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AL ISSUE
국민연금법 개정안, 그 내용은 무엇인가
‘국민연금’은 보험 원리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사회보험의 일종으로, 사회적 위험에 노출되어 소득이 중단되거나 상실될 위험에 대비해 다양한 급여를 제공하는 제도다. 기본적으로 18세 이상 60세 미만의 소득이 있는 국민은 모두 가입 대상이다. 2024년 기준 약 2,200만 명이 가입해 보험료를 납부하고 있으며, 최소 10년 이상 가입 시 65세부터 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
‘국민연금 기금’은 가입자들이 납부한 보험료 중 급여로 지급된 금액을 제외한 잉여금을 1988년부터 적립해 온 것으로, 2024년 기준 기금 규모는 1,212조 원에 달했지만,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제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에 따르면 기금은 2040년에 정점을 찍은 뒤 감소세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러한 위기 인식 속에서 2025년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앞두고,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다시 급물살을 탔다. 그 결과 재정안정화 방안과 소득보장 방안을 절충한 시나리오가 최종 채택되었으며, 재석 277명 중 찬성 193명, 반대 40명, 기권 44명으로 국민연금 개혁안은 국회에서 가결되었다. 국민연금 3차 개혁안의 핵심은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동시에 인상하는 것이다. 이는 연금특위가 제시한 ‘더 내고, 더 받는’ 방향의 시나리오를 최종 채택한 결과다. 개혁안에 따르면, 현행 9%인 보험료율은 13%까지 인상되지만, 2026년부터 8년에 걸쳐 매년 0.5%p씩 점진적으로 조정된다. 또한 소득대체율은 40%에서 43%로 상향되며, 이는 2026년부터 즉시 적용된다.
3차 개혁안의 문제점과, 이에 대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입장
(1) 3차 개혁안의 문제점
18년간 좌초되었던 국민연금법 3차 개혁안이 마침내 2025년에 통과되었으나,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없이 처리된 만큼 이후 여러 문제점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우선 2025년도 국민연금법 개정은 제도의 근본적인 틀을 유지한 채,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등 수치 조정을 통해 재정안정성을 확보하려는 모수개혁의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구조개혁보다 정치적 부담이 적고, 일부 계층의 저항만 감수하면 되기 때문에 선택된 것으로 보인다. 또 현재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충격을 고려한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국민연금은 2024년 기준 전체 자산 1,000조 원을 넘어섰고, 코스피 시가총액의 절반 이상에 해당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금 고갈이 현실화될 경우, 국민연금이 연금 지급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국내 주식을 대량 매각해야 할 수도 있다는 공포 담론이 형성됐다.
둘째, 국민연금 제도의 개편은 오랜 쟁점이었던 세대 간 형평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세대 간 차등 없이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일괄적으로 인상하면서, 젊은세대는 기성세대를 향한 불만을 드러냈다. 특히 젊은세대는 향후 수십 년간 인상된 보험료율을 적용받아 총 납부액이 크게 늘어나는 반면, 실제 연금 수령액은 실질적 수익이 낮다 지적했다. 실제로 대학교 학생단체인 총학생회공동포럼이 전국 41개 대학 소속 대학생 약 1,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94.6%가 3차 개혁안에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며, 젊은세대의 목소리를 반영한 제도 재검토 요구가 커지고 있다.
(2) 개혁안에 대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입장
이러한 문제점이 지적된 국민연금 개혁안이 통과돼 2026년 1월 1일 시행을 앞두고 있는 지금, 이에 대한 이해관계자들의 반응과 입장 차이가 분명하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정부와 국회는 3차 개혁에 찬성하지만 ‘개혁의 의미 해석’을 두고 뚜렷한 입장 차이를 보였는데, 정부는 정책의 실질성에 방점을 찍은 반면, 국회는 상징성에 더 큰 의미를 부여했다. 우선, 정부는 국민연금 3차 개혁이 무엇보다 보험료율 인상으로 ‘기금의 안정성’을 실질적으로 확보했다는 점에 의의를 두었다. 반면 국회는 이번 국민연금 개혁안을 ‘통과시켰다’는 사실 자체에 정치적 상징성의 의미를 부각하고 있다. 정당 간 이념 차이와 정치적 이해관계로 18년간 미뤄졌던 국민연금 개혁이 드디어 첫발을 뗐다는 점 자체가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자체적 평가를 내렸다.
국회에서 여야는 결론적으로 개혁안에 합의했지만, ‘개혁안의 방향’에 대해 여당인 국힘은 부족했다는, 야당인 민주당은 만족스러웠다는 평가를 내렸다. 국힘은 윤석열 정권 출범 초기부터 구조개혁을 통한 새로운 국민연금의 도입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민주당의 반대에도 국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내걸었던 연금 혁신 공약 이행을 외면할 수 없었고, 탄핵 이후에도 정책 추진력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인상을 남기기 위해 3차 개혁안에 찬성하는 정치적 선택을 했다. 민주당은 국힘이 제안한 구조개편 방안은 오히려 현 젊은세대의 부담을 미래세대에 전가하는 방식에 불과하다고 비판하며, 기금의 안정화를 위해 모수개혁을 우선적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기에 이번 개편을 호의적인 시선으로 바라봤다.
또한 국민연금 개혁에 대한 국민의 입장은 세대에 따라 엇갈린다. 기성세대는 연금 수령을 앞두고 있는 만큼, 제도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에 대해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기에, 3차 개혁안에 대해 상대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이다. 투자한 보험료 대비 연금 수령액이 젊은 세대보다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기성세대 또한 앞으로 낼 보험료가 많지 않아 이번 개혁으로 얻는 이득도 크지 않다는 점에서, 자신들이 지나치게 비난받는다 느끼고 있다.
