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은 재능이 아니라 태도의 다른 이름이다
글을 쓰는 사람은 두 부류로 나뉜다.
'글을 끝내는 사람'과 '글을 시작만 하는 사람'.
둘의 차이는 재능이 아니라 사고방식에 있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쓰면서 배운다"라고 생각하지만, 글을 못 쓰는 사람은 "배운 다음에 써야 한다"라고 생각한다. 출발점이 다르니 결과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초고가 완벽하지 않다는 걸 안다. 그래서 망설이지 않는다. 완벽한 문장이 아니어도, 쓰는 행위 자체가 글쓰기의 과정임을 믿는다.
반면 글을 못 쓰는 사람은 '좋은 글'을 쓰려다 멈춘다.
초고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로 포기하고,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평가'만 한다. 애석하게도 글을 쓰는 게 아니라 글을 심사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글의 차이는 문장력의 문제가 아니라, '진행하느냐 멈추느냐'의 차이에서 생긴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의 사고방식은 ‘쓰기 중심적’이다. 그는 글을 통해 사고를 정리한다. "생각이 정리되지 않으니까 못 쓰겠다"가 아니라 "써야 생각이 정리된다"라고 믿는다.
지인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나는 글을 쓰기 전에 뭘 쓸지 몰라. 근데 쓰다 보면 알게 돼."
정확한 말이다. 글은 쓰는 과정에서만 길을 찾는다.
반대로 글을 못 쓰는 사람은 '사고 중심적'이다. 글을 쓰기 전에 모든 걸 완벽히 정리하려 한다. 문체, 주제, 구조, 심지어 문장의 리듬까지 머릿속에서 세워야만 쓸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생각은 글을 쓰는 과정에서만 명확해진다. 그는 결국 '준비 중'이라는 환상 속에서 멈춘다.
습관에서도 차이는 분명하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시간을 기준으로 쓴다.
'매일 오전 9시엔 글을 쓴다.'
'퇴근 후 30분은 무조건 초고 시간이다.'
이러한 마음가짐으로 영감이 오든 안 오든, 정해진 시간엔 자리에 앉는다.
반면 글을 못 쓰는 사람은 기분을 기준으로 쓴다.
'오늘은 컨디션이 안 좋아.'
'영감이 안 떠올라.'
이런 사고방식이 글쓰기를 감정의 영역으로 끌고 간다.
글은 감정이 아니라 훈련으로 완성된다. 프로 작가들은 영감을 기다리지 않는다. 그들은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서 쓴다. 영감은 생각이 아니라 행동에서 생긴다.
꾸준함은 영감보다 훨씬 강력한 도구다.
또 하나의 차이는 글을 대하는 태도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은 글쓰기를 노동처럼 받아들인다. 오늘 쓴 문장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내일 다시 고치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는 글을 '결과물'이 아니라 '과정'으로 본다.
반대로 글을 못 쓰는 사람은 글을 '자기 평가의 잣대'로 본다. 글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역시 나는 재능이 없어'라고 결론 내린다. 이런 자기 판단이 글쓰기를 중단시키는 가장 확실한 독이다.
나 역시 그런 시절이 있었다. 글 한 편을 쓰고 나면 스스로에게 점수를 매겼다.
"이 정도면 괜찮은 건가?"
"역시 나는 글재주가 없나?"
그러다 깨달았다. 글은 점수가 아니라 근력이라는 걸. 오늘 쓴 글이 형편없어도, 내일 또 쓰면 된다. 글은 잘 쓰는 게 아니라, 계속 쓰는 것이다.
그렇다면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어떻게 다를까? 그들은 사고방식만 다른 게 아니라, 행동 방식 자체가 다르다.
첫째, 쓰는 시간을 정한다.
특정 시간대에 뇌가 자동으로 '글쓰기 모드'로 들어가도록 훈련한다.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 앉는 것만으로도 진입 장벽이 낮아진다. 처음엔 5분이어도 괜찮다. 중요한 건 시간의 길이가 아니라 '매일'이라는 리듬이다.
둘째, 완벽한 문장보다 완성된 원고를 목표로 한다.
초고를 쓰는 동안에는 교정 금지다. 맞춤법이 틀려도 넘어가고, 문장이 어색해도 일단 쓴다. 문장 수정보다 내용 생산에 집중한다. 고치는 건 나중의 일이다.
셋째, 기록을 남긴다.
'오늘 몇 분 썼는가, 몇 줄 썼는가'를 기록한다. 엑셀, 노션, 메모앱 어떤 형식이든 상관없다. 숫자가 쌓이는 걸 보면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이 생긴다. 글쓰기는 감정이 아니라 증거로 쌓이는 습관이다.
이 세 가지 습관을 지속하면 놀라운 변화가 일어난다. 글을 미루는 불안이 줄고, 자신감이 쌓인다. 무엇보다 "나도 글을 끝낼 수 있다"라는 확신이 생긴다.
글을 잘 쓰는 사람과 못 쓰는 사람의 차이는 아주 사소하다. 그러나 그 사소한 차이가 매일 반복되면, 결과는 압도적으로 달라진다.
하루 한 줄이라도 꾸준히 쓰는 사람은, 일주일에 열 줄을 쓰는 사람보다 훨씬 빨리 성장한다.
글쓰기는 한 번에 잘 쓰는 능력이 아니라 계속 쓰는 근력이다.
생각으로 쓰려는 사람은 늘 준비 중에 머무르고 손으로 쓰는 사람은 결국 완성한다. 결국 글쓰기의 본질은 단 하나다. 쓰는 사람만이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