Design Talks)였어요. 디자이너들이 나누는 ‘디자인 이야기 시간’이라는 직관적인 의미를 담았어요. (디톡스의 의미를 모르는 다른 팀의 동료들은, 혹시 아침마다 디자이너끼리 모여서 몸에 좋은 거라도 챙겨 먹는 거냐며 의심하곤 했어요.)
이것이 최초의 스크럼 템플릿이에요. ‘온도체크’로 오늘 동료의 컨디션을 확인하며 간단한 담소를 나눈 뒤 하고 있는 업무를 공유했어요. 이 시간을 빌려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땐 ‘오늘의 디톡스 주제’를 통해 언제든 토픽을 발의할 수 있었어요. 마지막 순서인 inspirations 섹션에서는 흥미로운 레퍼런스를 자유롭게 나눴답니다.
그래서, 도움이 되었을까요?
당연히!
모두가 모이는 자리가 주기적으로 생기니, 단순 업무 공유뿐만 아니라 팀을 위한 아이디어를 꾸준히 나눌 수 있게 됐어요. 디자인 시스템을 함께 공부하거나 용어집을 만들기 시작했고, 새로운 업무 프로세스를 제안할 수도 있었어요.
하지만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존재했어요.
결국 스크럼의 목표는 ‘서로가 하고 있는 일을 함께 공유하는 것’이었는데, 정작 다른 이야기들을 나누느라 업무에 대한 결과나 고민을 한정된 시간 안에 나눠야 했어요.
모든 일이 하루 안에 끝나지는 않잖아요? 어제 하던 일을 오늘 이어서 볼 수도 있었지만 그런 연결성까지 파악하긴 어려웠어요.
지난 업무가 잘 끝났는지 결과를 알 수 없었어요.
한 달 정도 초기의 템플릿을 유지하다가, 위와 같은 문제점을 바탕으로 새로운 구조를 시도하게 되었답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동료의 뇌 속을 열어보자!’ 비장한 의도 아래 ver 2 템플릿에서는 업무 외 토픽의 비중을 낮추고, 업무 중 생긴 고민과 생각을 나눌 수 있도록 새로운 영역을 추가했어요. 아래 양식이 각 디자이너가 채워야 하는 내용의 전부예요. 온도체크도 사라졌고, 이전보다 훨씬 단순해졌죠?
ver 2-1
어제 한 일과 오늘 할 일을 함께 작성했어요. 마지막으로 장애물&고민 영역을 마련하여 현재 디자이너의 업무를 방해하고 있는 요인을 빠르게 파악하고 함께 해결할 수 있도록 했죠.
ver 2-2
여기서 한 번 더 진화! 업무의 배경에 대한 작성 비중을 높였어요. 해당 프로젝트의 목적, 기획 상의 요구사항, 그 안에서 디자이너로서 의사결정한 것들을 기록하게 했어요. ‘결정’을 기록하는 영역이 생기니 의식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릴 때 더 숙고하게 되었고, 동료의 사고 흐름을 엿보며 감각을 함께 키울 수 있었어요.
고민을 나누는 것의 가장 큰 장점은 ‘개인의 고민을 함께 해결할 수 있는 구조’가 되었다는 것이었어요. 디톡스 시간에 머리를 맞대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면서 훨씬 빠르고 합리적으로 의사결정할 수 있었고, 혼자였다면 상상할 수 없던 기막힌 돌파구를 찾아내기도 했어요.
스크럼이 어쩌면 디자인팀의 문제 해결 프레임워크 그 자체가 되어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후 업무에 대한 설명을 더욱 구체적으로 작성하게 되면서, ver 3의 템플릿이 등장했죠.
ver 3에서는 프로젝트에 대한 맥락 설명이 훨씬 구체적으로 바뀌었어요.
프로젝트의 목적, 배경, 결과 지표, 요구 사항, 데이터 요청, 고민 포인트까지. 일의 맥락을 보다 구조적으로 작성할 수 있도록 했어요. 동료가 어떤 목적 하에 솔루션을 생각하고 있는지, 그 안에서 해결하고 있는 고민은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 수 있게 됐어요.
결과적으로 디톡스는 디자이너가 자신의 작업물을 논리적으로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맥락에 대한 충분한 이해도를 바탕으로 훨씬 유효한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었어요.
