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강화도를 향한 마음

by 정 영 일

[버스, 강화도를 향한 마음]

다시 주말이 찾아왔다.

집에서 강화터미널까지는 한 시간이 훌쩍 넘는다.

자주 오가는 길이지만, 강화도로 향하는 시간은 늘 가슴을 설레게 한다.


두 번의 버스를 갈아타야 하는, 조금은 번거로운 여정.

그럼에도 나는 이 길이 좋다.

익숙한 불편함 속에서만 느낄 수 있는 조용한 설렘이 있기 때문이다.


버스에 몸을 싣고 덜컹이는 리듬에 나를 맡기면,

마음은 어느새 강화도의 풍경 속을 먼저 달리고 있다.

정거장을 하나씩 지날 때마다

마치 긴 터널을 건너 과거를 지나오는 듯,

복잡했던 생각들이 조금씩 정돈된다.


창밖으로는 아직 쌀쌀한 기운이 남아 있고,

가느다란 빗방울이 창문을 두드린다.

이어폰 너머로 흐르는 클래식 한 곡이

나를 구름 위 어딘가에 내려놓는다.


눈을 감고 있으면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흐려지는 그 지점에서

고요한 마음이 잔잔히 일렁인다.

그 순간 깨닫는다.

강화도로 향하는 이 길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내면을 정리하는 시간이라는 것을.


짧은 여행은 도착의 기쁨보다

그 길 위에서의 사색이 더 깊다는 사실을

나는 점점 배워간다.

버스 안에서 일상을 내려놓고

오직 ‘가는 길’에만 집중할 수 있는 이 시간은

내게 참으로 소중하다.


오늘도 나는 지나온 시간을 후회하지 않기 위해,

그리고 지금을 충실히 살아가기 위해

이 흔들리는 좌석 위에서 몇 줄의 문장을 적는다.


중간쯤 지나고 있는 지금,

버스는 여러 정류장을 거치며 사람들을 태우고 또 내려놓는다.

그들 역시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가고 있겠지만,

이 여정 속에서 나처럼 마음의 여행을 떠나는 이는

어쩌면 많지 않을지도 모른다.


나는 목적지보다

이 길 자체를 더 사랑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어딘가에 도달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지만,

나는 이 시간 속에서 삶의 속도와 마음의 방향을 조율한다.

덜컹이는 버스 안, 차창 너머로 스치는 풍경과

내 안의 생각들이 조용히 교차하는 이 순간.

이곳이 나에게는 이미 여행의 시작이다.


그리고 내가 자주 찾는 강화도의 한적한 그곳.

넓게 트인 바닷가 전경이 한눈에 펼쳐지고,

그 옆으로는 논과 밭이 이어지며

멀리 동섬이 고요히 자리한 풍경.


바람은 낮게 불고, 파도는 크지 않게 숨을 쉰다.

도시의 소음은 닿지 않고,

오직 하늘과 바다, 그리고 흙냄새만이 나를 감싼다.


그 자리에서 나는 여행의 진짜 즐거움을 느낀다.

어딘가로 떠났다는 사실보다,

이 순간을 온전히 살아내고 있다는 안도감.


오늘도 그렇게

강화도의 바다 앞에서

마음이 벅차오르는 몇 자를 적어 내려간다.


- 우풍 정영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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