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포스는 여전히 언덕 아래에서 끝없이 반복되는 바위 밀기 형벌을 받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전령의 신 헤르메스가 미소를 지으며 시시포스에게 다가왔다.
"시시포스, 내가 새로운 걸 가져왔어. 너의 고통을 덜어줄 아주 특별한 기술이지."
시시포스는 잠시 의심스러운 눈으로 헤르메스를 바라보았다. 무슨 꿍꿍이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수천 년 동안 바위만 밀어온 터라 뭔가 새로운 게 필요하다고 느꼈다.
헤르메스는 미소를 지으며 새로운 하이테크 바위를 꺼냈다. 이 바위는 반짝반짝 빛나는 LED로 장식되어 있었고, 표면에는 스마트 터치스크린이 달려 있었다.
"이 바위는 인공지능이 탑재되어 있어서 말이야, 네가 바위를 밀 필요가 없어. 터치 한 번이면 자동으로 굴러 올라가. 그리고!"
헤르메스는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이 바위에는 피트니스 앱이 내장되어 있어서, 너의 칼로리 소모와 근육 성장을 실시간으로 체크해준다고!"
시시포스는 한참 동안 입을 다물고 있었다가, 결국 말했다.
"피트니스 앱? 바위를 밀어서 내 칼로리를 체크한다고?"
헤르메스는 자랑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요즘 신들은 건강 관리가 필수지! 게다가 이 바위는 블루투스 이어폰과 연동되니, 음악 들으면서 즐겁게 밀 수 있어."
시시포스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바위를 바라보다가, 바위에 붙어 있는 작은 버튼을 발견했다. 호기심이 생겨서 버튼을 눌러보았다. 그러자 바위는 자율 주행 모드로 작동하기 시작했고, 스스로 언덕을 향해 천천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시시포스는 그 광경을 보며 처음엔 기뻐했다.
"드디어! 끝없는 고통에서 해방된 건가?"
그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였다.
언덕 정상에 다다른 바위가 정상에 머물지 않고 다시 아래로 굴러 내려왔다. 시시포스는 그것을 보고 황급히 뛰어가 바위를 잡으려 했지만, 이미 바위는 다시 언덕 아래로 돌아와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바위가 스스로 내려오면서 말까지 하기 시작했다.
"휴, 좋은 운동이었다. 다시 가볼까?"
바위는 자율적으로 자신이 할 일을 깨닫고, 스스로 다시 언덕 위로 올라가려고 준비를 했다. 시시포스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뭐야, 이게! 내가 하던 일이 이제 바위의 일이 된 건가?"
하지만 점점 시시포스는 무료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제 더 이상 바위를 밀지 않아도 되니 시간은 남아돌았고, 신들이 그에게 다른 일을 주지도 않았다. 그는 멀찍이서 바위를 바라보며 고뇌에 빠졌다. 이젠 무의미한 노역조차 자신의 몫이 아니게 된 상황에서, 그는 더 큰 고독과 무의미함을 느꼈다.
"차라리 내가 바위를 밀던 때가 더 나았던 걸까?"
그는 중얼거렸다.
그날 밤, 시시포스는 결심을 했다. 그는 헤르메스를 다시 불렀다.
"헤르메스, 나에게 이딴 바위는 필요없어. 다시 가져가버려! 내 형벌은 내가 직접 감당해야겠어. 아무리 무의미해 보이더라도, 내 바위를 밀어 올리는 건 나의 몫이야. 내가 그걸 포기하면, 더 이상 나라고 할 수 없지."
헤르메스는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정말? 하지만 이 바위는 고급 AI야. 그리고 넷플릭스 스트리밍도 지원한다고!"
"넷플릭스? 바위 밀면서 영화를 본다고?"
시시포스는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내가 아무리 힘든 형벌을 받는다 해도, 내 일이야. 나한테서 그걸 빼앗지 말아줘."
헤르메스는 시시포스를 잠시 바라보다가 결국 말했다. "알겠네, 참 고집도 세군."
그는 마법으로 하이테크 바위를 없애버렸다. 그러자 다시 예전의 무거운, 단단한 바위가 나타났다.
시시포스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건 내 고통이니까. 그리고 그 안에서 난 내가 자유로울 수 있어."
그 후로 시시포스는 다시 바위를 밀어 올리는 삶을 선택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바위를 밀어 올릴 때마다 그에게 작은 변화들을 찾았다.
날씨, 바위의 움직임, 자신의 호흡 하나하나에 집중하며, 시시포스는 이제 단순히 형벌을 받는 것이 아니라 매 순간을 완전히 자각하며 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는 알게 되었다. 바위를 밀어 올리는 것이 형벌이 아닌, 그 자체로 의미를 창조할 수 있는 순간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