한편 새롭게 추가된 데이터 기반 항목에서는 디자인팀의 성장 목표가 엿보이는데요. 당시 팀에서는 ‘프로덕트 디자이너의 데이터 역량’에 대해 관심이 많았고, 디톡스로 그 역량을 키우는데 도움이 되고 싶었어요. ‘결과 지표’를 통해 프로젝트의 목표를 꾸준히 상기시켰고, PM이 기획서를 통해 공유해 준 데이터 말고도 추가로 확인해보고 싶은 지표가 있다면 ‘데이터 요청’에 리스트를 남기고 스스로 찾아볼 수 있게 했어요. 단순히 주어지는 데이터를 읽는 것뿐만 아니라 필요한 데이터가 무엇인지 알고, 나아가 좋은 질문을 던질 수 있는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서요.
시간은 또 흐르고 흘러 어느덧 2024년의 디톡스. 마침내 최종 진화한 모습을 소개할게요!
전체 모습
각자의 이름 아래 ‘이번 주의 모든 업무’를 기록해요. 어제/오늘 뿐만 아니라 이번 주의 모든 업무를 나열하면서 자연스럽게 한 주의 계획을 세우게 돼요.
이번 주는 리소스가 가득 차서 바쁜 상태인지, 특별히 여유로운 날이 있는지도 기록해요. 이걸 참고해서 서로의 업무 포화도를 확인하고, 급하게 들어온 요청사항이 있을 때 이를 기준으로 업무를 배정하기도 해요.
프로젝트 상세
각 프로젝트 제목의 토글을 열면 업무의 배경을 작성할 수 있는 표가 나와요. 문항 자체는 ver 3에서 사용하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프로젝트의 목적과 배경, 요구사항, 참고 데이터, 유저 케이스, 고민 포인트, 피그마 링크를 순서대로 남길 수 있어요.
특별히 달라진 점이 있다면 ‘좋았던 점’, ‘아쉬웠던 점’을 남길 수 있는 회고 작성 칸이에요. 특별히 기록하거나 공유하고 싶은 러닝 포인트가 생길 때 적어요.
맥락을 상세하게 기록할 수 있게 되자 매일 얼굴을 보지 않아도 서로의 업무를 파악하는 것이 쉬워졌어요. 매일 시행하던 디톡스를 최근에는 주 3회로 축소하게 되었는데, 오히려 만나는 시간이 줄어드니 새롭게 느껴지는 효용이 있었어요.
매일 보지 않으니 디톡스 문서를 더욱 신경 써서 작성하게 됐어요. 말로 전하지 않아도 동료가 내 일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디톡스 시간에 더욱 집중하게 됐어요. 매일 디톡스를 진행할 땐 어제도 들었고, 그제도 들었던 이야기를 하게 되는 비효율이 있었거든요. 이제는 만날 시간이 한정되니 스크럼에 대한 몰입도가 높아졌죠.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시간을 참고하여 업무 스케줄을 세울 수도 있었어요. 금요일이 마감인 일이 있다면, 수요일 디톡스를 활용해서 초안을 피드백받고 목요일에 완성해야겠다! - 하는 식으로요.
동료의 자리에 찾아가거나 팀 채널을 통해 의견을 묻는 것이 자연스러워졌어요. 매일 피드백을 받을 수 없다 보니, 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동료에게 조언을 구하게 되었어요. 소통의 형태가 다양해졌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변화로 느껴졌어요.
이상, 4년에 걸친 디자인팀의 스크럼 변천사였어요. 어떠셨나요? 저는 긴 여정을 되돌아보며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과거의 흔적을 다시 읽어보니 팀이 얼마나 빠르게 성장해 왔는지, 그 안에서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와 배움이 있었는지를 새삼 깨달을 수 있었거든요.
‘최종 진화’라고 표현하긴 했지만, 사실 디톡스는 지금도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어요. 더 좋은 성장의 발판이 되기 위해 새로운 질문을 추가해보기도 하고, 더 나은 방식을 찾았다면 과감하게 수정해요. 덕분에 디톡스는 단순한 스크럼을 넘어, 디자인팀의 팀워크와 역량을 키워주는 성장의 도구로 자리 잡았어요.
디톡스는 우리의 일에 더 깊게 몰입하게 만들고, 동료를 더 잘 이해하게 해 주고, 더 나은 문제 해결자가 될 수 있도록 이끌어줬어요. 앞으로도 팀의 상황과 필요에 맞게 조금씩 달라질 거예요. 중요한 건 우리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함께 걷고 있다는 것이겠죠.
디자인팀의 다음 디톡스는 또 어떤 모습일까요? 앞으로의 변화도 차곡차곡 기록해보려 해요. 그때도 지금처럼 즐겁게 돌아볼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by. 곽진, 프로덕트 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