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여년전 이웃들과 함께한 동남아 여행지에서의 일이다
싱가포르, 인도네시아,홍콩을 가는 패키지
여행 이었다. 해외여행 간다고 한껏멋을낸 이웃들이 김포공항에 모였다.팀의 인원수를
맞추느라 초면의 여자들 몇사람도 동행
하게 되었는데 룸메이트 제비 뽑기에서 나는 초면의 여자와 한방을 쓰게되었다.나보다
몇살 아래로 보이는 나의 룸메이트는
메이크업을 배우는 중이라 했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화장이 짙었다.오래되어 기억이 정확치는
않으나 싱가포르에서 인도네시아인지 싱가포르에서 홍콩인지 아무튼 아침 6시에 식사를하고 배타고 옆나라로 이동하는 전날 밤의 일이다. 잠자리도 룸메이트도 낯설어서 불편은
했으나 아침잠 많은 나는 모닝콜을 부탁 해놓고
다음날을 위해 일찍 잠을 청했다.한창 자고 있을때 벨소리가 울렸다. "모닝콜 이다" 나는
알았다는 사인으로 수화기를 들었다 놓고
룸메이트를 깨웠다."모닝콜 이예요" 내가 말하자
그녀가 벌떡 일어나 욕실로 가 머리를 감고 말리고 화장을 시작하며 서둘렀다. 나도 세수를 하고 전날 약속한 옆방으로 치약을 얻으러 갔다.벨을 눌렀다."누구세요" "옆방"내가 대답하자 문이 열리고 자다 깬 친구가 이밤에 웬일이냐고 묻는다."모닝콜이 와서..."내가 대답하자찬구가 말했다. "지금 한 시야" 친구의
말에 너무 놀란 나는 우리방으로 돌아왔다
그사이 룸메이트는 화장을 끝내고 옷까지 갈아
입고 있었다 "지금 한 시 라네요" 내가 어렵게 전했다. 그녀가 어이 없다는듯 나를 쏘아 보더니 침대위에 털썩앉아 발버둥까지 치며
어린애 떼쓰듯이 화를 내는게 아닌가.
"모닝콜을 듣기나 한거예요?" 그녀가 차갑게 물었다. "분명히 들었는데..." 나는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말끝을 흐렸다. 화장대위에는 커다란 색조 화장품 케이스가 있고 그옆에는 누각현판에
글씨를 써놓을 법한 대붓만큼 큰 볼터치솔이 놓여 있었다. 나는 너무 미안해 어찌할바를 몰랐다.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된건지, 이밤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난감하기 짝이 업멌다.
어쨋거나 날은 밝았고 아침도 먹는둥 마는둥 여객터미널행 버스에 올랐다. 룸메이트는 버스에 오르자 그녀의 친구옆에 앉아 무어라
계속 말을 하고 있었다. 아마도 이상한 여자가
새벽 한시부터 깨우는 바람에 밤새 굿을 햇노라
말하지 않았을가? 나는 큰 죄 지은 사람처럼
주눅이 들어 버스 뒷쪽에 앉아 숨을 고르고 있었다. 버스가 출발했다. "ㅇㅇ 어머니, 맥주 한잔 하자고 전화 드렸는데 어떻게 그렇게 매정하게 전화를 끊습니까?" 친구의 시동생이자 가이더의 말이다. "이게 뭐야, 내가 헛소리 들은게 아닌거 맞네 모닝콜이 아니고 성은이
삼촌 전화 였다고?" 나는 기가 막혀 중얼 거렸다.새벽에 떠날 사람들이 맥주라니.
룸메이트도 나도 너무 황당하고 힘든 밤이었으나 세월 지나니 추억이 되어 생각할때마다 절로 웃음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