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대한 체념

by 한수아

나는 꿈에서 지구 반대편의 어떤 인물이기도 했고 남자이기도 했고 완전히 다른 배경의 ‘나’이기도 했으며 지금과 다른 나이 혹은 시대였기도 했다. 그에 따른 과거와 배경도 너무 많이 현실적이였고, 결국 꿈인 것을 알아차리기 이전까진 나는 아예 다른 사람이라는 것이다. 마치 매일 각기 다른 배경의 사람들의 사연들을 티비로 들여다 보는 것 같은 느낌이라 그게 많이 싫었다. 자각몽 상태가 되면 재밌긴 하다. 비록 그 순간 부터 꿈 속에서 시간이 정말 느리게 가기 시작하지만 ..

한 번은 이런 적도 있었다. 작년에 꿨던 꿈인데, 2077년이였다. 나는 남자였고, 전생을 기억 하는 것 마냥 2022년의 내가 존재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택시를 타고 있었다. 내 앞 좌석의 운전기사는 나이가 40대였고, 옆의 사람은 친구였는지 나랑 나이가 비슷했다. 그러다 언덕을 지나 익숙하면서도 미래지향적인 어느 아파트가 눈에 들어왔었다. 마치 고향 마냥 백 번도 더 지나다녔던 길임을 생각을 하자, 2022년의 내 자아가 정신을 차리면서 그 것은 실제로 본 적 없는 길이고 존재하지 않는 아파트며 나는 미래에 와 있고 현재는 꿈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러고나니 그 택시 안의 친구를 제외 한 모든 인물들이 전부 내가 되었다.

2022년에 내가 존재했다는 것을 아는 동시에 나는 2077년의 20대 남성이였고 내 앞자리의 택시 기사 역시 과거 존재했던 ‘나’였다. 옆자리의 친구는 모든 사실을 알고 있는 관찰자인 것 마냥 그 기묘한 침묵을 이어서 지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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