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나간 일에 대해 쓰는 걸 좋아한다. 지나간 일에 대해 처음 쓴 시리즈는 '831 시리즈'다. 나는 831 시리즈에 대해 '나를 잃어버린 사랑의 경험을 담은 연작'이라고 소개한다. 어떤 사랑은 나를 내버리고 나서야 나를 돌아보게 만들곤 한다.
시작은 감정 정리
사실 831 시리즈는 즉흥적으로 만들어진 시리즈다. 내가 한창 무너져 있을 때 내가 선택한 것은 글쓰기였다. 글을 쓰면서 나의 우울과 답 없는 고민을 해소하려 했다. 그러면서 글의 형식을 조금 바꿨다. 기존의 긴 글이 아닌, 시와 같은 글을 썼다. 시리즈의 수록 작인 <831 831 831>, <Ultra>, <원나잇>, <7월을 말한다면>은, 각자의 주제를 갖고 이야기한다. 나의 생각을 글로 옮겼고, 시적으로 쓰려 애썼으며, 때론 나의 감정이 그대로 드러나기도 한다.
글은 치유의 힘이 있다
올해 여름까지의 나는 글을 감정 해소를 목적으로 썼다고 생각한다. 그 시절 기록된 글을 읽어보면 내가 무슨 감정으로 쓴 글인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뭘 바라는지 여과 없이 그대로 느껴진다. 그래서 어떤 글은 강렬하고, 한쪽에선 우울의 더미가 느껴진다. 831 시리즈의 첫 글은 <831 831 831>이다. 나는 이 글을 쓰고 난 직후, 내 안에서 파도가 치는 게 느껴졌다. 내 혈관에 얼음이 떠다니는 것처럼 후련했다. 글을 쓰고 그렇게 홀가분했던 건 처음이었다. 시리즈의 나머지 작들을 쓰면서, 글의 잠재력에 대해 알게 됐다. 글은 치유의 힘이 있다.
나의 정체성, 시리즈
지금까지 5개의 시리즈를 작성했다. 지나간 감정과 기억을 재료로 시리즈를 쓰며 내 정체성이 어느 정도 확립됐다. 글을 쓰는 나는 지나간 감정과 기억을 사용한다. 그리고 시리즈화함으로써 지나간 것을 흘려보낸다. 831 시리즈를 시작으로 나의 글은 목적을 갖게 되었고, 내가 원하는 삶의 방향을 잡게 되었다. 나는 기억하는 사람이고, 기록하는 사람이자 치유하는 사람이다.
어떤 기억은 평생 잊지 못하기도 한다
어떤 경험은 나의 가치관을 바꾸기도 한다. 또 어떤 경험은 평생의 술안주가 된다. 때론 나의 선택에 개입하기도 한다. 어쩔 수 없다. 기억을 지우는 건 불가능하니까. 나는 기억을 그냥 두려 한다. 지금의 내게 영향을 줘도 결국 그건 나의 일부니까. 지나간 사랑을 부정하지도 않는다. '그앨 왜 좋아했지'와 같은 후회를 안 하려 한다. 내가 누군가를 사랑했던 건 사실이고, 그 사람이 떠오르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 사랑을 인정하고 마는 게 지금의 후회보다 에너지를 덜 사용한다. 때때로 잊지 못해 감사한 기억이 있다. 나의 글감이 될 수 있고, 나를 돌아볼 수 있으니까.
요즘의 나는 나를 다시 세우는 중이다. 나를 다시 세우는 만큼, 나를 돌아보는 글을 많이 쓰고 있다. 나를 다시 세운다는 건 어쩌면 평생 걸리는 일인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