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를 읽고.
오늘은 황보름 작가의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를 읽어보았다.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는 서점을 운영하는 ‘영주’를 중심으로 주변인물인 ‘민준’, ‘지미’, ‘정서’, ‘민철’ 등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었다. 예전부터 도서관이나 서점을 자주 가는 나로서는 서점을 소재로 한 이야기라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웠고(지금은 다른 목적으로 자주 가긴 하지만.), 제일 처음 읽은 소설도 고민 상담을 해주는 잡화점 이야기였다는 걸 떠올리며 책을 읽었다. 이 글에는 영주를 중심으로 내용을 서술하였지만, 인상깊은 대사는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에서 골라왔으니 끝까지 읽어줬으면 좋겠다.
책의 주인공인 영주는 직장을 다니며 쌓인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했고, 그런 자신을 다독여 주지 못했던 전남편과의 이혼 이후 자신의 꿈이었던 서점 운영을 시작했다. 처음 이 부분을 읽었을 땐 영주가 너무 이상적인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자신의 스트레스와 감정을 견디지 못해 전남편에게 일을 그만두라 말하는 부분이 특히 그랬는데, 물론 이해가 안되는 건 아니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에게 최악의 순간을 맞이하게 되어있고, 그런 순간에는 위로를 바란다는 것을. 그렇지만 만약 둘 다 일을 그만뒀을 때, 최악의 순간이 지나가면 당장은 괜찮겠지만 나중엔 생계의 문제가 생길 것이다. 그렇게 되면 또 일을 해야 하고, 결국은 반복이 아닌가 싶었다.
그래도 글을 읽다 보면 그 결정을 해서 얻어낸 영주의 행복은 결코 가치가 없는 것이 아니었다. 하고싶은 일을 했으니 당연한 거겠지만 영주가 즐거워 보였고, 영주의 서점을 찾는 사람들도 즐거워 보였으니 주변의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행복이니 진짜 제대로 된 행복이 아닐까 싶었다.
이 글은 소설임에도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그러다 보니 글을 하나하나 눈에 담듯 읽게 되었고, 인상깊은 부분들이 있어서 지금부터는 그 부분들을 소개해보려고 한다.
1_”그런데, 성철아.”
“어?”
“죽어라 단추를 만들면서 하나 생각하지 못한 게 있었던 것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엔.”
“뭘?”
성철이 풀린 눈에 힘을 주며 물었다.
“단추를 꿸 구멍이 없다는 거, 생각해봐. 옷이 있는데 한쪽엔 고급 단추들이 자르륵 달려 있어. 그런데 반대편엔 구멍이 없는 거야. 왜냐고? 아무도 구멍을 뚫어주지 않았거든. 그러니 내 옷을 봐. 볼썽사납게 첫 단추만 꿰여 있는 거지.”
위의 부분은 영주의 서점에서 직원으로 일하고 있는 민준이 좋은 대학에서 좋은 성적을 받아왔으나 취업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친구와 나눈 대화 중 일부분이다. 난 저 말이 우리 사회를 잘 반영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사회는 잘 만들어진 단추만 요구할 뿐 그 단추를 넣을 구멍은 직접 만들어주지 않는다. 그럼 그 구멍을 만들기 위해 우리가 투자한 시간은 뭐가 되는건지 곰곰이 생각해보게 하는 부분이었다. 민준은 그 시간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나라면 그 시간을 조금은 후회할 거 같아서 민준의 반응이 신기했다.
2_”그게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요즘 들었어요. 가족이 너무 끈끈해도 좋지 않다. 어느 정도는 거리를 두는 게 좋다. 이런 식으로 생각해보는 중이에요. 아직 이 생각이 맞는지, 틀린지는 모르겠지만 우선 이 생각을 안고 살아가보려고요.”
“그 생각을 안고 살아가본다고?”
“영주 사장님이 그랬어요. 어떤 생각이 들었으면 우선은 그 생각을 안고 살아가보라고요. 살다 보면 그 생각이 맞는지 아닌지 알 수 있다고요. 미리 그 생각이 맞는지, 틀린지 결정하지 말라고요. 맞는 말 같았어요. 그래서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려는 거에요. 뭐, 대단한 걸 하겠다는 건 아니에요. 그저 거리를 좀 둬보려고요. 당분간은 부모님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해요.”
이 부분은 남편과의 삶에 지친 ‘로스터’ 지미와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지 않아 부모님께 걱정을 끼쳐드려 죄책감을 느끼는 민준이 한 대화 중 일부분이다. 남편과의 일로 많이 스트레스를 받는 지미에게 민준이 조언을 건네는 장면인데 나는 이 부분에서 생각을 안고 살아가보려한다는 표현이 좋았다.
우리는 늘 생각을 해야 하는 상황을 마주하고, 그것을 제대로 경험하지도 못한 채 미리 이건 틀렸다, 저건 맞다라고 성급한 결론을 내리곤 한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다른 결론이 나올 수도 있는건데 늘 우리는 무언가에 쫓기듯 결정을 하는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난 이후에는 조금 더 깊이 있게 생각을 해보고 결정을 할까 한다. 그리고 결정을 내리게 된다면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이 책은 내 안에 서점과 소설의 이미지를 깨준 작품이었다. 책의 두께는 결코 얇은 편이 아니지만, 한 번쯤은 쉬어가는 차원에서 이 책을 읽어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