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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성국 May 14. 2022

나는 왜 팀원이 필요한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난 지금 혼자 사업을 하는 것에 아주 큰 한계를 느끼고 있다. 뭐 요즘은 1인 창업이니 퍼스널 브랜딩이니 1인 창조기업이니 하는 것들이 많아졌다고는 하지만 다수가 사용하는 정보서비스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나에게는 상당히 버겁게 느껴지기도 한다.  


사실 이건 내 사업의 성격이나 커질 수 있는 스케일을 낮게 잡으면 어느 정도 해결될 수도 있다. 그냥 스마트스토어 같은 데서 물건을 팔거나 콘텐츠를 팔거나 그런 것들은 혼자서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은가. 하지만 그렇게 될 수도 없을뿐더러 그렇게 하고 싶지도 않다.


사실 나도 혼자서 헐 수 있는 게 많을 줄 알았다. 1인 기업의 한계는 명확하지만 그만큼 장점도 명확하기에 그런 장점을 충분히 이용해서 혼자서 끌고 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팀원이 없이 사업을 한다는 것은 상당히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함을 깨닫게 되었다.


사업을 혼자 하는 것의 장점

사업을 혼자 해 본 결과 두 가지 정도의 장점이 있었다. 첫째는 의사결정이 매우 빠른 것이었고, 둘째는 비용과 리스크가 감수되는 것이다.


내가 작년 초만 하더라도 우리 팀은 3명이었다. 그 이후 두 명이 제 살길을 찾아 떠나면서 우리 팀에는 나 혼자 남게 되었다. 아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하고 있다가 아 혼자라도 하긴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그때부터 5개월간 잠도 제대로 못 자면서 개발을 해나갔다. 


이때 재미있는 뜻밖에 경험을 했는데 3명이 같이 한 작업의 속도보다 혼자 하는 작업을 속도가 훨씬 더 빨랐던 것이다. 그것도 그냥 빠른 게 아니라 두배 가량 빨랐던 것이다. 사실 생각해보면 나 개인의 업무량이 절반 정도로 줄었던 것이다.  


팀원들이 있을 때는 방향성을 인지시켜주기 위한 각종 회의들과 팀원들의 업무를 관리하기 위한 시간들, 내가 보기엔 별 의미 없어 보이는 것을 가지고 각종 주장과 설득과 논쟁까지 하며 에너지와 시간을 소모해나갔다. 심지어는 그때 개발하던 우리 서비스는 배경지식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우리 서비스에 대한 가치를 잘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그것을 위한 스터디까지 한 달을 진행했다. 


하지만 혼자 진행했을 때는 그런 팀원들을 관리하거나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팀원들을 맞는 방향으로 끌고 오는 노력과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 의사결정을 해야 할 사향이 있으면 오로지 나만의 고민을 통해 나의 방향으로 결정을 하면 된다. 이견이 없기에 아주 빠르게 해당 결정을 실행되며 따라서 상당히 빠르게 시장에서 해당 결정이 검증된다. 동시에 스스로의 에너지는 팀원을 관리하는데에서 제품으로 집중시킬 수 있다.


또한 팀원이 없으니 비용에 대한 부담 또한 매우 적어진다. 사실 소프트웨어 서비스 관련 기업의 비용의 대부분은 인건비로 소요된다. 그러므로 팀원이 적다면 당연히 인건비가 적게 나가게 되며, 자금을 가지고 더 오래 버틸 수 있게 된다.  


리스크를 바라보는 태도 또한 달라지게 되는데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혼자라면 그 프로젝트가 실패하게 되면 스스로의 생존만 해결하면 되므로 리스크 테이킹을 잘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팀원이 있을 때는 이 사람들을 어떻게 먹여 살린 수 있을까를 항상 생각해왔던 것 같다. 지금 당장 하고 싶은 것을 다 관두고서라도 외주 개발을 해서라도 팀원들 인건비를 해결해야겠다고도 생각을 했다. 당연히 혼자인 경우에는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사업을 혼자 하는 것의 문제점

하지만 이렇게 의사결정 속도가 빨라지고 소통 비용과 리스크가 줄어드는 장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왜 팀원을 찾는 것일까? 이런 장점들을 전부 다 잡아먹고도 남을만한 문제들이 있기 때문이다. 첫째로는 볼 수 있는 시야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고 둘쨰는 문제가 터졌을 때 해결에 대한 부분이다. 셋쨰는 사업 스케일의 한계이다. 그리고 넷째는 자금조달에 관한 부분이다.


