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비샘 Jul 02. 2023

목사가 읽어주는 원피스 2

왜 사람사람 열매인가? 왜 고무고무 열매인가?

이 글은 원피스의 서사가 복음서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가정을 전제로 합니다. 전편에  근거를 이야기 했다면, 이번 편에서는 가설을 받아들였을 때 설명할 수 있는 것들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아 추가할 주요 가정은 전편의 에이스의 서사가 순교자 예수님의 비극을 상징한다면, 루피의 이야기는 구원자 예수님의 희극이라는 것입니다.



루피는 왜 먹보인가?

예수님의 "먹보이며 술꾼이다"라는 컨셉 중에 먹보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술꾼 컨셉은 조로가 받았습니다.

고기는 루피에게 술은 조로에게


루피는 왜 술 마시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가?

예수님이 술을 마시거나 취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이든 루피든 마신건 분명한데 묘사하지 않는 건 편집실에서 그게 부적절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겁니다.

잔은 들지만 마시진 않는다! 조로가 먹었다!


루피는 왜 돈, 명예, 권력에 관심이 없는가?

예수님이 악마에게 3가지 시험을 받는데 그게 돌을 빵으로 바꾸는 것, 기적을 일으키는 것, 세상의 절반을 갖는 것이었는데 이 세 가지를 모두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루피의 내적동기는 자유, 동료, 즐거움 정도 밖에는 없습니다(이 점이 다른 캐릭터와 달리 루피에게 감정이입하기 어려운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왜 사람사람열매인가? 왜 고무고무 열매인가?

예수님이 자신을 지칭할 때 "사람의 아들"(인자)이라고 부르는데서 영감을 얻은 것 같습니다. 또 작가도 사람의 모습이야말로 신과 가장 비슷하다고 여기는 걸 겁니다.

 사람사람열매, 고무고무 열매의 능력은 "믿음은 바라는 것들(소망)의 실상"이라는 구절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어려운 구절인데, 마찬가지로 성경에서 레퍼런스를 얻은 매트릭스를 떠올리면 조금 더 이해하기 쉽습니다. 영화에서 숟가락이 고무처럼 휘었다가 다시 돌아오지요? 매트릭스 주인공인 네오의 능력은 자신이 바라고 믿는 대로 세상을 변화를 시키는 것입니다. 더 나은 현실을 바라고 믿고 변화시키는 것이 바로 사람이라는 인간론을 담고 있습니다.


 그와 같은 이유로 루피도 고무라는 소년만화치고는 너무 낯설면서도 너무 만화적인 능력을 얻게 됩니다. 사람사람 열매, 고무고무 열매에는 원하는 대로, 믿고 싶은 대로 즐거운 세상을 만들고 싶은 작가의 소망이 담겨있는 것입니다.

 어떤 분들은 니카와 사람사람 열매가 급조한 설정이라고 생각하시기도 하는데 제 가설에 따르면 매끄럽게 풀어내지 못했을 뿐, 구상자체는 이전부터 있었습니다. 하늘섬 파티 때 나온 루피의 니카 얼굴과 실루엣을 보면 알수 있죠. 단지 조이보이와 루피의 해방자로서의 캐릭터를 강조하려다 보니 조이보이와는 별도로 니카라는 신화적 캐릭터를 만들어야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 너가 니카고 조이보이고 오실 그이잖아

매트릭스 나온 김에 한마디 더 하자면 neo의 이름은 "우리를 해방해 줄 오실 그이"(The one)애너그램인데, 아론파크, 드럼왕국, 알라바스타, 어인섬, 드레스로자, 와노쿠니 등에서 반복된 억압-해방 이야기에서  볼 수 있듯, 원피스에선 루피가 바로 새 시대의 여명(Dawn)이고 "오실 그이"입니다.



동료는 뭘 기준으로 들이는가? 

대항해시대의 직업과 교회의 역할을 기준으로 하는 것 같습니다.


             교회 역할             선상 역할

상디     집사(구제)          요리사

나미     집사(재정)          측량사

조로     팔라딘                  부선장 겸 전투원

쵸파     의사                       의사             

브룩     음악가                   음악가

로빈     독경사(교사)      고고학자

프랑키 건축가(예술가)  조선사(엔지니어)

징베      장로                      조타수/조범수

우솝      선교사                  저격수, 이야기꾼


상디가 요리복이 아니라 늘 양복을 입고 있는 걸 생각하면 왜 요리사일 뿐 아니라 구제 담당 집사인지 느낌이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고대교회에서 집사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서 음식을 마련하고 서빙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그래서 상디는 (자기는 아니라고 하면서도) 웨이터의 옷을 입고 굶은 사람만 보면 안타까워서 밥을 먹이고 보는 것입니다.  

요리도 하고 서빙도 하고 구제도하고! 안 싸울 때 더 바쁜 상디!

