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기록

도착했을 무렵 II

by 외국인 노동자

낯선 풍경에 익숙해질 무렵, 까맣게 잊고 있던 작업이 남아있었다. 해야 하지만, 막상 시작하기 어려운..


그렇다. 집을 구해야 한다. 호텔이 아닌, 내가 여기서 몇 년간 지낼 보금자리. 회사가 지원하는 금액에 맞춰 집을 구해야 한다.


나는 첫 번째로 ingatlan을 통해 집을 골랐다. 잘은 모르지만, 유럽에서 사용하는 중계어플인 것 같다. 유럽의 다방이다.


집을 고르고, 중계인에게 whatsapp으로 연락을 했다.


연락을 하니, 중계인이 차를 끌고 마중 나왔고, 집을 보러 갔다. 한국에서 자취방을 구할 때 공인중개사 분 께서 직접 에스코트해 가 집을 보여줄 때가 떠올랐다.


그렇게 2일에 걸쳐 총 5개의 집을 봤는데, 다행히 마음에 드는 집이 있어 그 집으로 계약했다.


우리 집은, 회사가 지원하는 돈 이상으로 들었고 나는 마음에 들어 약 10만 원을 더 내고 계약했다.


집주인도 착했다.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얼마든지 말하라고 한다. 헝가리는 특이하게 랜트를 하면 가구나 식기들 그리고 가전제품까지 제공한다. 심지어 이불, 베개도 요청하면 준다.


이 집은 느낌이 좋다. 집주인도 마음에 들고, 엔틱 한 느낌이 유럽의 가정집 느낌이 물씬 났다.


헝가리에 오고 나서 내 삶은 많은 것이 변했다.

언어를 배우고, 집을 구하고, 문화를 느낀다.


디지털의 세상에 반쯤 걸쳐있던 내가, 세상의 문들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게 됐다.


이 시간에 대부분 취해있던 내가, 창작을 하고 생각을 정리한다.


이 나라에서의 시작이 좋다. 친절한 사람들과 나의 변화. 모두가 이롭다.


이 나라는 우리나라와 다르게 여유롭다. 물질적으로 여유롭다는 것이 아니라, 삶의 흐름이 여유롭다.


그들은 음식이 나오는 시간을 기다릴 줄 안다. 그들 스스로 시간을 보낼 줄 알며, 대화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들의 문화를 배우고, 적용하고, 이해하려는 중이다. 아직 이해의 단계까지는 멀었지만, 언젠가 할 수 있겠지.


아직 목표했던 헝가리인 친구 사귀기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이제 집도 구했겠다.. 적극적으로 친구 만들기에 나서야겠다.


마지막으로, 내 여가생활과 원활한 출퇴근을 책임 질 자전거도 샀다.

인생에서 가장 비싼 값을 지불한 자전거


정말 이제부터 시작이다. 에필로그는 미래의 나를 위해 감히 상상하지 말자.


여기까지가 프롤로그의 끝이다. 나는 우려했던 것들이 기대로 바뀌는 순간을 가장 좋아한다.


극 중 긴장의 순간을 가까스로 해처 나가는 영화 속의 주인공처럼..


삶의 무대가 바뀌었다. 대한민국이라는 무대도 나에겐 훌륭하고 스릴 넘치는 무대였지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지금에 비하면 편안한 아스팔트에 불과했다.


새로운 무대에 잘 적응하길 기도하며, 과거의 무대에 박수를 보낸다.


커튼콜처럼 인생의 1막의 무대의 등장인물들이 머릿속에 맴돌지만, 이제는 2막을 준비할 차례다.


불안감과 기대감의 균형이 부서지지 않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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