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네이브, 메르카도 리브레, 본질에서의 위기 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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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png (출처: Lithuania World Arts Council)

Chocolate Naïve, 리투아니아와 아방가르드 속 독보적인 맛의 미학


초콜릿도 럭셔리가 될 수 있다. 프리미엄 초콜릿이 팬데믹 이후 소소한 사치재로 자리잡으면서 그 시장 역시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프리미엄 초콜릿 안에서도 효율적인 생산과 대중적인 소비에 집중하는 매스티지(Masstige)와, 브랜드만의 고유한 미식과 예술성을 추구하는 하이엔드(High-end)가 있다. 하이엔드 프리미엄 초콜릿은 소량에 집중하여 장인 정신으로 그 풍미를 최대한 구현하는 ‘크래프트’의 방식으로 생산되고, 자연과 인간, 문화적 장소성까지 맛에 영향을 미치는 ‘테루아’의 가치로 구현된다.


하이엔드 프리미엄 초콜릿 중 Chocolate Naïve는 2010년 리투아니아 동부의 작은 마을에서 출발했다. 세계적인 장인을 꿈꾸는 설립자 Domantas Užpalis는 빈투바(Bean-to-bar), 즉 카카오 열매의 수급과 선별부터 완성품에 이르기까지 초콜릿 제조의 전 공정에 직접 참여한다. 그의 장인 정신이 담긴 Chocolate Naïve의 제품들은 싱글오리진(Single-Origin)과 아방가르드의 미학을 강렬하게 드러낸다. ‘Nano-lot’ 라인은 블렌딩 없이 단일 원산지의, 희귀한 중남미의 카카오 본연의 맛을 극대화하는 싱글오리진의 정수를 담아냈다. 예술에서 쓰이는 파격적인 실험적 미학을 뜻하는 아방가르드는 그물버섯, 케피어 등 야생의 재료를 초콜릿에 담아낸 ‘Forager’ 라인 등으로 그 가치를 성공적으로 초콜릿에 구현했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와 급격한 기후변화는 코코아 수급을 불안정하게 했고, 이는 코코아와 함께 초콜릿 가격까지도 폭등하는 '초코플레이션'을 불러왔다. 이러한 초코플레이션은 Chocolate Naive와 같이 가격대가 높은 프리미엄 초콜릿의 소비를 위축할 수 있다. Chocolate Naive의 정체성인 아방가르드 역시 아시아-태평양 신흥 시장의 성장으로 실험적인 초콜릿을 내놓는 브랜드가 많아지며 특별함을 잃고 있다.


이 가운데 Chocolate Naive가 주목한 건, 그들이 시작된 그 장소의 감각(Sense of Place)이다. 리투아니아는 북유럽 발트해 연안의 국가로, 국토의 1/3이 숲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들에게 숲은 일상의 향유지이며, 이러한 문화의 기저에는 고대로부터 발트 신을 숭배하던 조상들의 숲을 향한 이교도적 경외심이 내재되어 있다. Chocolate Naive의 Sense of Place는 세계 각지에서 수집하는 고품질의 카카오, 초콜릿 하나하나에 집중하는 장인 정신, 초콜릿이 만들어지는 공간인 리투아니아의 장소성까지 결합하여 테루아의 가치를 증폭하고자 한 시도다.



Sense of Place, 어떻게 테루아를 드러냈는가


1) 브랜드를 상징하는 요소들을 유사한 속성을 가진 타 요소와 병치하면서 브랜드의 본질 형상화

카카오 열매의 향을 맡는 남자와 꽃의 향을 맡는 여자의 모습은 ‘향을 맡는다’는 표면적 행위를 통해 각각 재료와 자연을 표현한다. 빙빙 도는 아이와 회전하는 기계의 모습은 ‘돌아간다’는 공통점과 동시에 인간과 기술을 표현한다. 이처럼 인간, 재료, 기술, 자연 각 요소의 유사성을 교차하여 제시함으로써, 재료를 품는 자연과 이를 재배하고 가공하는 인간의 기술이 통합되어 Chocolate Naive로 귀결되는 테루아의 본질을 구현했다.


2) 시각적 요소의 의도적 절제를 통해 소비자를 다른 감각에 집중시켜 영상에 대한 몰입 극대화

자극적이고 강렬한 색채로 제품을 선보이는 여타 상업 광고들과 달리, 이 광고는 흑백을 제외한 색채들을 모두 배제하여 시각적 자극을 절제하고, 그 빈 자리를 다른 감각으로 채웠다. 자연과 제조 공정에서 들리는 청각과 촉각에 집중하는 경험은 시청자를 곧 그 영상 속 공간을 체험하게 하는 고도의 몰입으로 이끈다.