하지만 젊은세대는 3차 개혁안을 강하게 반대하며, “부담은 청년에게, 혜택은 기성세대에게”를 외쳤다. 그들은 역대 최고 수준의 보험료를 30-40년간 납부해야 하지만, 정작 소득대체율은 기성세대와 동일한 43%에 불과하다. 게다가 은퇴하기 전에 기금이 고갈될 수 있다는 불안감도 안고 있다. 전세계 3위 규모의 기금을 보유한 한국이 구조개혁을 주저하는 배경에는, 기성세대를 고려한 정치적 판단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 주장하는 것이다.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면 차후 구조개혁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까
이러한 상황 속 한국이 모수개혁만으로 기금을 유지할 경우, 미래세대는 보험료율로 29.8% 이상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이와 같은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모든 이해관계자는 시행 시점에 대한 입장 차이는 있으나 구조개혁을 통해 기금방식과 부과방식을 혼합하는 운용 체계로의 전환을 모색해야 된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국민연금 모수개혁과 구조개혁 병행을 최종 목표로 다양한 방향성과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1) 자동조정장치 도입
먼저 ‘자동조정장치’는 말 그대로 인구 구조나 경제 지표 등의 변수에 따라 연금인상률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제도다. 가입자 수, 기대여명, 인구 구조 변화 등을 반영해 연금인상률이나 수급 조건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방식으로, 정치적 개입을 최소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 한국의 국민연금은 전년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기준으로 지급액을 인상하고, 소득대체율 조정을 통해 균형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여전히 정치적 판단에 크게 의존한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따라 윤석열 전 대통령은 ‘물가상승률에서 가입자 수 감소율과 기대수명 증가율을 차감’하는 자동조정장치 도입을 검토했다.
다만, 자동조정장치를 도입을 위해 보험료율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5%p 정도 빠르게 끌어올려야 하기에, 국민 입장에서 단기적인 부담이 크게 느껴질 수 있다. 따라서 모수개혁은 점진적으로 병행되어야 하며, 자동조정장치 도입에 앞서 사회적 합의 형성은 필수적이다. 다양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현재 연금제도가 정치적 결정에 크게 좌우되는 구조임을 고려할 때, 자동조정장치는 제도화된 규칙에 따라 연금이 조정되도록 함으로써 연금의 탈정치화를 실현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평가된다.
(2) 보혐료율 세대별 차등 인상
다음으로 국민연금의 세대 간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세대별로 보험료율 인상 속도를 차등 적용하자는 방안이 3차 개혁 논의 초기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젊은세대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50대 가입자는 매년 1%p, 40대는 0.5%p, 30대는 0.33%p, 20대는 0.25%p씩 인상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세대 갈라치기’를 조장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했고, 결국 보험료율의 세대별 차등 인상안은 폐기되었다. 하지만 일괄적인 보험료율 인상이 오히려 더 큰 세대 갈등을 유발하고 있는 지금, 세대별 차등 인상은 단순한 재정 논리를 넘어, 세대 간 형평성과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 회복을 상징하는 제도로 재검토될 필요가 있다.
(3) 기초노령연금 적극 보장
마지막으로 국민연금과 더불어 노인 빈곤율 해소의 큰 축이 되고 있는 기초노령연금을 전원에게 일정 금액 지급해 노후 소득의 최소한을 보장하는 방안이 제안됐다. 기초노령연금은 현재, 65세 이상 노령 인구 중 소득과 재산이 일정 기준 이하인 대상자에게 지급된다. 하지만, 예컨대 모든 노령 인구에게 기초노령연금을 월 20만 원씩 지급한다면, 2060년 기준 매년 387조 원 이상의 막대한 국가 예산이 소요되는 재정 부담을 안게 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대안으로, 기초연금 수급 대상을 기존 하위 70%에서 하위 50%로 확대하며, 하위 70% 저소득층의 수령액은 상향 조정하고, 그 중간 계층에는 기존 수준의 금액을 지급하는 ‘차등 지급 방식’이 제시되고 있다. 이를 통해 저소득 노령 인구의 삶의 질을 높이고, 국민연금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국민연금 개혁에 따라 관련 산업군에 미칠 영향은?
해당 단락은 2주 동안 해당 이슈를 조사한 작성자의 주관적인 예측을 기반으로 한 의견입니다.
# 1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위탁 투자 방식에서 벗어나 직접 투자 역량을 강화하고자 할 것이다. 국민연금은 기금을 직접운용해 투자하기보다, 상당 부분을 외부 투자기관에 위탁운용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하지만 위탁운용 수익률은 직접투자했을 때에보다 부진했으며, 같은 기간 지급한 위탁수수료는 약 9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따라서 국민연금은 글로벌 투자 전문가를 적극적으로 영입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다.
# 2
국민연금 지급 시기를 늦추기 위해 정년을 연장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60세 이후에도 경제활동을 지속하려는 인구가 크게 늘어날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노령 인구를 중심으로 퇴직 후 직종 전환을 모색하는 움직임이 확산됨에 따라, 국내에서도 ‘경력 설계 카운슬링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퇴직한 노령 인구를 대상으로 경력 전환, 재교육, 재취업 등을 지원하는 온라인 평생교육 플랫폼과 컨설팅 서비스가 사회적 주목을 받고 있다.
노후 자금과 직결되는 국민연금 개혁인 만큼, 이번 3차 개혁에 그치지 않고 향후 어떤 방향으로 변화해 나갈지를 지속적으로 주시하고, 이에 능동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다.
고려대 일어일문학과 홍준혁
qwerjkl0525@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