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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일맨 Jun 26. 2024

핸드폰 안 하고 생각해 볼게요

"잠깐 대화 좀 나눌 수 있을까요?"

"5분만 시간 내주실 수 있나요? 아니, 딱 3분이면 돼요"


눈이 부시도록 밝은 날 오후 3시. 처음 가보지만 또 그렇게 낯설지만은 않은 아파트 단지 안에서 내 말에 귀 기울여주길 처절히 갈구하고 있다.


금요일도 토요일도 아닌 화요일 대낮에, 보통 일하는 시간에 한가하게 단지와 산책로를 거닐 수 있는 사람들인데도 단 3분의 여유도 없다고 한다.


시간보다는 마음의 여유가 없는 것이리라… 대충 무슨 말을 나에게 할지 이미 알고 있고, 난 그 말을 들어줄 요량이 손톱만큼도 없으므로…


물론 그들의 마음이 이해된다. 나 역시도 모르는 이가 잠시 이야기하자고 내 가는 길을 멈춰 세운다면 칼같이 차갑게 차단하고 살짝 피해 갈 테니 말이다.


시간을 기꺼이 내어준 이들은 역시 연세 지긋한 어르신과 어린아이들이었다. 어린아이와 같지 아니하면 천국에 들어갈 수 없다는 예수님의 말씀이 진리라는 것을 체험할 수 있는 순간들이었다.


단지 내 사람들은 거의 만난 것 같아 대로변으로 갔다. 사람들은 많았지만 역시 잠깐이라도 대화를 나눈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바삐 어딘가를 향해 가는 사람들, 말 꺼내기 무섭게 "됐어요" 하는 사람들, 다가가 인사하자 몹시 당황하며 어쩔 줄 몰라하는 교복 입은 학생들까지…


그런데 신기한 일을 경험하게 된다. 깨발랄한 얼굴을 한 여중생 하나가 관심을 보이는 것이다. 잠깐 이야기할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인터뷰하는 것이냐며 궁금해한다.


옆에 함께 있던 약간은 수줍어하는 친구도 함께 공원 벤치에 앉았다. 몇 분 동안 같이 간 아내와 우리가 믿는 것, 그리고 예수에 대해 설명해 주었고 아이들은 생각보다 진지하게 우리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예수님이 실제 인물이었어요? 오늘은 집에 가서 핸드폰 안 하고 예수님에 대해 생각해 볼게요"


예수는 사이비종교의 많은 교주들처럼 자신이 "신"이라고 떠들고 다녔으나, 사기꾼 또는 미치광이는커녕 세계 4대 성인으로 추앙받고 있으며,


심지어 그의 탄생일은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우리나라에서도) 공휴일로 지정되어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하는 날이 되었다.


예수님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는 사람은 아마 단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여중생들처럼 단지 예수를 훌륭한 사람으로만 알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오늘 어릴 때부터 낯선 사람은 절대 따라가선 안된다고 철저하게 교육을 받고 자란 중학생, 그것도 여학생과 나름 즐거운 대화를 나누었다. 분명 예비된 만남이었으리라…


그리고 예수님에 대해 알려줘야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 여중생처럼 예수는 핸드폰 따위는 잠깐 제쳐두고 생각해 봄직한 인물이라는 것이다.


그 여중생은 예수님에 대해 생각해 보고 과연 어떤 결론을 내렸을까? 나이만 겨우 알지 이름도 성도 모르는 그 친구를 아마 다시 만날 일은 없을 테지만,


어떤 교회에서 예배드리고 있을 그 친구와 같은 시간 다른 공간이지만 역시 예배하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교차된 이미지를 머릿속으로 한 번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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