3) 탈소구적 전달 방식을 차용하여 세심한 관찰과 아카이빙의 대상으로 제품의 가치를 격상

과거의 스탠다드 비율(4:3), 16mm 필름의 질감 등 고전적인 영상 문법, 제조 공정과 무관한 야생동물과 실제 주민들의 장면들은 대본으로 구조화된 광고보다는 날것의 다큐멘터리에 가깝다. 이러한 탈(脫)소구적 다큐멘터리의 전달 방식은 자사의 초콜릿 공정을 기록물로 표현하며, 자사의 제품은 한 번 먹는 경험이 아닌, 세심하게 관찰되고 오래도록 기론되는 보존물로서 가치가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제품의 가치를 한 층 높인다.


4) 지적 몽타주 기법을 활용해 선형적 내러티브를 분해하고 소비자의 뇌리에 잔상으로 각인

영상에서 말하고자 하는 초콜릿을 제조하는 빈투바의 과정은 다른 장면들과 섞여 파편화된다. 이러한 선형적인 서사를 분해하고 단편적인 장면들을 뒤섞어 하나의 심상을 구현하는 지적 몽타주 기법을 통해, 초콜릿이 만들어지는 공간 자체의 잔상을 남겨 소비자에게 장소의 감각(Sense of Place)을 각인시킨다.


5) 자사의 강점을 보여주는 장면에 역설적으로 시간적 특수 효과를 배제해 궁극적 포부 재선언

영상의 일부 장면은 언더크랭크(초당 24프레임 미만으로 저속 촬영한 영상을 정상 속도로 송출해 빠르게 보이도록 하는 기법) 방식으로 촬영되며 시간이 왜곡되어 있다. 그러나 제조 공정 장면만큼은 시간적 왜곡 없이 현실의 있는 그대로 속도로 표현되는데, 이는 공장형 기업들과 달리, 모든 과정에 공을 들이며 정성스럽게 제품을 만들어내는 Chocolate Naïve의 장인 지향적 기업철학과 설립자 Domantas의 포부를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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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png (출처: Forbes)

Mercado Libre, 중남미의 아마존이 흔들리고 있을까?


중남미 이커머스 시장은 모바일 보급과 함께 팬데믹을 거쳐 눈부신 성장을 보였다. 로컬 플랫폼뿐 아니라 아마존, 테무, 쉬인 등 우리에게 친숙한 글로벌 기업들까지 중남미 시장 장악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특히 할부 결제가 일상적인 중남미에서, 금융 소외 계층도 할부가 가능한 BNPL 등의 핀테크와도 접목하며 이커머스 플랫폼들은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그중 중남미의 아마존이라 불리는 Mercado Libre는 중남미 최대 이커머스 플랫폼이다. 쇼핑, 물류, 결제, 금융, 광고까지 전 영역을 유기적으로 이루어진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며 2025년에는 연 매출 약 290억 달러, 연간 고유 구매자 수는 1억 2,100만명이라는 강력한 입지를 구축했다.


그러나 시장에 침투한 글로벌 기업들의 동향도 심상치 않다. 아마존은 그동안 중남미 시장에서 Mercado Libre보다 약세를 보였다. 하지만 중남미 9개국에서 통합 생활 서비스를 제공하는 Rappi에 전략적 지분 투자를 진행하고, 물류 기업 CEVA Rogistics와 협력해 브라질에 풀필먼트 센터를 구축하며 인프라 보강에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한편, 테무나 쉬인 등 C-커머스(China + Commerce) 플랫폼들도 극단적인 가격 경쟁력과 공격적인 SNS 마케팅으로 중남미 시장 장악을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기업 중 쇼피는 브라질에서 앱 사용량 1위에 올랐고, 최초 상기군으로 기억하는 Z세대가 절반에 달하며 Mercado Libre의 가장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이는 쇼피가 싱가포르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중국 IT 기업 텐센트 등의 중국 자본을 등에 업고 적극적으로 펼친 C-커머스식 전략의 효과로 볼 수 있다. Mercado Libre 역시 쇼피에 대응해 브라질 시장에 적극적으로 투자했지만, 점유율 방어를 위한 지출 증대로 인해 오히려 2025년 1분기에 매출이 증가했음에도 적자를 기록했다.


이러한 중남미 이커머스 최대 시장이자 플랫폼들의 격전지인 브라질은 ‘집단주의’ ‘제이칭뉴 브라질레이루(Jeitinho Brasileiru)’라는 독특한 특성을 갖고 있다. 브라질의 집단주의는 개인보다 공동체를 우선시하는 동양의 집단주의와는 달리, 가족, 친구 등 자신이 속한 내집단과의 집단주의라고 볼 수 있다. ‘제이칭뉴 브라질레이루’는 정석적인 방법 대신 창의적인 자신만의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려는 브라질 고유의 삶의 태도를 뜻한다. 이는 단순히 꼼수가 아닌, 관료주의와 형식주의가 만연한 브라질 사회에서, 융통성 있게 문제를 해결하려는 브라질인들의 문화적 공감대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다른 국가들과는 차이가 있다.


