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밝은 낮을 찾아서

빛을 닦는 마음으로

by 백야

오늘도 헤매는 중인 것 같다. 도착지가 분명 있음에도 불구하고, 카페 앞까지 가는 길에서 무언가 흔들리는 기분을 느낀다. 나의 걸음도 목적지도 날씨도 아닌, 나를 지탱하는 내면의 무언가가 흔들리고 있다. 지금 나는 왜 움직이고 있을까? 오늘은 좋은 하루를 보낼 수 있을까? 읽을 책을 정해 두었지만 책에 집중할 수 있을까? 단 한 가지의 의심스러운 생각이 시작되면 그와 닮은 생각들은 순식간에 종잡을 수 없이 증식되고 곧이어 선명하게 불안한 기분을 만든다.


다시 주변을 바라보면, 이런 복잡한 내면과는 달리 골목은 고요하다. 사실 세상은 나에게 어떤 것도 먼저 요구하거나 강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주변인들을 만나면 너처럼 열심히 사는 사람 본 적 없어, 너만큼 꿈과 목표가 확실한 사람 거의 없어, 너는 하루를 정말 바쁘게 사는 것 같아. 이런 말들을 자주 듣지만 막상 나는 여전히 불안하고, 세상을 모르겠고, 또 그런 세상을 살아가는 내 자신이 누구인지 잘 모르겠다. 그렇게 '모르겠는' 감정을 잡고 카페에 도착해서 책을 읽고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어쩐지 평소보다 집중이 되지 않는다. 그래도 끝까지 쓰다 보면 결국 이런 문장에 도착할 수 있게 된다. '그래도 의미 있을 수 있어.' 이런 나의 섬세한 감정들의 연결고리와 구체적인 감각이 글을 쓰기 위함이라면. 그리고 그 글을 통해 누군가는 움직이고, 그것을 통해서 내가 한 번 더 움직이고 작용 받을 수 있다면, 이 모든 것은 유의미한 것이 아닐까?


하루 종일 생각하는 재능과 글을 다루는 섬세한 능력을 조금씩 다뤄 보면 어떨까 싶어서 글을 꾸준히 적고 있는 요즘이다. 문예창작과를 입학하고, 그 안에서 소설을 전공하고, 졸업을 한 지금은 문예창작과에 입학하려는 학생들에게 글을 가르치는 일을 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내가 나의 글을 쓰는 시간과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점점 적어졌다. 심지어 글로써 사람들 앞에 서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된다. 글을 가르치는 사람이기 때문에 더욱 더 엄청난 글을 써 보여야 할 것 같고, 부족함은 없어선 안 될 것 같은 마음들이 나를 누르기 시작했다. 그런 무거운 마음이 쉽게 글쓰기를 시작하지 못하게 만들었던 순간들이 생기며 완벽주의가 발동된 것 같다. 그래서 번듯한 '작가'로 데뷔하기 전까지는 어디에도 글을 올리고자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신춘문예로 혹은 어떤 백일장으로 나의 글을 처음 내보이고 싶었던 마음을 내려두니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사사로운 목표들을 따라 가는 것보다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을 찾아 보자. 그리고 그곳에서 나의 글을 시작해 보자. 혹여 그게 아무것도 아닌 게 될지 언정 '시작'을 이제는 해 보자.


문예창작과 입학을 위해 글을 매일 다루고 작성할 때는, 어떤 주제를 잡고 그 안에서 글을 쓰고는 했다. 그런 습관들을 빌려서, 가장 일상적인 공간에서 특별한 시선을 남기는 것을 주제로 이 공간 안에서 꾸준히 써 보고 싶다. 딱 백 번 정도만 매일 남겨 보자. 그렇게 되면 내가 사소하게 느끼는 생각과 감정들도 유의미한 것들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유의미하지 않아도 나중 되어서는 무언가 되어있지 않을까. 불안해도 그저 썼던 순간들이 있었던 것처럼. 그래서 첫 제목은 '가장 밝은 낮'을 찾아서라고 정했다.


내가 사는 동네는 솔직히 그렇게 특별하지 않다. 그러나 어디에도 낮은 존재한다. 멋있는 신도시도 아니고, 향토적이고 정이 많은 시골도 아니다. 그냥 서울의 어딘가이기 때문에 애매한 공간이다. 그럼에도 매일 나에게 주어지는 낮이라는 시간대와 동네라는 공간은 분명하다. 심지어 이곳은 우이천이 흐르는 근방이다. 우이천 산책로에 나가 보면 강아지들도 있고, 물 위를 헤엄치는 오리들도 있고, 날씨가 정말 좋은 날에는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들이 아름다운 빛깔을 보여 주기도 한다. 그 너머로 보이는 자연의 풍경과 멀찍이 솟아 있는 북한산의 모습도 멋있다. 그렇게 특별할 것 없는 이 공간에서 나는 '순간'에 집중을 하며 낮의 풍경에서 많은 것들을 찾고 있다. 물의 흐름이나 빛의 세기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도 있다. 이 공간에서 그렇게 매일 내가 생각하는 것들과 내가 머무는 동네 안에서 선명하게 쓸 수 있는 장면에 대해서 말하며 글을 쓰고 싶다. 오늘의 산책, 오늘의 도서관, 오늘 간 카페나 음식점. 이 안에서 운동하는 시간들. 혹은 가끔 일어나는 특별한 사건들. 그 안에서 가장 밝게 빛나고 있는 낮의 장면을 찾아가고 싶다. 그 순간에 분명히 살아 움직이는 나를 후에도 돌아 볼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