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트렌드의 변화와 MZ세대의 니즈
권력의 패러다임
방송 3사의 몰락과 새로운 미디어의 부상
지금으로부터 15~20년 전만 해도 방송 3사의 권력은 그야말로 최고의 전성기였다. 그러나 10년 전부터 tvN과 같은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이 급상승하기 시작하면서 권력의 균열이 이루어졌다. 종편은 고객의 니즈를 가장 빨리 읽으며, 한국 드라마의 트렌드를 이끌게 된다.
이 무렵 넷플릭스는 세계화를 위해 열심히 문을 두드리고 있었고, 유튜브 또한 넷플릭스보다 일찍 자리 잡았다. 하지만 한국인의 특성상 영상 노출에 대해 보수적인 면이 있어, 해외보다는 한국이 영상 콘텐츠 수용에 더딘 모습을 보였다. 영상 통화가 해외에 비해 활성화되지 않은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텍스트에서 이미지로, 그리고 영상으로
한국은 텍스트와 영상의 중간 위치에 있는 이미지를 선호하는 특색을 보였다. 특히 미니홈피 문화에 익숙했던 우리나라는 텍스트와 이미지가 결합된 페이스북이 먼저 자리를 잡게 되었고, 텍스트보다 이미지를 선호하는 니즈가 MZ세대에서 퍼져나가면서 인스타그램이 20대 중심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이런 흐름은 마치 조선 시대 문호 개방과 비슷하다. 해외는 이미 영상의 니즈가 폭발적인 시점이었고 영상통화가 점점 보편화되기 시작했지만, 한국만 문호를 개방하지 않은 것과 같은 모습이었다. 한국 문화의 특유의 그 무엇이 한몫했을지도 모르겠다.
SNS의 부상과 방송 3사의 위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의 채널이 늘어남에 따라 기업들은 비용을 줄이고자 일반 방송 송출에서 가성비 좋은 SNS로 이동해 활동했다. 정확히 말해 MZ세대가 몰려있는 채널로 이동했다고 봐야 할 듯하다. 이 시점부터 방송 3사의 권력은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이들은 배에 물이 새고 있는지도 모른 채... 이런 흐름을 읽은 종편은 재빨리 트렌드를 좇아 MZ세대 맞춤형 드라마, 예능을 선보이기 시작했고, 그 예상은 적중했다. MZ세대의 니즈 흐름은 곧 권력의 흐름과도 같다. 이로써 방송 3사의 몰락이 시작된다.
웹툰, 웹소설의 부상과 드라마 제작의 변화
이 무렵 웹툰, 웹소설이 급부상하게 된다. 그 이유는 고객과 가장 밀접하게 민감한 트렌드를 읽어 내는 곳이 바로 웹툰과 웹소설 시장이기 때문이다. 종편 방송국은 이것을 알고 웹툰과 웹소설 원작을 탐색하며 반응이 좋은 것은 드라마로 만들며 방송 트렌드를 선도한다.
유튜브와 넷플릭스의 시대
그러나 이것을 가만 놔두지 않고 잠잠히 지켜보고 있던 시장 채널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유튜브와 넷플릭스다. 지금으로부터 6~7년 전, 이때부터 이들은 어느 순간 한국에서 공룡이 되고 있었다. 마치 땅속에서 MZ세대의 흐름이 바뀌기만을 기다린 듯이 말이다.
자기 조직화 시대의 도래
인스타그램으로 인해 한국 유저도 가랑비 옷 젓듯 학습되었다. 텍스트의 시대가 저물고 이미지의 시대가 온 것이다. 이마저 조금씩 저물면서 영상의 시대가 개화한 것이다. 이 말은 즉, MZ세대의 성향이 내향에서 외향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엄밀히 말해 억눌러왔던 성향이 자유롭게 분출되었다고 해야 맞을지도 모르겠다.
자기 조직화 시대란 무엇일까? 그렇다. 자기를 중심으로 나의 팬을 형성하고자 하는 니즈의 시대라 할 수 있다. 그러면서 상호 네트워킹을 구축하는 것 말이다. 어쨌거나, 나를 보여주고 나의 특성과 장점, 진정성을 잘 드러내주는 채널이 뭐가 있을까? 그렇다. 영상이다.
유튜브의 성공과 넷플릭스의 부상
유튜브는 MZ세대의 니즈에 부합하는 세 가지 요소를 갖추었다. 첫째, 자유로운 표현의 장. 둘째, 수익 창출의 기회. 셋째,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접근성이다. 이렇게 시대의 흐름과 니즈에 맞아떨어져 유튜브는 방송 3사 시대에서 자기 조직화 시대에 부합하는 유튜브 시대로 바턴을 넘겨준다.