첫 번째 아이템을 실패하고 나서 여러 아이템들을 고려해볼 때 너무나도 많은 문제에 직면했다. 잘 알고 있는 기술이나 시장의 폭도 좁았고 그 때문에 생각할 수 있는 사업 아이템의 폭도 너무나 좁아 거의 비슷비슷한 것을 생각했다. 생각을 하더라도 구체적인 시장이나 사업의 특성을 모르다 보니 생각한 아이템이 시장에서 먹힐 수가 없는 것이거나 너무나 추상적으로밖에 생각할 수가 없었다. 반면에 내가 잘 아는 기술과 시장의 폭은 너무나 좁아서 시장 자체가 작을 수밖에 없었다.


사업을 할 때 가장 큰 문제는 외부의 리스크보다 내부의 리스크가 더 큰 법이다. 그중 가장 큰 리스크는 멘털에 대한 부분이다. 특히 많은 테스트와 실패를 반복해야 하는 스타트업에서는 회복탄력성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개인의 회복탄력성 문제는 오로지 개인이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 크다. 그게 회복이 어려우면 나의 작년 겨울처럼 길고 긴 방황의 시기가 시작된다. 


팀원이 있으면 훨씬 회복탄력성이 강해지는 부분이 있다. 팀원 서로에 대한 책임감 때문이기도 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동기부여를 해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동기부여의 부분이 큰데 서로 열정과 문제 해결의 긍정적인 영향을 전달한다. 혼자면 좌절할 수도 있는 문제를 팀이기 때문에 좀 더 해결에 포커스를 맞춰서 솔루션을 찾을 수 있다. 그것을 우리는 팀의 시너지 효과라고 한다.


올해 들어오면서 여러 가지 사업 아이템을 구상할 수 있게 되었다. 여러 가지 검증들을 하면서 시장의 수요가 있다는 것 또한 알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 현재로써는 그 사업을 진행할 수가 없는 상태이다. 그 사업들의 특성상 혼자서는 도무지 할 수가 없는 사업의 형태였다. 특히 웹이나 앱 서비스 형태에 영업이 필수적인 요소가 되는 사업의 형태에서는 도무지 혼자서 개발을 하면서 영업을 다닐 수가 없게 된다. 그렇게 혼자서는 가능한 사업의 형태가 제한되며 스케일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는 자금조달과도 직접적으로 연관된다. 정부지원사업을 지원하든 투자제안을 하든 간에 혼자라는 점은 치명적인 약점으로 다가온다. 혼자서 할 수 있는 형태나 스케일에서는 정부지원사업 등에 지원하기가 어렵고 VC들이나 지원사업의 심사 측면에서도 팀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혼자서 하는 경우는 지원이나 투자를 받기가 어럽게 된다.


마치며

그래서 나는 현재 팀원이 필요하다. 그리고 팀원을 구하기 위한 여러 가지 노력들을 하고 있다. 내 경험상 "이런 좋은 아이템이 있으니 같이 하자" 같은 말이나 로켓에 올라타라느니 같은 소리는 전혀 팀원을 구하는데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리고 창업 관련 행사나 모임에서 만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팀을 만드는 것을 두고 피터 틸은 차라리 슬롯머신 앞에서 결혼을 약속하는 것이 더 현실성이 있어 보인다고 했다.


나는 현재 아이템을 보고 나와 사업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보고 나와 사업할 사람을 찾고 있다. 내가 무엇을 하든지 간에 이 사람과는 할 수 있겠다는 믿음을 누군가에게 심어주고 싶다. 나 또한 누군가를 보고 이 사람하고 하면 진짜 뭐든지 할 수 있을 거 같다는 사람에게 같이 해보자고 하고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매출이 안 나오더라도 내가 진짜 장기를 팔아서라도 당신에게 급여를 주겠다고 한 적도 있었다.


이런 사라들은 서로 오래 본 사이여야 하며, 아주 작게나마 같이 일을 하거나 같이 프로젝트를 해본 사람이어야 한다. 물론 안다. 팀원을 한 번 잃어본 이후 팀원에 대한 기준은 높고 까다로워졌다. 그래서 이런 기준에 맞게 팀원을 구하고 싶어서 오랫동안 스터디를 하기도 하고 스터디를 하던 사람들과 연구모임을 만들어서 프로젝트까지 같이 하고 있다. 현재 일 년을 넘게 연구와 공부를 함께하고 있고 조건이 맞으면 같이 일을 하지고 했다.  


동시에 모두의 연구소에서 풀잎스쿨과 랩의 활동을 하면서 여러 사람들과 같이 공부나 프로젝트를 해보고 있다. 이런 활동들에서 나의 목표는 사실 단 하나다. 나에 대한 신뢰와 신용을 높여나가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같이 하는 사람들이 생기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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