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작은 실수 하지만 값비싼 실수

; 세계 GDP의 25%를 차지하는 미국의 실수는 그들만의 실수가 아니다

by 김상국

미국의 작은 실수, 하지만 값비싼 실수

20221214 – 경희대학교 명예교수 김 상 국


사람은 실수할 수 있다. 국가도 실수할 수 있다. 그러나 개인의 실수는 그 결과가 그 개인에게만 그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는 큰 문제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국가의 실수는 큰 문제다. 왜냐하면 국민 전체에 그 영향이 미치기 때문이다.


나는 가끔 “진보가 옳으냐? 보수가 옳으냐?”라는 질문을 가지고 사람들이 논쟁할 때 이런 생각을 했었다. 개인은 진보일수도 있고, 보수일수도 있다. 그러나 국가운영은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왜냐면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잘못된 의사결정에 의한 결과는 국민전체에 그 영향이 미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국가운영은 보수적이어야만 한다. 국가나 국민은 실험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어떤 정치인에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역사적으로 무책임한 사람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어떤 행동이 보수냐 진보냐는 사람에 따라 그리고 사안(事案)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국정운영은 최고의 이익을 포기할 지라도 신중하고 안정적으로 나라를 운영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러한 안정적인 국정 운영 방식은 미국과 같이 세계경찰 역할을 하는 나라인 경우에는 더욱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지금까지 그런 역할을 비교적 충실히 잘 해왔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나 최근 미국입장에서는 작게 보이지만 큰 실수가 눈에 띄어 우려되는 바가 크다. 큰 대륙 하나를 독차지하고 있고, 태평양과 대서양이라는 큰 바다에 의해 보호받고 있는 미국 입장에서는 작은 실수로 끝날 수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게는 미국의 신중하지 못한 의사 결정은 그 국가 운명(運命)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리는 현대사에서 그런 예를 무수히 보아왔다. 대부분의 현대 분쟁은 과거 식민지 경영국가들인 영국과 불란서가 만든 것들이다. 그 지역의 민족적 특성이나 언어, 종교 등을 고려하지 않고 탁상위에서 ‘하급 장교’들이 죽죽 국가 경계선을 그은 것들이 오늘 날 대부분의 국경분쟁의 원인이다.


중동분쟁, 아프칸 전쟁, 코소보 문제, 티모르문제, 파키스탄 분쟁 등 그 예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러나 다행스럽게 세계 GDP의 25%를 차지하는 미국이 비교적 중간자적 입장에서 대처를 잘 해 주었기 때문에 분쟁 속에서도 세계평화를 누릴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최근 이런 상황에 바람직하지 않은 바람이 불고 있는 듯하다.


최근 미국과 사우디와의 이상 기류는 세계 경제에 예기치 않은 뇌관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 이유를 자세히 살펴보자. 미국과 사우디 불화는 단순히 원유문제가 아니라 미국 달러 패권문제 그리고 중국 문제와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말할 것도 없이 우리나라 경제에도 심대한 잠재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우선 달러 패권문제 즉 달러의 『기축통화』 문제를 설명해 보겠다.


자기 나라 통화가 기축통화가 된다는 것은 일반 보통 사람들은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의 큰 이익을 그 나라에 가져다준다. 그 메카니즘을 살펴보자.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여러 나라는 밤잠 안자고 열심히 일하여 미국으로 자동차, 냉장고, 반도체를 수출한다. 그리고 달러를 받고 돈을 벌었다고 기뻐한다. 요즘에는 기삿거리도 안 되지만 100억불 수출을 달성한 해에 우리나라는 전국적인 축제 분위기였다.


우리나라가 수출하여 버는 이익률은 8% 이하가 대부분이다. 평균 4,5% 정도라고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런 이익률은 결코 낮은 수익률이 아니다. 기뻐할만 한 수준이다.


그러나 미국 측 입장에서 이 거래를 분석해 보자. 우리는 그들에게 무거운 자동차와 냉장고를 가져다주지만 그들이 우리에게 주는 것은 달랑 종이 지폐인 달러를 주는 것으로 끝이다.


100달러 짜리 지폐의 생산원가는 2~3달러하고 한다. 2.5달러라고 하자. 그러면 미국이 취하는 이익률은 100 나누기 2.5인 40배다. 퍼센트로 따지면 4,000%다. 4,5% 이익률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기축통화국』이 갖는 엄청난 이익이다.


왜 이것이 가능할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나라 원화는 세계적으로 통용 되지 않지만 달러는 세계 어디서나 누구나 받아주기 때문이다. 즉 달러를 가지고 있으면 필요한 물건을 세계 어디서든지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기축통화』의 위력이다. 그 나라 화폐가 기축통화냐 아니냐는 상상하기 어려운 이익을 그 나라에 가져온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강조하고 싶다.