한편, 넷플릭스는 작품성, 완성도 등 수준 높은 퀄리티의 콘텐츠를 제공하며 MZ세대의 또 다른 니즈를 충족시켰다. 중간광고, PPL이 없는 온전히 작품을 위한 콘텐츠 생산, 모바일로 언제 어디서든 시청 가능한 편의성, 그리고 한 번에 완결까지 이어서 볼 수 있는 장점은 많은 이들의 호응을 얻었다.
숏폼 시대의 도래
이후 틱톡이 중국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숏폼의 시대를 예고한다. 유튜브 또한 잠시 매너리즘에 빠질 때쯤 15초, 50초 동영상이라는 것이 뜰 것으로 예상하고, 부랴부랴 숏폼 영상 코너를 넣기 시작한다. 이후 인스타그램 및 각종 SNS 채널에도 이것을 도입하면서, 바턴은 숏폼의 시대로 넘어간다.
시간의 가치와 MZ세대의 변화
숏폼의 시대는 결국 기회비용의 시대라 할 수 있다. 즉, 사업 아이템을 고려할 때 시간이란 요소를 반드시 넣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는 앞으로의 트렌드에서 생존 문제라고 생각한다. 음악도 1절만 부르는 것도 있고, 드라마도 8부작이 늘어나고 있다. 통상 16부작 아닌가? 8~10부작이 무슨 뜻일까? 거의 절반이 줄어들었다는 것은 그만큼 시대가 빠르게 흘러간다는 뜻이다.(물론, 예산 절감 및 확률 측면에서 횟수를 줄이는 선택을 하는 부분도 있다) 드라마의 전개 또한 어떠한가? 일본 드라마처럼 지루하지 않다. 결론부터 시작해서 빠르게 전개되는 드라마가 지금은 대세다.
결론: 트렌드의 빠른 변화와 우리의 대응
이제는 시간을 돈과 맞바꾸는 시대다. 그리고 나를 과감히 드러내고, 유럽, 미국과 같이 공격적인 성향의 MZ세대의 변화가 자주 포착되고 있다. 다양한 경험을 누리고자 하며, 억압을 거부하고, 소소하지만 의미 있는 삶을 추구하는 세대. 여기서 이상과 현실과의 충돌로 세대갈등, 우울증, '노오력'만으로는 절대 할 수 없다는 말, 권리는 당연히 주장하지만 책임과 고통은 잠시 내려놓는 지점에서의 사회 간 갈등 등 이것들이 우리 사회를 우울하게 만들기도 하고 희망을 가지게도 한다.(이제는 이것을 비단 MZ세대의 특성으로 치부하는 것보다는 사회적 흐름으로 해석해야 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결국 수렴하니까 말이다.)
최근 GPT의 등장으로 전 세계는 또다시 격변의 변화를 맞이할 듯하다. 시간을 줄여주는 콘텐츠를 만들어 판매하던 시절은 이제 끝날지도 모른다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아니, 시간을 줄여주는 콘텐츠도 생긴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그렇다. 이젠 트렌드가 한 달 단위로 바뀌고 있다.
그렇다면, 이 태풍의 중심에서 고요한 새소리를 듣고 있는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창업을 준비하는 독자는 이러한 트렌드의 흐름과 니즈를 꼭 인지하고 아이템을 수립해 보길 바란다. 우리 모두가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는 이 시대에, 자신만의 독특한 이야기와 관점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것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채널을 선택하고 운영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변화의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는 이 시대에, 우리는 끊임없이 학습하고 적응해야 한다. 하지만 동시에 본질적인 가치와 진정성을 잃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트렌드를 좇되,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는 균형. 그것이 바로 이 격변의 시대를 헤쳐나가는 우리의 나침반이 되어야 할 것이다.
내면의 시대: 새로운 니즈의 등장
나는 내면의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생각한다. 지금껏 우리는 외면의 시대 속에 살았고, 그로 인해 많은 고통과 우울증을 겪었다. 나를 알아주고 인정받는 일련의 모든 것이 묵살당하고 기회조차 없는 이 세상 속에서, 역사와 트렌드의 반복된 패턴을 다시 상기해 본다면 이제 우리는 내면을 들여다보며 삶의 치유를 갈망하는 니즈가 점차 증대할 것으로 본다. 나는 이것을 다른 말로 본질의 시대라 말하고 싶다.
'각자도생'이라는 말은 너무나도 잔인한 말이다. 함께해야 살아남는 시대인데 말이다. 이 격변의 시대를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지지와 연대가 필요하다. 우리는 각자의 내면을 돌아보는 동시에,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미디어와 기술의 발전은 우리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제공했지만, 동시에 우리를 더욱 고립시키는 역설적인 상황을 만들어냈다. 이제는 이 기술을 활용해 진정한 소통과 공감의 장을 만들어내는 것이 우리의 과제일 것이다.
트렌드를 읽고 변화에 적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속에서 우리의 본질을 잃지 않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찾아 그것을 세상과 나누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지지하는 것. 이것이 바로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