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과 폭력의 목적은 무엇인가?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는 우리 사회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일반 시청자는 학교 폭력의 심각성을 깨닫고 문제 해결을 토론한다. 학교 폭력을 겪었던 피해자들은 고통을 되살리며, 가해자들에게 책임을 묻고 있다. 드라마의 주인공 문동은은 학교 체육관에서는 학생들에게 지속적으로 폭력을 당했고, 교무실에서는 교사에게 두들겨 맞았다.
중학교 3학년 초 영어 교사는 나를 교무실로 불러 뺨을 때렸다. 영어 시간이 너무 많으니 조정해 달라는 나의 건의가 그를 분노케 한 것이다. 교사의 폭력은 그것으로 그친 것이 아니었다. 수업 시간에는 나를 냉담하게 대하며 정서적 폭력을 지속적으로 행사했고, 학생들의 영어 점수가 떨어질 때마다 나를 교무실로 불렀다. 드라마에서 문동은은 부모에게 폭력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부모가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없다는 점을 알았기 때문이다. 나도 그런 이유 때문에 부모에게 알리지 않았다.
‘공격성, 종의 보존에 유리’ 진화론적 관점
현대 사회의 폭력은 혜택보다 비용이 더 커
자제력 교육 등 통해 공격성 통제도 가능
학교·가정의 독서 문화, 폭력 예방에 주효
지금은 학교에서 교사 폭력은 줄었겠지만, 학생 폭력은 여전하다. 폭력은 나쁜 것이라고 가르치는데도, 왜 학교 폭력은 사라지지 않는 것일까? 폭력은 가해자에게 혜택을 주기 때문이다. 폭력은 공격성의 일종이다. 진화 이론의 창시자 찰스 다윈은 공격성을 기능적 관점에서 바라보았다. 동물은 자신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침입자를 공격하며, 수컷은 암컷에게 접근할 기회를 두고 서로 투쟁한다. 공격은 종의 보존에 유익한 활동인 것이다.
학교 폭력은 어떤 이점이 있는 것일까? 폭력을 포함하여 인간의 행동은 결과로부터 수정되는 과정을 겪는다. 아이가 열심히 공부하여 부모에게 칭찬을 받으면 공부하는 행동은 좋은 결과 덕택에 강화된다. 깡패 학생이 힘없는 친구를 때려 돈을 빼앗는다면, 그 돈이 폭력 행동을 강화한다.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가해 학생들은 문동은의 팔을 고데기로 지지면서 지배력을 확인한다. 뿐만 아니라 가해 학생들은 상대편 성에게 멋있게 보임으로써 성적 선택에서도 혜택을 얻는다.
공격과 폭력에는 비용도 들어간다. 폭력 행위의 가해자는 체포되어 교도소로 갈 수 있다. 그러나 법의 지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나라에서는 폭력의 비용이 너무 싸서 폭력이 더욱 많이 일어난다. 문동은의 학교에도 폭력의 비용이 나무 낮아 가해 학생들의 폭력을 막을 수 없다. 문동은은 교사에게 폭력을 호소하지만 가해 학생은 처벌받지 않았다. 폭력이 주는 혜택이 비용보다 더 큰데, 왜 가해자는 폭력을 멈추어야 하는가?
“아이들은 서로 싸우면서 큰다.” 교사들은 이런 말을 폭력 피해 학생의 부모에게 자주 한다. 졸업할 때까지 계속 얻어맞으며 학교를 다니라는 소리이다. 드라마에서 문동은은 학교를 자퇴한다. 정말 현명한 결정을 내렸다. 그것만이 폭력으로부터 벗어나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미디어는 폭력 장면을 거의 매일 보여주어,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폭력적 시대에 살고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사실은 반대이다. 과거는 평화로운 시대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만, 먼 옛날의 살인율은 현대 도시 사회보다 훨씬 높았다.
현대 사회에서 폭력이 줄어든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중앙 집권적 국가가 폭력을 독점하여 폭력 행동을 통제하기 때문이다. 범인을 체포하여 교도소에 수감하거나 사형을 집행하는 국가의 행위도 폭력이다. 국가는 폭력 가해자에게 폭력을 행사하여 가해자가 폭력 행위로부터 얻은 혜택을 능가하는 비용을 지불하게 만든다. 둘째, 노동의 분화는 공격성을 줄인다. 타인의 노동에 의존하며 살아가는 사회에서는 타인을 존중하는 문화가 형성된다. 셋째, 자제력의 교육 덕택에 폭력은 줄어든다. 공격과 폭력이 인간의 본성이더라도, 자제력 교육을 통하여 인간의 공격성은 통제 가능하다.
자제력을 증진하는 데 독서 교육이 매우 중요하다. 서적이 더 많이 생산되고 문해력과 작문력이 늘면 폭력이나 살인이 줄어든다는 역사적 증거가 있다. 독서는 자제력을 직접적으로 그리고 간접적으로 증진한다. 독서를 하려면 오랜 기간 글 읽기를 배워야 하고, 상당 시간 동안 말도 하지 않고 부동자세를 취해야 하며, 손과 머리 및 눈의 운동을 통제해야 한다. 독서를 하는 과정에서 저절로 자제력이 느는 것이다.
그리고 개인적 덕성을 증진하는 책이 많다. 위인의 전기는 끈기 있는 공부와 기술 습득, 인생 설계, 더 나은 삶을 위한 고통의 인내 등등 장기적 행동을 위한 모델을 제공한다. 독서 교육은 대개 학교와 가정에서 이루어진다. 대학 입시에 독서 과목을 추가한다면 학교와 가정은 독서를 더욱 권장할 것이다.[2023.04.28. 부산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