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이 있었나?
몇 년전부터 디지털 광고 업계를 뒤흔들었던 '서드파티 쿠키 철회' 예고가, 결국 한발 물러섰습니다. 구글은 지난달 4월 22일 크롬 브라우저에서의 서드파티 쿠키 지원을 중단하려던 최종 계획을 철회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광고업계와 규제 당국, 그리고 최근 구글의 온라인 광고 시장 관련 반독점 재판의 결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됩니다.
이번 결정은 단순히 기술적인 변경 그 이상입니다. 구글이 쿠키 폐지를 통해 광고 생태계에 주도권을 강화하려 했다는 비판부터, 사용자 프라이버시 보호에 대한 실질적 진전이 없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서드파티 쿠키의 개념과 역할, 구글의 철회 배경, 그리고 앞으로 마케터가 어떤 전략을 가져가야 할지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서드파티 쿠키란 무엇인가
우리가 어떤 웹사이트에 접속할 때, 사용자의 브라우저에는 ‘쿠키(cookie)’라는 작은 텍스트 파일이 저장됩니다. 이는 사용자의 브라우저에 고유한 ID를 부여해, 방문 이력을 기록하고 사용자를 식별할 수 있게 합니다. 쿠키는 크게 퍼스트파티 쿠키(1st-party cookie)와 서드파티 쿠키(3rd-party cookie)로 나뉩니다.
퍼스트파티 쿠키 vs 서드파티 쿠키
퍼스트파티 쿠키는 사용자가 방문한 웹사이트에서 직접 생성한 쿠키입니다. 이 쿠키는 해당 사이트 내에서만 사용되며, 로그인 유지나 장바구니 저장, 방문 기록 확인 등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는 데 활용됩니다.
반면, 서드파티 쿠키는 사용자가 방문한 사이트 외부의 제3자(광고 플랫폼, 데이터 분석 업체 등)에서 생성하는 쿠키입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A라는 언론사의 웹사이트를 방문했을 때, A 사이트에 광고를 게재한 다른 광고 플랫폼 등도 함께 쿠키를 심을 수 있습니다. 이 쿠키는 사용자가 이후 다른 사이트를 방문할 때도 활동을 추적하며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는 데 활용됩니다.
이처럼 서드파티 쿠키는 사용자 경험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광고 효율을 극대화하는 수단으로 기능해 왔습니다. 그러나 바로 이 ‘투명하지 않은 추적’이 사용자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되었고, 기술 규제와 정책 변화의 핵심 논쟁 거리로 부상했습니다.
구글이 서드파티 쿠키 중단을 철회한 배경
구글은 지난 몇 년간 사용자 프라이버시 보호를 명분으로 크롬 브라우저에서 서드파티 쿠키 지원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겠다고 공언해 왔습니다. 이는 사파리나 파이어폭스보다 한발 늦은 조치였지만, 크롬의 압도적인 점유율(전 세계 브라우저 시장의 약 65% 이상)을 고려하면 광고 생태계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결정이었습니다.
당초 구글은 개인 정보 보호 강화를 이유로 2022년부터 서드파티 쿠키 지원을 단계적으로 축소해 2024년 말, 이후 2025년 초까지 완전히 중단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2024년 7월경, 구글은 이러한 전면 중단 계획에서 물러나 서드파티 쿠키를 계속 지원하되, 사용자가 직접 설정을 통해 제어할 수 있도록 하는 '사용자 선택' 모델을 도입했습니다. 이로써 2025년 초 로 예상되었던 기존의 전면적인 서드파티 쿠키 중단 계획을 사실상 보류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올해 4월 22일, 구글은 공식적으로 크롬에서 서드파티 쿠키를 계속 유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서드파티 쿠키 사용에 대한 별도의 추가적인 동의를 구하는 프롬프트 창을 도입하지 않기로 결정했으며, 사용자는 기존 크롬 설정을 통해 계속해서 쿠키 관련 환경 설정을 관리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사실상 정책 자체의 전면 철회에 가까운 결정이었습니다.
구글의 이러한 결정에는 업계의 반발과 규제 압박 등 복합적인 요인에 기인한 것으로 보입니다.
1. 광고 업계의 반발
광고 플랫폼과 퍼블리셔들은 구글의 서드파티 쿠키 폐지 계획과 함께 제시된 대안인 ‘프라이버시 샌드박스’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프라이버시 샌드박스'는 사용자 데이터를 브라우저 내에 제한적으로 보관하면서도 광고 타겟팅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지만, 결국 구글이 데이터를 직접 통제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광고 시장에서 구글의 지배력을 더욱 강화하여 구글 중심의 폐쇄적인 생태계가 형성될 것이라는 비판이 많았습니다.
