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4월의 순대국밥

by 박재옥 시인


올해처럼 잔인한 사월이 또 있을까

새순 같은 아이들 바다에 잃고서

무슨 염치로 저 착한 것들을 입속으로 집어넣겠는가

열두 시간 넘게 끓인 진한 사골육수 속에

뭉텅뭉텅 잘린 몸뚱이들이 둥둥 떠 있다

눈물의 선지피로 채워 만든 슬픔의 돼지 창자


어른들의 잘못으로 너희를 죽음의 바다로 몰아넣었다

교사인 나는 무엇을 가르쳐왔는지, 하늘이 노래진다

순대처럼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잃고서

우리는 희망을 노래할 수 있는가


국밥 그릇 안에서 몽글몽글 모여있는 내 새끼들

지금껏 아이들 생각하며 나름 열심히 살아왔건만

이건 아니다, 이건 아니다


기력이 달릴 때마다 찾아 먹었던

순대국밥 앞에 놓고도 퍼먹을 염치가 없다

아가, 사랑스러운 아가들아

노랑나비가 되어서 좋은 곳으로 날아가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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