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지쳐버려서

그래서.

by 타자 치는 컴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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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글을 읽으신 뒤 본 글을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


지친다. 지쳤다. 다 지쳐버렸다.

너는 그리 중얼거렸다.


누군가와 누군가 사이 있는 일도 지치고,

누군가들의 갈등 속에 있는 것도 지치고,

저도 모르게 알게 되는 것들에 신경 쓰는 것도 지치고,

이제는 말하는 것도, 듣는 것도, 읽는 것도, 이해하는 것도, 표현하는 것도, 기억하는 것도 지쳤다. 너는 다 지쳐버렸다.

그래서 필요했다. 간절했다. 너는 쉬고 싶었다.


너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떠나는 게 필요하다고. 멀어지는 것도, 침묵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그리 이야기했다.



너는 꽤 오랫동안, 무언가를 계속 놓치고 있었다. 정확하게는, 잃고 있었다.

언젠가부터 너는 행복하지 못했다. 행복을 피한 것이 아니라, 행복이 너를 피하는 것이었다.


행복을 잃고 있다는 브런치의 글도, 그냥 혼자 썼던 글도 많다.

얼마 전에는 친구들과 함께 보러 간 영화에서 혼자만 감동받거나 슬프지 않았다. 언제는 혼자만 대화에 공감하지 못했다. 조금 전에는 밥을 먹으며 웃고 떠드는 자리에서 혼자만 꺼낼 말도, 웃음도 없었다. 너는 무언가를 잃어버린 것 같다고 느꼈다.

아마 그건 생명이거나, 인간성이거나, 감정이거나, 그런 비슷한 무언가였을 터였다.


얼마 전부터, 정확하게는 두 달 전부터. 아니, 어쩌면 올해에 들어서면서부터.

너는 느꼈다. 너는 네가 죽어가는 것을 느꼈다. 물리적으로가 아니라, 정신적으로. 감정적으로. 영적으로.


사람들과 대화하기 힘들어지고, 함께하기 어려워지고, 공감해주기 지치고,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벌써 꽤 오랜 시간, 너는 사람들과 억지로 대화했고, 활기찬 척을 했고, 어려운 웃음을 지었다. 오랫동안 해왔기에 어렵지 않았지만, 이제는 그렇게 하는 것조차도 지치기 시작했다. 너는 스스로가 품은 모든 관계에서 어려움을 느꼈다. 그래서 그랬다. 여행까지 와서도, 대화를 쉽게 할 수 없었다.


사람들의 눈에는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네가 다른 사람들과 잘 소통하고 어울리고, 노는 사람으로 보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너는 안다. 그게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너는 도시를, 집을, 학교를 벗어나면 회복될 줄로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너는 장소가 아니라 관계에서 힘든 것이었다. 너는 사람이 어려운 것이었다.


여행 2일차 점심 이후부터 너는 ‘재밌고 활기찬 사람’이기를 포기했다. 굳이 어울리거나 웃지 않았다. 아무랑도. 이왕 숲까지 온 거, 그냥 놀기로 했다. 혼자서, 그리고 숲과 함께. 책과 노트와 연필과 함께. 핸드폰은 치워두고. 잠시 동안 혼자하기로 했다. 너는 네가 가진 모든 것들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너는 쉬었다. 글을 썼다. 글을 읽었다.

너는 숨을 쉬었다. 너는 눈을 깜빡였다. 너는 하늘을 보았다. 너는 평안했다.

너는 기도했다. 기도했다. 더 기도했다.



여행을 통해 배운 점이랄 것은 없었다.

남은 것이라 부를 만한 것도 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회복된 것은 있었다.


너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언젠가 지치면, 또다시 이러다 죽겠다는 마음이 들면,

그 때 다시 돌아오기로 했다.

너는 도시로 돌아왔다.



2025.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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