2. 반독점 재판과 규제 당국의 압력
구글은 영국 경쟁시장청이나 EU집행위원회 등에서 디지털 광고 시장 독점 문제로 수차례 소송과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쿠키 폐지가 자칫하면 구글의 독점 구조를 형성할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규제 당국이 이 사안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으며, 실제로 구글이 패소한 미국 법무부의 반독점 재판에서도, 구글의 쿠키 정책과 프라이버시 샌드박스가 시장 경쟁에 미치는 영향이 주요 쟁점 중 하나로 떠오른 바 있습니다.
3. 대체 기술의 불완전성
구글이 제안한 '프라이버시 샌드박스'는 아직까지 업계가 기대하는 수준의 타겟팅 정밀도, 성과 측정 기능, 사용자 경험 보완 등에서 충분한 완성도를 갖추지 못했습니다. 이에 따라 마케터와 광고주들은 쿠키 없이 효과적인 캠페인을 실행할 수 있는 준비가 부족한 상황이었고, 실질적인 대안 부재는 구글의 계획 추진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구글의 철회 결정은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기도 했습니다.
구글은 쿠키 폐기를 진지하게 준비해왔을 수도..?
“구글은 쿠키 관련 발표를 통해 최근 반독점 판결에서의 패배 이슈를 덮으려 할 겁니다.”
“쿠키 폐기 철회는 구글이 지난 5년간 가장 즐겨 썼던 PR 전략입니다.”
- Keen Decision Systems의 CRO 브래들리 키퍼(Bradley Keefer)
이번 결정을 두고 구글의 정치적 계산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단순한 시간 끌기나 전략 변경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어 보이기도 합니다. 구글은 실제로 '프라이버시 샌드박스'를 통해 쿠키 폐기를 진지하게 준비해왔고, 이를 위해 막대한 자원을 투자해 온 것은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Google Analytics 4(GA4)입니다. GA4는 기존 Universal Analytics와 달리 쿠키에 의존하지 않는 이벤트 기반 분석 시스템으로, 서드파티 쿠키 이후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설계되었습니다.
여전히 유효한 서드파티 쿠키, 하지만...
이번 철회는 서드파티 쿠키가 여전히 유효한 타겟팅 수단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사파리나 파이어폭스 같은 일부 브라우저에서는 이미 제한적이지만, 가장 많은 점유율을 가진 크롬에서는 아직 사용 가능하다는 점에서 당장 데이터 수집 및 분석 전략에서 완전히 배제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안심할 만한 신호는 아닙니다. 사용자 프라이버시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규제 당국의 압력은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으며, 이는 결국 서드파티 쿠키가 언제든 다시 폐지 수순을 밟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핵심은 퍼스트파티 데이터 전략
이제 퍼스트파티 데이터 확보는 선택이 아닌 필수 전략입니다. 최근 자사의 웹사이트 및 앱 런칭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기업들이 많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자사 웹사이트, 앱, CRM 등을 통해 직접 수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을 세분화하고, 개인화된 콘텐츠를 제공하며 보다 정교한 리타겟팅 전략을 설계해야 합니다.
이러한 데이터 기반 마케팅은 쿠키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자사 채널을 통해 투명하게 데이터를 수집하고 관리하는 것이 고객과의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도 합니다.
유예된 변화, 그러나 준비는 지금부터
구글의 서드파티 쿠키 지원 중단 철회는 광고 업계와 사용자, 규제 당국 간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맞물린 결과입니다. 당장의 기술적 변화는 미뤄졌지만, 사용자 프라이버시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규제 강화 흐름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는 '언젠가는 반드시 다가올 변화가 잠시 유예된 것'일 뿐이라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지금의 상황을 단순한 '한숨 돌림'이 아닌, 서드파티 쿠키가 없는 미래를 향한 퍼스트파티 데이터 기반 전략, 고객 경험 중심의 마케팅 체계로 전환할 수 있는 시간으로 삼아야 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참고 :
https://clearcode.cc/blog/chrome-privacy-sandbox-explained/
https://www.marketingdive.com/news/whats-next-google-keeps-cookies-challenges-dominance/746061/
https://martech.org/as-google-brings-back-cookies-marketers-stick-with-privacy-first-strategies/
https://martech.org/its-time-to-re-think-our-rejection-of-third-party-cook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