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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은행 디지털 화폐(이하 CBDC)란, 중앙은행을 뜻하는 'Central Bank'와 디지털 화폐를 뜻하는 ‘Digital Currency’를 합친 용어로, 비트코인 등 민간에서 발행하는 암호화폐와 달리 각국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를 뜻한다. 2022년 국제결제은행(BIS) 연례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중앙은행 중 93%가 CBDC에 관한 연구 및 개발을 시행 중이며, 전 세계 CBDC 가치가 2023년 기준 1억 달러까지 성장하였다. 국내에서 역시 이러한 발전에 따라 은행 등의 기관에서 활용되는 CBDC를 기반으로 활용성 테스트를 진행하였고, 2024년 4분기에는 예금토큰을 활용하여 일반 국민이 참여하는 실거래 테스트가 진행될 예정이다.
CBDC는 이용 주체와 지급결제 방식에 따라 분류할 수 있다. 먼저, 이용 주체에 따라 ‘도매용 CBDC’와 ‘소매용 CBDC’로 구분한다. 도매용 CBDC는 은행, 투자신탁회사, 우체국 예금 등 예금 취급 금융기관에 대해서만 발행되고 이용된다. 한편, 소매용 CBDC는 개인과 기업 등의 모든 경제 주체에 대해 발행되고 활용된다. 둘째로, 지급결제의 중앙 집중 혹은 분산 형태에 따라 단일원장방식과 분산원장방식이 있다. 분산원장방식은 블록체인 기반이기에 거래 정보가 은행 및 금융기관 등 다수에 의해 분산되어 관리되며 디지털 지갑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CBDC는 세부적인 구현 방식에서 차이가 존재하기에 국가마다 CBDC 운영 및 형태는 다양화되고 있다.
모두가 정보 운영의 주체가 되고 제품 개발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웹 3.0의 발전과 빅테크 기업의 데이터 사일로 현상을 통해, 경제 부문에서의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확산되자 신뢰성을 가진 CBDC의 발전과 도입이 촉구되었다.
이러한 사회적 배경에 더해 CBDC를 가능케 하는 여러 기술이 발전하였다. 개인이 자신의 개인정보를 원하는 서비스에 원하는 만큼 인증하는 DID의 발전에 따라 CBDC의 도입 과정에서 데이터 유출의 위험성을 줄일 수 있게 되었다. 나아가, 거래에 참여하는 모든 사용자에게 관련 내역을 보내주어 데이터 위조나 변조를 할 수 없는 블록체인 기술의 특징은 프라이버시 침해와 자금 세탁이라는 문제를 가졌다. 기존의 해결책인 영지식 증명은 먼저 거래를 암호화한 뒤, 암호를 풀지 않은 상태에서도 암호화된 내역이 사실이란 것을 검증할 수 있는 여러 장치들을 설계하는 방식인데, 이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에 디지털 거래에서 활용할 수 없다는 문제점이 존재했다. 그러나, 2022년, 분 단위로 소요되던 거래 시간을 3초로 줄이는 기술이 개발되며 CBDC는 빠르게 완전성을 갖추고 있다.
최근 암호자산 시장의 빠른 성장을 배경으로 스테이블코인이 발행되어 암호자산 거래에 활용되고 있는데, 현금이나 CBDC에 비해 가격 변동성이 높아 금융 안정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각국의 통화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지급수단인 CBDC 도입 논의가 가속화되고 있다. 통화시스템의 특성상, 한 국가의 통화시스템이 자국 내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영향을 미치기에 전 세계적으로 유통가능한 글로벌 CBDC를 발급하는 방식에 관한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1) KB국민은행
KB국민은행은 CBDC, 가상자산, NFT 등 디지털 자산 보관을 지원하는 ‘멀티에셋 디지털 지갑’ 시험 개발을 완료했다. 한편, CBDC가 도입되는 과정에서 디지털 지갑 시스템에 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한데, 이러한 상황에서 은행 고객들에게 토큰 사용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NFT를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해당 NFT는 디지털상에서 발급하고 국민은행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캐시 등으로 전환이 가능하기에 발행 과정에서 비용이 크게 들지 않아 최적의 방안이다.
출처 : KB 국민은행
2) Clickatell
Clickatell은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메신저 복합기업이다. Clickatell은 2022년 9월, 나이지리아 중앙은행(CBN)과 협력하여 나이지리아의 CBDC인 eNaira를 위한 USSD* 채널을 출시하였다. 이로 인해, 사용 과정에서 데이터가 필요 없고, 모든 휴대폰에서 사용 가능하며 효율적이고 간편한 eNaira 뱅킹 서비스를 제공하였다. Clickatell이 출시한 USSD 채널을 통해 eNaira 지갑을 만들 수 있고, 잔액을 확인하거나 자금을 이체하는 것도 가능하다. 스마트폰이 아닌 USSD 채널을 활용함으로써 스마트폰 보급률이 낮은 국가에서도 CBDC 활용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기도 했다.
*USSD: 네트워크에서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램과 휴대전화 사이에 텍스트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사용되는 통신
출처 : Finextra
전망으로는 통화정책의 효율성 증대, 한계로는 경제 활동 통제 가능성과 해킹 우려가 존재한다.
