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에서 당신의 알고리즘의 이점은?
검색에서 당신의 알고리즘의 덫은요?
와우, 책 고르기도 알고리즘에 걸려든다? 오우, 신기하다.
추석이 오기 한 2주 전이었던가. 나는 맛집에서 남편과 점심식사 때 나의 유언을 전했다. 그동안 생활 곳곳에서 나의 생각들을 나열하듯이 이야기해 주어서 별반 색다르지는 않은 이야기인데 꽤 진지하게 말했다.
나는 장례식을 치르지 말아 주세요. 그리고 제사도 지내지 말아 주세요. 그리고 나의 사진은 다 불태우고, 나의 옷들과 소품들은 아프리카에 보내주세요. 명품은 아니지만 그래도 다 브랜드 인지도가 있는 옷들이고, 드라이클리닝을 해서 깨끗하고 성격적으로 깔끔하게 입은 옷들이니, 불태우면 탄산가스 방출에 환경오염이 될 뿐이에요. 그리고 나를 기억하지 말고 잊어주세요. 날 기억하는 것을 원하지 않아요. 장례식에 오는 사람들이 웃고 떠들고 그런 분위기를 나는 원하지 않아요. 내 장례식은 경건하게 보내고 싶어요. 그리고 나는 우주로 가고 싶어요. 사람도 원자이니 우주로 가서 원자가 되고 싶어요. 그리고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지는 않아요. 사람은 고통을 겪으니까요. 나는 별이 되고 싶어요. 고통을 겪지 않는 항성이 되고 싶어요.
남편은 아주 엄숙하고 진지하게 들어주었다. 가는 사람의 유언이니, 그 사람이 원하는 것을 해주는 것이 맞다는 게 평소 남편이 갖고 있는 생각이다. 그래서 그런가? 내 말을 경청해 주었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지 못한 말을 했다. 우주로 가려면 돈이 엄청나게 들 텐데. 내 힘으로 우주로 보낼 수 있을까? 남편은 진지하게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그게 좀 웃기기도 했지만 나도 걱정이 되었다. 우주로 가고 싶은데 현실은 어렵다.
내가 한 번도 생각하지 못한 현실적 고심이었다. 그래도 나는 우겼다. 10년 뒤, 20년 뒤에는 가능하지 않을까.
어쨌든 나는 장례식도 제사도 불필요한 사람으로 여긴다. 그런데 나의 생각과 이렇게 똑떨어진 사람이 있었다. 나보다 더 먼저 생각한 사람이 있었다. 정세랑 작가의 <시선으로부터>의 심시선의 이야기가 그러하다. 도입부에서 심시선의 말을 읽으면서 어쩌면 내 생각이 여기에 그대로 담아냈나? 아주 신기했다.
내가 애용하는 도서관에서 9월의 추천 작가로 그녀의 책들을 나열해 놓고 소개하고 있다. 10월부터 대출할 수가 있다. 눈이 가는 그녀의 책 몇 권을 들고 1인용 소파에 편안히 앉았다. 그리고 훑어보기 시작했다.
<이만큼 가까이>는 비빔국수 이야기가 도입부에 나오는데 재미있게 줄줄이 잘 읽혀졌다. 아, 나도 글을 이렇게 쓰면 재미있겠다. 이야기가 술술 읽혀진다. 재미있다. 다음 전개가 궁금하다.
<보건교사 안은영>도 제목도 신기했다. 우리 주변에 평범한 인물이 아닌가. 학교에는 보건실이 있고 보건교사가 있지 않은가. 변호사, 의사, 연예인 이야기는 흔하지만 보건교사 이야기는 흔하지 않으니 나는 이 책도 궁금했다. 그런데 역시다. 평범한 직업을 가진 그녀는 특이한 사람이었다. 이런 사람을 그려내는 비상한 재주의 작가. 정세랑 작가가 궁금하다. 그녀의 세계를 분석해 봐야겠다.
<피프티 피플>은 50명이 아니란다. 51명이라고 설명을 하고 있는데 엄격히 말하자면 52명이라고 작가의 말에 쓰여 있었다. 이 책들을 10월에는 분석해 가면서 열심히 읽어보려고 한다.
정세랑 작가의 나이까지 심지어 좋았다. 너무 젊지도 너무 늙지도 않는 딱 좋은 나이다. 경험이 적지도 많지도 않은 나이, 글이 올드하지 않는 글이어서 좋았다. 감각이 새롭고 세련된 느낌이 든다. 일단은 재미가 있다. 이야기는 재미가 있어야 한다. 재미가 있다는 것은 독자의 몰입도를 올리는 글이다. 내가 배우고 싶은 작가다. 이렇게 쓸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렇게 쓸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이 글을 쓰면서 정세랑 작가를 검색하게 되었는데 역시 인기 있는 작가였다.
일단은 며칠만 지내면 10월 1일부터는 이 책들을 볼 수 있다.
덤으로 약간의 에피소드는 이서수 작가의 <사랑에 대한 모든 정의를 뛰어넘는 게 사랑이야> 책이다. 베이비핑크 솔리드 책 표지에 격자무늬가 있고 원고지 칸처럼 한 글자씩 들어가 있는, 책 제목이 대단한 철학을 품은 것 같고, 일단은 내 손에 한 손으로 잡힐 만큼 크기가 다른 책들에 비해서 작다. 무척 마음에 든다. 가볍고 휴대하기가 좋다. 당연히 어디서든 읽을 수 있는 책이어서 선택을 했다. 내용은 보지 않았다. 그런데 읽어보니 첫사랑의 상실로 보통 사람과는 다른 삶을 선택한 여자의 이야기다. 슬픈 것 같은데 당차고 또 자신의 신념대로 살아가는 여자의 이야기다. 처음에는 정신병원에 입원한 이야기도 나와서 좀 놀랐다. 이런 이야기를 굳이 읽고 싶지는 않았는데, 그래도 내용이 솔깃했다.
나는 나에게 묻는다. 너는 사랑이 뭐야? 네가 내린 사랑의 정의는 뭐야?
나는 아직 모르겠다. 사랑의 정의라면 뭔가 엄청난 걸 품어야 될 것 같은데, 내 사랑은 너무 이기적이고 소심하고 작아서 담론으로 이끌어 내기에는 너무 얕고 작다.
왠지 사랑의 정의를 내릴 수 있는 여자가 된다면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작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아무튼,
알고리즘은 책 고르기에도 나를 따라다니는 걸까? 내가 뭔가를 알고 선택을 한 것은 아닌데 … 왠지 나를 알고 따라온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