그러나 미국이 공짜로 기축통화국이 된 것은 아니다. 미국도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루고 기축통화국이 되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미국은 ①세계 GDP의 25%를 차지할만큼 강대국이고, ②거의 대부분의 기술 분야에서 우월하며, ③군사적으로는 압도적인 비교우위에 있다. 또한 국가 내부적으로 ④정쟁이 없이 안정적이기고, 더욱 중요한 것은 1차, 2차 세계대전에서 ⑤연합국이 이기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세계에 전쟁이나 기근 등 『어려운 일』이 있을 때 ⑥마치 큰 형님처럼 보호자적 역할을 상당히 잘 해주었기 때문이다.


즉 그간에 세계 경찰로서의 역할을 잘 해주어 ⑦세계 다른 나라들의 마음속으로부터 『신뢰감』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오죽했으면 중국에서도 비록 시진핑의 3연임이 결정되었지만, 중국의 실세는 마음속에는 ‘친미주의자’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러나 이런 사정에 심상치 않은 변화가 미국으로부터 나오기 시작하였다. 바로 트럼프와 바이든 행정부의 최근 이상 행동들이다. 자만심 또는 인기를 끌기 위한 전략일 수도 있겠지만, 최근 그들의 행동은 적지 않은 실수일 가능성이 높다. 매우 값비싼 실수일 수도 있다. 왜 그런가를 살펴보자.


미국의 달러가 세계 기축통화가 되는 데는 앞서 말한 이유도 있지만, 경제적으로 결정적인 사건이 있었다. 그것은 1974년 키신저와 사우디 왕가 사이에 맺은 『페트로 달러』 비밀협약이다.


우리 모두가 잘 알다시피 사우디는 유목민 부족들의 집합체다. 농경사회가 갖는 왕가의 절대적 중앙집권적 권력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즉 사우디는 흩어져 사는 여러 부족들의 ‘느슨한’ 집합체인 것이다. 다만 그 중에서 가장 큰 부족이 ‘사우드’부족이고 그들이 현재의 사우디 왕가다. 그래서 사우드 왕가의 권한과 권위는 다른 나라의 절대적 왕가권력과는 성격이 다른 것이다.


그러나 권력을 잡으면 그것을 공고히 하고 싶은 것은 인간의 공통된 마음이다. 그래서 사우드 왕가의 요구와 가장 힘센 나라인 미국의 이익이 상호 일치하게 되었다.


『페트로 달러』 비밀협약의 내용은 비교적 간단하다. 미국은 사우드왕가의 권력을 확실히 공고하게 해주고, 그 대신 사우드왕가는 원유를 판매할 때 반드시 ‘달러’로 결제하겠다는 약속이었다. 당시에 원유 대부분은 중동산이었다. 달러가 없으면 원유를 구입할 수 없었기 때문에, 미국이 가진 기존 강점과 더불어, 달러는 확실한 세계의 기축 통화가 될 수 있었다.


주의 깊게 세계 국가들의 그간 행태를 관찰해 보면 미국이 무엇을 하든 무조건 찬성하는 두 국가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영국과 사우디아라비아였다. 영국이야 이해가 되지만 사우디아라비아가 그렇게 행동하는 데는 사실 쉽게 이해되지 않았었다. 『페트로 달러』 비밀협약을 알기 전까지 나도 그랬었다.


그러나 여기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사업가’ 출신의 트럼프였다. 아무래도 사업가의 기질은 단견(短見)인 것 같다. 제1차. 제2차오일 쇼크가 있었지만 미국을 포함한 세계는 인내하였다. 왜냐하면 중동지역의 석유는 당시 세계 원유 생산량의 80%를 점유했기 때문이다. 어려운 말로 하면 ‘공급독점’ 시장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원유 가격이 상승함으로써 미국에 지천으로 있는 셰일가스의 개발이 경제적으로 가능해졌다. 사우디의 원유 생산원가는 배럴 당 2~3불 정도다. 그러나 셰일가스(원유)의 원가는 약 40~45불 사이다. 그러므로 1차, 2차 석유파동 이전에는 경제적 자원이 아니었다. 그러나 원유가가 60불이 넘으면 충분히 경제성 높은 자원이 된다.


현재 세계 제1의 원유생산국은 미국이고, 2위가 러시아며 제3위가 사우디아라비아다. 이렇게 미국이 제1의 산유국이 되자 미국의 트럼프는 사우디를 『곧바로』 홀대하기 시작하였고, NATO 최전방국인 독일에게는 군사비를 너무 적게 사용한다고 미군 일부를 철수시켜 버렸다. 일본과 우리나라에게는 단숨에 방위비 500% (50% 아님) 증액을 요구하였다.


아무리 강대국 미국일지라도 오랜 맹방에 대한 이런 행동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즉 너무나 쉽게 오랜 맹방에게 『신뢰감을 상실』하게 하는 행동들을 하였다. 최근의 IRA 법안도 마찬가지다. 미국 내에 있는 기업에게만 보조금을 준다면 미국은 타국 기업들 들어와 좋을지 몰라도, 가뜩이나 어려운 유럽은 기업들이 빠져나가 더욱 힘들어질 것이 뻔하다.


여기에 민주당 바이든 행정부는 또 다른 실수를 하였다. 빈 살만 황태자에 대한 비난 기사를 쓴 사우디 기자가 암살되었는데, 그 배후로 빈 살만 황태자를 공개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대한 조치로 정말 이해할 수 없는 대응을 하였다.