 집사에는 "재정출납하는 자"라는 의미도 있는데 이건 나미 역할 입니다. 거 나미 항해했다 치고 없어도 그만이라고 하지 마세요. 색기도 담당하고 있습니다. 또 조로는 팔라딘으로서 배와 식구들을 수호합니다. 그래서 마스트에서 망도 보고 갑판에서 수련을 게을리 하지 않는거에요. 서비스 담당 나미, 액션 담당 조로는 원피스를 명실상부한 점프 왕도만화로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루피가 맑눈광 무성욕자 캐릭터라 점프 주인공 요소는 조로에게 더 많이 부여되었습니다. 둘이 같이 있고 + 전투원 대사에 + 꾸민 나미 좋아하는 그림입니다.

쵸파는 의사로서 예수님의 치유계 컨셉을 받았습니다. 추가로 사슴, 인간 무리에서 모두 차별받았던 쵸파는 동물권과 소수민족이라는 문학적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브룩은 없어도 되지 않나, 음악가가 왜 필요하냐, 칼쓰는 조로하고 겹친다" 이런 생각하시는 분들 많다고 들었는데 작가는 음악가로서 찬송가를 만들어줄 존재가 꼭 필요했다고 본 것 같습니다. 또 로빈고고학자는 아예 해적에게 필요한 직업이 아니지만, 경전(포네그리프)을 읽어줄 수 있는 사람으로서 필수불가결합니다.


 프랑키가 있으나 마나 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성당 짓고 나면 건축가에게 별 볼일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미켈란젤로나 가우디에 해당하는 인물이니까 그냥 봐줍시다. 징베는 장로의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배가 흔들릴 때 앞장서서 든든하게 파도를 잡아준다는 점에 있어서 참 어른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자칫 가벼워질 수 있는 밀짚모자 해적단에 무게를 잡아줘서 호감입니다. 또 쵸파와 함께 어인으로서 소수인종을 대표하죠. 흑인 인어공주 됨됨이와 희생정신이 징베정도 됐으면 실사영화는 성공했을지도 모릅니다.

선교사를 임명하면 일정확률로 소지물품이 유행한다

 우솝은 이야기꾼 선교사에 해당합니다. 제일 억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우솝이 이 동료-역할 가설의 시작입니다. 그전에는 저도 그냥 이야기꾼으로서 작가를 대변할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하늘섬 편에서 청해와 하늘섬 사이의 문화교류를 하는 모습을 보니 문물과 이야기를 전달하는 선교사의 면모가 있었던 거죠. 그리고 역시 우솝의 근본 아이덴티티는 거짓말이 아니라 "모험담, 영웅담"아니겠습니까. 루피의 이야기를 구전해 줄 사람이 바로 우솝인 겁니다. 

원주민에게 고무를 유행시키는 우솝(왼쪽) 고무랜드와 우솝의 석상(오른쪽)

또 대항해시대를 해보신 분들은 선교사가 특정 물품을 유행시킨다는 것을 아실 겁니다. 고무라던가 말이죠. 그리고 오른쪽 그림을 보시면 우솝의 석상에 고무 "전도사"(덴도시) 우솝이라고 쓰여있습니다. 샨도라인들은 라틴아메리카 원주민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든 종족인데, 몽블랑 노랜드가 수열을 치료해준 의료선교사였다면 우솝은 고무를 전해준 고무전도사 였던 것입니다!

선교사와 원주민의 우정을 보여준 샨도라편. 오른쪽은 누구시냐구요? 일어나 박수로 맞이해주십시오. 한국에 치즈를 전해준 지정환 신부님입니다.

  아무튼! 가설은 신 캐릭터는 교회나 항해나 만화적 역할이 있어야 동료가  수 있 것입니다. 인기로 시켜주는 건 아닌 거에요. 그러면 비비나 모모노즈케, 야마토 등이 왜 동료가 되지 않았는가에 대한 설명이 되죠(아 비비 최애였는데..).


한편 "새로운 동료가 더 있을 것인가?"하는 질문에 답을 해보자면 이제 교회역할은 수도사, 항해역할도 사육사 정도만 남은 상황에서 수도사는 딱히 할 일이 없고 사육사는 쵸파와의 관계가 불편할 테니까 제 가설이 맞다면 동료는 거의 모았다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루피는 뭐냐구요? 해적입니다 해적. 요놈의 해적단은 선장 말고는 해적질할 생각이 없습니다.

 

 (열두 제자를 떠올리는 분들도 있었는데 아마 거기까진 아닐 겁니다. 그러려면 최소 2명 더 추가해야 하는데 역할도 t.o.가 없고 이미 이야기가 후반부까지 온 것 같습니다. 배신자 칼잡이 유다 컨셉 말씀하시는 분도 있었는데 흰수염 칼침 놓은 아들이 이미 있었으니까 아마 밀짚모자 해적단 내에서는 안 할 것 같습니다만, 굳이 채용한다면 루피 vs 조로로 한판 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D의 정체?

위에서 말한 내용들과 같은 견지에서 원피스, D라는 이름, 루피와 로저의 꿈의 정체에 대한 이야기까지 해보려고~했는데 내용이 너무 길어진 것 같아서 그건 3편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면 가설의 근거, 가설에 따른 설명, 가설에 따른 예측으로 3부작이 딱 완성될 것 같습니다.


미리 D만 이야기해보자면 제 가설에서는 Dinner party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목사가 읽어주는 원피스 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