[통화 정책의 효율성 증대]
우리나라의 통화정책 운영체계는 정부와의 협의하에 설정된 물가안정목표를 기준금리 조정 등을 통해 달성하는 ‘물가안정목표제’이다. CBDC 도입 이전에는 각종 통화수단을 활용하여 간접적으로 금리를 조정하고, 그로 인해 다시 물가 안정을 꾀하는 과정으로 여러 시장을 거치는 간접적 물가 안정 방식이 활용되었다. 한편, CBDC 도입 이후에는 CBDC 자체의 금리를 직접 조정하여 보다 직접적인 물가 안정책 활용이 가능해질 것이며, 이에 따라 목표한 물가 안정이나 금리 조정을 직접적으로 진행할 수 있기에 통화 정책의 효율성이 증대될 전망이다.
[경제 활동 통제 가능성]
CBDC는 디지털상에 존재하는 화폐로, 이를 어디에 어떻게 이용하고 누구와의 거래를 진행하고 있는지 등 모든 지출 내역이 실시간으로 중앙은행에 의해 모니터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특정 의도를 가진 중앙은행이 거래를 유도하고 조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한 제도나 법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이러한 경제 활동 통제 가능성에 대비하여 철저한 기술적, 제도적, 법적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
[해킹 우려]
2022년 8월, 미국 크로스체인 기업 ‘노마드(Nomad)’에서 해킹으로 이더리움, USDC 등의 디지털 화폐가 도난당해 1억 9,000만 달러(약 2,500억 원)의 피해가 발생하였다. 이외에도 디지털 지갑 해킹, 거래소 해킹 등 다양한 방식으로 암호화폐를 포함한 디지털 자산의 해킹 시도 사례와 피해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CBDC 역시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 화폐이기 때문에 이러한 해킹 위협에서 안전하지 않다. 이에 따라, 해킹 위협으로부터 CBDC를 보호하려는 기술 발전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CBDC는 현금을 대체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1. 간소화된 해외 송금을 활용하여 해외 자산 관리 기능이 도입될 것이다.
기존에는 해외 송금 등 국가 간 거래를 할 때, 각국의 지급결제 시스템을 개별적으로 활용해야 했기에 거래 속도가 느리고 비용이 많이 든다는 문제점이 있다. CBDC를 도입하는 경우, CBDC 관련 글로벌 공통 규정을 통해 송금 및 검증 절차가 간소화되고 하나의 지급 결제 플랫폼을 만들어 해외 송금의 편의성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각종 금융기관에서는 해외 CBDC 및 자산 관리 서비스, 해외 송금 이후 해외에서 자산을 활용하는 서비스 등을 도입할 것이며, 이를 활용하여 개별 은행의 충성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마케팅을 진행할 것이다.
2. 디지털 금융 교육과 금융 리터러시를 촉진할 것이다.
금융 리터러시는 평생 동안 금융 자원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금융 지식을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다. 금융 리터러시 능력을 갖춘 한국인은 33%에 불과한 것과 달리, 미국, 캐나다 등의 선진국은 60%가 넘는 국민이 금융 리터러시 능력을 갖추고 있다. 한편, 각종 암호화폐와 CBDC의 도입으로 금융 시스템이 디지털 전환기를 맞고 있는 만큼 디지털 금융 서비스와 상품을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디지털 금융 리터러시는 매우 중요해졌다. 이에 CBDC를 포함한 디지털 화폐와 관련된 교육과 관련 정보를 쉽고 빠르게 얻을 수 있는 접근성 높은 서비스가 도입될 것이다.
3. 새로운 신용 평가 시스템의 도입에 따라, 신용 컨설팅 서비스가 발전할 것이다.
개인이 금융기관과 금융거래를 할 때 개인의 신용거래 능력 등을 판단하는 과정에서 직장, 소득현황, 개인재무 상태 등을 종합 평가하여 대출 및 카드 개설 여부를 결정해주는 자동전산 시스템인 개인신용평가시스템을 활용한다. 이러한 기존의 신용 평가 방식과 달리, CBDC 도입 이후 디지털 거래 기록을 기반으로 신용 점수를 산출하여 보다 정확하고 신뢰성 있는 신용 평가가 가능해질 것이다. 이에 따라, 어떠한 거래를 통해 신용을 개선할 수 있는지 알려주는 컨설팅 서비스가 도입될 것이다.
4. 사각지대 없는 금융 시스템 운영을 위해 각 지역 사회와 협력할 것이다.
CBDC의 도입과 그에 따른 지역 사회와의 협력으로 현금 사용층이 소외될 가능성을 해결할 수 있다. 특히, 지역 농산물 전용 CBDC 바우처나 예금 상품을 출시하여 농촌 주민들에게 매출 증대의 발판을 마련할 뿐만 아니라, 은행 계좌를 보유하지 않은 개인 간의 거래에서도 활용될 수 있기에 사회적 약자에게 거래의 편의성을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부문에서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며, 경제 부문에서의 CBDC 도입은 불가피해졌다. 그 과정에서 무엇을, 어떻게, 언제 시행할 것인지가 앞으로 세계 경제의 판도를 바꿀 것이라 예상된다.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의 CBDC 관련 입장에 주목해보자.
고려대 사회학과 박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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