우선 사우디 수도를 공격하는 후티 반군과 수니파 이란 공격에 대항하기 위한 미사일과 같은 방공 무기 판매를 거절하였다. 더욱이 페르시아만 원유 수송선을 지켜주던 미 제5함대를 철수시켜 버렸다.


얼마 전 후티 반군 드론 공격에 사우디 유전이 불타올랐고, 소말리아 해적에 의해 원유 수송선이 납치되었으며, 사우디를 폭격하겠다는 이란의 공격적인 발언에 방공 무기 판매를 거절한 것은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미국의 지나친 대응 내지는 오만한 행동이라고 생각된다.


여기에 대해 빈 살만 황태자도 즉각적인 대응을 하였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유 값이 120불을 넘는 폭등세를 보이자 미국은 사우디에 증산을 요구하였다. 그러자 사우디는 증산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감산으로 대응하였다. 미국산 무기를 수입하는 대신에 우리나라와 중국의 무기를 수입하기로 결정하였다. 400조원 규모의 네옴시티 건설에 미국 기업에 대한 계약 소식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원자력 발전 건설에도 우리나라 원자로를 수입하겠다고 하였다.


물론 우리나라는 ‘반사이익’이 있지만 마냥 좋아 할 일이 아니다. 특히 중국과의 관계에서 그렇다. 바이든이 얼마 전 사우디를 방문하였을 때 “미국과 사우디 사이에 오해는 있지만 좋은 관계임에는 틀림없다.”라고 하였지만 결과 없는 회담으로 끝났다.


그러나 이번 시진핑 방문 시에는 14개국 아랍 연방국가 수장들이 ‘모두’ 출동하였으며, 시진핑이 탑승한 비행기를 전투기가 출격하여 호위해 주는 예우를 하였다. 그리고 말썽 많은 화웨이 네트워크 장비를 네옴시티에 도입하겠다고 하였다. 그리고 시진핑의 일대일로 사업을 적극 지지하고, 두 나라 사이에 경제동맹을 더욱 공고히 구축하자고 하였다.


지금 전 세계의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는 중국을 고립화 시키는 문제다. 특히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가장 역점적인 전략이다. 그러나 AUKUS에서 인도와 호주가 떠나는 듯이 보인다. EU도 지나치게 원유가가 인상되면서 러시아산 원유에는 가격 상한제를 두었지만, 미국산 원유에는 상한을 두지 않는 것에 불만이 매우 높다. 즉 원유 값이 오르면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더 많은 돈을 벌지만 비(非)산유국인 유럽은 비싼 원유 값을 고스란히 내야하기 때문이다.


EU 국가들이 미국산 원우에도 상한가를 정하라는 요구를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불화까지 가지는 않겠지만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임에는 틀림없다.


앞서 지적한데로 미국의 실수는 미국에게는 별 피해가 없다. 그러나 타국에 미치는 영향은 심대하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사우디 방문으로 신이 난 시진핑은 더욱 터무니 없는 주장을 사우디에 제의하였다. 그것은 곧 ‘달러 대신에 위안화’로 원유 결제를 하자는 제안이었다. 물론 이 제안을 사우디가 받아들여 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것이 이루어지면 미국의 달러 패권에는 심각한 균열이 생기게 된다.


그러나 본인의 판단으로 사우디가 시진핑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고, 받아들일 지라도 하는 척 하기만 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이 글 첫 부분에서 미국의 달러가 기축통화가 될 수 있었던 일곱 가지 조건을 말하였다. 그러나 중국은 이 일곱 가지 중에서 단 하나도 만족시키는 것이 없다. 즉 세계 2위의 GDP를 가지고 있으나 그것은 미국이 허락 하에 이루어진 것이고, 기술 분야나 군사, 무기 분야에서 압도적이지도 않으며, 정쟁이 없는 안정적인 정부도 아니고 무엇보다 전 세계로 부터 『신뢰』를 받는 나라가 아니고, 오히려 기피의 대상이 되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설령 사우디가 위안화 결제를 받아들인다 할지라도 1985년 플라자 협의로 그 잘 나가던 일본을 단칼에 몰락시켰듯이 중국은 더 없이 가혹한 처벌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세계 변화 과정 중에 세계는 시끄러워 질 수밖에 없어 그것이 걱정이다. 다만 우리나라는 이러한 혼돈 속에서 오히려 이익을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이기는 하다.


우선 세계가 재무장함으로써 우리나라 무기판매는 더욱 급증할 것이다. 반도체와 원자력 산업도 큰 수혜를 얻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미국이 중국의 고립화 작전을 펴면 펼수록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그러나 세계의 혼란은 장기적으로 좋을 것이 없다.

제발 미국이 빠르게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빠르게 제 위치를 찾기 바란다.

『미국이 위대한 점』은 결코 자기 힘을 다 자랑하지 않는데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실수는 그들만의 실수가 아니라 주변국에 훨씬 더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다. 미국을 포함한 우리 모두가 명심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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