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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밤 Mar 18. 2024

어쩌면, 당신은 이미

기억이 정확지는 않습니다. 십수 년 전 한 번 봤던 카메라 광고 문구입니다.

‘카메라 사용법이 복잡하다고? 걱정하지 마라. 당신은 이미 그 복잡한 자동차를 운전하고 있으니.’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한때 묵직하다 못해 단 몇 분 만에 손목을 저리게 만들었던 DSLR 카메라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마니아층이 상당했습니다. 다만, 비싼 가격과 어려운 조작법으로 진입장벽이 높아 선뜻 구매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었습니다.

그렇기에 DSLR 카메라에 입문을 고민하던 사람들에게 처음의 광고 문구는 ‘나도 한번?’이라는 생각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운전면허를 따고 첫 운행에 나선 길은 매 순간이 위기 상황입니다. 운전을 도와주기 위해 동승한 지인의 “그냥 길 따라 쭉 가면 돼.”라는 말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길만 따라가기에는 조작해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죠. 하지만 운전도 한 달, 두 달을 지나 1년쯤 되면 누구든 어렵지 않게 해낼 수 있습니다.

자신이 발을 들이지 않은 분야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래서 그 일을 하는 사람을 ‘어려운 일을 하는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물론 정말 어려운 일을 해내는 ‘장인’인 경우도 있지만,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당신이 특별히 못 할 이유는 없습니다.

어쩌면 그 ‘어렵고 대단한 일’이 당신의 적성에 제격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조금이라도 마음이 움직인다면 도전해보세요. 그 무수한 시도 속에 의외의 지점에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때론 평소 자신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여겼던 일을 해볼 기회가 생깁니다. 최근 딸아이의 머리가 너무 길어 조금 정리를 해주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가위를 들고 머리를 자르려니, ‘전문 미용사도 아닌 내가 어떻게?’라는 불안감에 선뜻 가위질을 하지 못합니다.

“아이 머리가 기니까, 조금만 잘라보고 실패하면 미용실 데려가면 돼.”

아내의 한마디에 힘을 얻어 머리를 자르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좌우 균형을 잘 맞춰가며 머리를 자르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적성을 찾은 것일까요. 온 가족의 우려와는 달리 아주 깔끔하게 딸아이의 머리를 잘랐습니다. 물론 전문가가 본다면 엉성하기 그지없겠지만요.

‘처음’이라는 생각에 가슴에 피어나는 불안은 그저 자신이 만들어낸 환상에 불과합니다. 더군다나 시작도 전에 겁을 먹는다면 정작 자신이 잘 해낼 수 있었을 일을 주저하다 망쳐버리게 됩니다.

맞습니다. 일단 자신에게 닥친 일은 뭐든 잘할 수 있는 일입니다.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요. 그런 마음가짐이라야 자신이 가진 능력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습니다.

그랬습니다. 어떤 일의 시작을 준비하는 당신은 이미 뭐든 잘하는 사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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