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이제 앞서 언급한 달변가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까요? 대중이 좋아하는 방송인의 대부분은 발성과 발음이 참 좋습니다. 유명 강사들은 어떤가요? 비슷합니다. 김창옥 씨나 김미경 씨가 그렇죠. 그들은 소리가 좋으면서 힘이 있습니다. 오래 듣기 편한 소리죠. 한 시간 넘는 강연을 듣고 있어도 지루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바로 좋은 발성의 힘입니다. 반대로, 소리가 나쁘면 그 사람과 오래 함께하기 어렵습니다. 내 귀가 그걸 원하지 않아요. 귀는 예민한 감각기관이어서 나쁜 소리를 오랫동안 참고 듣기가 어렵습니다.
-왜 그 사람의 말에는 고개가 끄덕여질까? 본문 中
인간관계에서 가장 부러운 사람은 '말 잘하는 사람'이 아닐까 싶다. 스피치를 잘하는 사람 말이다. 책에서도 사례가 나오는데 조직에서 업무는 누구보다 잘하지만 발표력이 떨어져 승진의 공을 번번이 동료에게 빼앗긴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픈 가슴을 잡고 공감할 내용이 잔뜩 있다. 나 역시 그랬다. 나름 발표력이 떨어지는 한계를 극복하려고 자료준비만 꼼꼼히 공을 들였지만 정작 PPT를 띄우고 발표를 할 때는 왜 그리 자신 없는 태도로 변하던지 지금 생각해도 참 한심한 시간들이었다. 자료준비에 쓴 시간을 스피치 연습에도 적절한 비율로 안배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저자는 KBS 아나운서 출신의 한석준 씨다. 훤칠한 외모에 듣기 좋은 목소리의 소유자인데, 자신의 능력을 적극 활용해 스피치 코치로도 활동 중이었다. 그의 수강생들 가운데에는 취업을 앞둔 대학생들보다 의외로 회사의 팀장들이 많다고 한다. 너무나 공감했던 부분, 절실한 수요층은 사회초년생이 아닌 팀을 이끌고 나갈 시험대에 오른 팀장들이었다. 조직에서 번번이 승진의 고배를 마시는 중간관리자나 팀장들이 있다면 이 책을 꼭 읽기를 바란다.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은 단기간에 말하기 실력을 향상할 수 있는 34가지 훈련법을 소개하는 데 내용이 참 알차고 신선했다. 학원에 가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독학으로 배울 수 있는 훈련법을 소개하고 있었는데, 한석준 아나운서가 직접 훈련한 모습을 담은 QR 코드를 수록해 유튜브 방송으로 책과 병행해서 연습할 수 있도록 친절히 배려하고 있었다. 하루 10분씩만 훈련해도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자신했다.
자신의 단점은 누구보다 자신이 잘 알듯이 부족한 자신의 발성법을 찾아 꾸준히 하루 10분씩 훈련하다 보면 개선할 수 있을 거라 생각이 들었다. 나 같은 경우는 발음이 분명하지 않고 심지어 빠르기까지 해서 지적을 자주 받은 케이스다. 책에서 제일 먼저 소개된 '모음만 남겨 읽는 연습'과 '한 문장을 끝까지 정확하게 말하는 연습' 그리고 '말 잘하는 사람들의 말하기 속도'편은 정말 좋았다.
저자의 말대로 스마트폰을 적극 활용해서 녹음하고 촬영하면서 자신의 문제점을 보면서 연습해 보니 조금씩 개선되는 것이 바로 확인이 되었다. 단어 하나하나에 입을 크게 벌리는 모음연습은 정말 좋았다. 또한 고쳐야 할 빠르게 말하는 습관은 쫓기는 인상을 주기 때문에 안정적인 집중이 어렵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했다. 말하기 속도는 어느 정도여야 할까. 저자는 속도예문을 제시하면서 초시계를 재도록 주문한다. 따라 해 보니 역시 나는 상당히 빠른 쪽에 속했다. 한참을 더 연습해야 할 것 같다.
저자는 자주 '말맛'이란 표현을 썼는 데, 말맛을 살리면서 힘 있게 말하는 법도 훈련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첫 번째는 '강조할 단어를 크게 말하기', 두 번째는 '강조할 단어를 천천히 말하기'입니다. 이때 마지막 세 번째 '잠깐 쉬었다 말하기'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잠깐 쉬었다 말하는 것을 '포즈를 준다'라고 하는데, 포즈(pause)는 일시 정지를 뜻합니다."
말하기 훈련을 정석으로 마스트한 사람은 모두 멋진 스피치를 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청중은 혼자 신나서 떠드는 목소리 좋은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바로 비언어 커뮤니케이션이 빠졌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발표할 때 보면 시선, 손 제스처, 얼굴표정이 상당히 경직되어 있다. 저자는 한 사람에게만 고정되어서도 천장이나 바닥만 봐서도 안된다고 말한다. 직장이라면 회사 대표나 클라이언트가 좋을 것이고, 인원이 많다면 먼 청중을 향해 오른쪽- 가운데- 왼쪽 순으로 공평하게 시선을 배부해 주라고 한다. 과도한 손동작, 딱딱하게 긴장된 얼굴은 말하기 연습에 방해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실수로 많은 경험들을 체험한다. 그러니 처음부터 완벽한 발표는 허상이고 욕심이란 것을 인정해야 한다. 나의 실수는 상대방에게 10분의 기억일 뿐이다. 참 당연한 말인데, 우리는 왜 그렇게 그 10분의 기억을 오랫동안 가슴에서 밀어내지 못하고 끙끙대고 있을까.
타고난 목소리가 좋은 사람은 참 운도 좋다고 느낄 때가 많았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발성과 발음은 훈련으로 충분히 좋아질 수 있다는 용기가 생긴다. 내 목소리에 가장 어울리는 일정한 볼륨을 유지하는 연습을 꾸준히 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