한편, 이들은 광고에 대해 높은 거부감을 갖고 있는데, ‘블랙 프라우데(Black Fraude)’는 블랙 프라이데이에 가까워지면 가격을 대폭 올린 후 당일에 정가로 내려 소비자를 속이는 현상을 비꼬는 표현으로, 광고와 프로모션에 대한 냉소적인 태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래서 이러한 Z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게임 형태의 쇼퍼테인먼트 (엔터테인먼트와 결합된 광고) 전략도 등장했으며, 쇼피는 인앱 게임 콘텐츠로 Z세대의 앱 체류 시간을 높이며 락인에 성공하기도 했다.



Call of Discounts, 브라질 Z세대를 스나이핑하다


Mercado Libre의 ‘Call of Discounts’는 쇼핑을 타겟인 Z세대의 문화 코드인 게임으로 재구성해 자사 서비스에 대한 진부한 인식을 깨고, 재미있는 경험으로 장기적인 브랜드 선호도 구축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1인칭슈팅 게임인 ‘콜오브듀티(Call of Duty)’의 ‘Prop Hunt(일종의 숨바꼭질 모드)’에 Mercado Libre에서 판매하는 품목들을 3D 사물(=prop)으로 구현했다. 실시간 트위치 라이브에서 콜오브듀티를 좋아하기로 유명한 축구선수 네이마르가 그 Prop이 되고 프로 게이머들은 Hunter가 되어 네이마르를 찾아다닌다. 시청자들과 게이머들이 채팅으로 소통하며 네이마르 포획에 성공하면, 해당 제품을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실시간 링크가 화면에 나타나고, 네이마르 포획에 걸리는 시간에 따라 할인율은 달라진다.


해당 프로모션 동안 45분만에 16,000개의 쿠폰이 사용되었으며, Mercado Libre는 이 프로모션을 통해 13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또한 그 후로 프로모션 라이브 영상이 2025년 브라질 트위치에서 가장 많이 시청한 콘텐츠에 올랐고, Mercado Libre에 대한 젊은 층의 브랜드 관여도 역시 5.4% 증가했다.



1. 인간의 원시적 본능을 자극해 소비자가 기업이 제시하는 혜택만으로 제품 구입을 유도

시청자들이 프로 게이머들과 함께 사물로 변신한 네이마르를 사냥하는 집단적 경험은 인간의 DNA에 각인된 원시적 본능, 그리고 브라질의 집단주의와 제이칭뉴를 건드린다. 할인 링크는 사냥으로 얻는 ‘전리품’이자 그들이 원시 사회에서 공동 사냥으로 얻은 수확물을 먹듯 다른 비가격적 요소에 대한 고려 없이 사냥으로 얻은 혜택만 생각하며 링크를 클릭하도록 유도한다.


2. 메신저를 활용하는 전통적인 소구 구조를 역전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독특한 경험을 제공하며 브랜드 이미지를 새롭게 환기

메신저를 통해 상품의 장점과 이미지를 전달하는 보편적인 광고와 달리, Call of Discounts에서 네이마르는 상품과 동일화되어 소비자로부터 도망가는 모습을 보인다. 이 역전적인 구조에서 네이마르를 포획하는 팬들은, 일종의 팬미팅을 경험하게 된다. 프로모션 이후에도 이 독특한 팬미팅의 경험은 계속 남아 Mercado Libre를 평범한 이커머스 플랫폼이 아닌, 색다른 경험의 매개체로서 브랜드 이미지를 새롭게 환기하게끔 한다.


3. 광고 소비 경험에 가변적 긴장감을 유발하며 타겟의 능동성을 증폭시키고 광고에 대한 부정적 감정 희석

Call of Discounts에서 네이마르 사냥에 부여된 시간적 제약은 시청자들에게 긴장감과 스릴을 제공한다. 기존의 광고에서 수동적으로 할인 정보를 받아들이던 소비자들이 이 프로모션에서는 할인 혜택을 위해 스트리머들과 채팅하며 적극적으로 프로모션에 개입한다. 이로서 그들은 광고의 수용자가 아닌, 광고에서 뛰어노는 게이머가 되었고, 광고와 Z세대의 관계는 차단과 회피의 부정적 관계에서 탐색의 관계로 역전되었다.



Chocolate Naive는 기업의 본질을 극대화했고, Mercado Libre는 기업의 본질을 새롭게 표현했다. 위기에 빠진 브랜드라면, 그 본질에 다시 주목해보는 게 어떨까?


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오윤상 / 0k_l9v@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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