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옆 협탁에 악세서리를 옮겼을 뿐인데, 화장대가 깨끗해졌다.
많은 시청자의 심금을 울렸던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를 눈물 콧물 짜내며 보다가
금명이의 대사가 뇌리에 박혔다.
결혼 문제로 시댁식구를 만나던 날인가, 금명이와 엄마가 다투면서 나누던 대사중
무슨 구두가 쓸데없이 이렇게 많아, 맨 싸구려 구두들만 있네.
어려서부터 허기져서 그런가, 구두를 자꾸 사들여~
정확한 대사는 기억나지 않지만, 금명이가 엄마한테 짜증내면서 했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인생이 요즘 잘 안풀린다고 생각하고 있고, 어디서부터 뭘 손대야 할지 잘 모르겠다.
가만히 화장대를 바라보니, 복잡하고 지저분하고 정리안된 내 인생같아 보이는 화장대가
유난히 꼴도 보기 싫어진다.
머리카락은 왜 이리 많이 굴러다니며, 화장품은 누가 바른다고 이렇게도 종류가 많단 말인가.
갑자기 짜증이 치밀어오르면서, 이 물건들을 버리지도 못하고 싸 짊어지고 있는 내가 문득 금명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육남매가 좁디좁은 방에서 부대끼며 살다보니 내공간, 내물건이라는 개념이 없었고
언제나 허기졌다.
그래서 그런가, 나도 물건을 쟁여두는 버릇이 생기고,
쓸데없는 물건도 잘 버리지 못하게 되었다.
물론, 저장강박증후군까지는 아니다.
하지만, 45평 집이 물건으로 가득차서 새로운 물건을 둘 자리가 없는건 확실하다.
올해 내가 목표라는 걸 딱히 정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계속 마음 속에 두고 있는건
버리자. 버리기를 실행하자!
이다.
못버리는 성격 때문에 일단 집이 물건으로 넘쳐나는 것 같고,
좋은 물건들이 제자리를 찾지 못해 방황하고 있다.
책장, 서랍, 냉장고, 옷장 등 온갖 수납함은 꽉 차 있어 물건들이 숨쉬기가 힘들다.
지저분한것도 꼴보기 싫어, 오늘 드디어 생각을 실행에 옮겼다.
우선 침대 옆 협탁에 서랍이 두개나 있는데,
텅 비어 사용하지 않고 있다.
그래 여기부터 시작하자.
물건을 옮기고 정리하다 보면 버릴 것도 눈에 들어오겠지.
화장대의 넓은 서랍을 가득 채웠던 온갖 악세서리를 협탁 서랍 한개에 전부 옮겨왔다.
그랬더니 화장대 서랍이 텅비게 되네. 여기에 서랍 위의 키작은 화장품들, 간단한 사무용품들, 면봉, 화장솜, 머리핀, 고무줄 등은 서랍 속에 쏙 들어갈 수 있게 됐다.
이렇게 정리하다 보니, 지저분한 먼지들, 머리카락 들 한번 쓱 훑게 되서 서랍 위가 완벽하진 않지만 꽤나 깔끔해졌다.
내일은 화장대 양 옆 서랍을 정리해야겠다.
물건을 옮기는 게 답인가.
생각해보면 우리가 이사를 한번씩 하다보면 물건들이 정리되고 버려지지 않던가.
정리안된 인생을 하나씩 정리해 가며 풀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