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대한민국 대전환 시리즈>⑥ 확장재정과 국가부채

지속가능한 성장의 길 - “전략적 설계로 지속가능한 이끌다”

❚ 확장재정은 단순히 돈을 푸는 것이 아니라, 전략적 설계와 실행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의 길을 열어야


“돈을 풀어 경제를 살린다.”

최근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이재명 후보가 언급한 ‘호텔경제론’은 재정지출이 소비와 투자를 촉진해 경제성장을 이끈다는 비유적 설명으로 주목받았다. 예약금이 지역 내에서 순환하며 경제를 활성화시킨다는 발상이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분석에 따르면, 코로나19 재난지원금 지급 당시 전 국민에게 나눠준 금액 중 약 28~38%만이 소비 증가로 이어졌다. 상당수는 저축, 부채 상환 등으로 돌아가 기대했던 승수효과를 온전히 발휘하지 못했다. 예약금이 환불되면 경제적 순환이 멈추어 가치 창출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호텔경제론’의 비유는 한계가 명확하다.

이재명 후보는 돌봄 국가책임제, 기본소득 확대, 공공의료 강화 등 확장재정 중심의 성장전략을 강조하고 있으나, 재정지출의 지속가능성, 국가부채 관리 방안, 이해관계자 조율, 현장 실행계획 등에서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단기 경기부양은 가능하지만, 구조적 개혁과 재원 마련이 부실하면 장기적으로 국가 신뢰성과 재정 건전성에 심각한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

국내 현실은 소득 양극화, 고령화, 청년실업 등 구조적 문제가 얽혀 있어 단순한 돈 풀기로는 경제 활력을 지속하기 어렵다. 확장재정이 성공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목표 지향적 지출이다. 재정 투입은 단순한 현금 지원에 머무르지 않고, 생산성 향상과 미래 일자리 창출로 이어져야 한다. 예를 들어, 독일은 재생에너지와 첨단 기술 개발 등 고부가가치 분야에 재정을 집중 투자해 산업 경쟁력을 강화했고, 핀란드는 교육혁신과 디지털 역량 강화를 통해 경제 체질을 전환했다. 한국도 인공지능, 반도체, 바이오헬스 등 미래 전략 산업에 투자를 확대하고, 산업별 연계형 일자리 창출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둘째, 재정 건전성 유지가 핵심이다. 미국은 팬데믹 대응으로 대규모 부양책을 시행했지만, 동시에 고소득층 증세, 법인세 조정, 비효율 사업 정비 등 재정 안정화를 위한 조치를 병행했다. 한국 역시 국세-지방세 조정, 복지 목적세 도입, 불요불급 예산 정리 등으로 재정 효율성을 높이고 부채 증가를 억제해야 한다.


셋째, 정책 지속성과 사회적 합의가 필수다. 일본의 장기 불황 경험은 단기 부양이 반복되면서 구조적 개혁과 사회적 신뢰 구축에 실패한 교훈을 남겼다. 반면 독일은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균형재정 원칙의 정책 방향성을 합의했으며, 공공투자와 민관 협력을 통해 재정정책의 효율성을 높였다. 한국도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정책 설계와 현장 의견을 반영하는 체계, 민간과 공공이 힘을 모으는 협력 구조를 통해 지속 가능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해외 사례는 시사점을 준다. 미국은 대규모 부양책으로 회복을 이끌었지만,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으로 경제적 불안에 직면했다. 일본은 장기 불황 속 확장재정을 반복했으나,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260%를 넘어섰고, 경제 활력 회복에 실패했다. 반면 독일은 균형재정 원칙을 유지하며 성장과 재정 안정성을 동시에 달성해왔다. 독일은 재정지출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이해관계자 간 협의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한 점이 주목된다.


결국 우리나라도 이러한 사례를 참고해 재정정책의 전환점을 마련해야 한다. 공약마다 구체적인 법을 만들고 필요한 재원을 마련해야 하며, 예산을 어디에 쓸지 우선순위를 정하고 현장에서 실행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민간과 정부가 힘을 모아 협력하고, 기본소득이나 지역화폐 같은 정책도 장기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현장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


무엇보다 공직자들의 철학과 책임 의식이 중요하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는 공직자가 없이는 선언적 공약이 실행될 수 없다. 소명의식이 없다면 그 자리를 내려놓아야 한다.

복지와 재정은 국민의 권리이자 국가의 의무다. 확장재정은 단순히 돈을 푸는 것이 아니라, 전략적 설계와 실행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의 길을 열어야 한다. 지금이 바로 그 길을 설계할 때다.


글/사진: 김한준 박사 【비전홀딩스 원장, Life-Plan전문가】
교육·경영·생애설계 분야 명강사. 공공기관 책임자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며, 인생 후반기 생애설계 리더십과 미래사회 전략을 주제로 명강의를 이어가고 있다. charlykim@hanmail.net


keyword
작가의 이전글〈대한민국 대전환 시리즈>⑤복지전략, 촘촘한 복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