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쥐이모
가을에 떠나지 말아요~
추운 겨울에 떠나세요~
문득 이런 노랫말이 생각난다.
힘겨웠던 여름과 가을이 지나고, 우리 주방에도 겨울이 찾아왔다.
겨울이 되면 수증기가 더 심해진다. 온통 앞이 보이지 않아,
오로지 동료들과의 감각으로 일을 진행해야 한다.
보이지 않기에 더 감각적으로 협업해야 하고, 몸짓의 리듬과 숨결로
서로를 느끼며 움직여야 한다.
펄펄 끓는 대형 솥단지는 끝없이 수증기를 뿜어낸다.
짙은 수증기 속에 갇힌 우리는 감각을 최대한 깨워 일을 해나가야 한다.
익숙한 일이지만, 마치 짙은 안갯속을 걷는 것 같다.
둘이 하나가 되어 움직인다. 작은 실수 하나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시야는 확보되지 않고, 오로지 서로의 호흡과 리듬만이 우리를 지켜주는 안전장치 같다.
가끔 신입과 함께 일할 때면 뜨거운 물벼락을 맞는 경우가 있다.
일이 서툰 것도 있지만, 호흡과 리듬, 그리고 아직 쌓이지 않은 신뢰 때문에 사고가 나는 것이다.
한 달 전, 사랑 이모가 큰 사고를 당했다.
그때도 신입과의 호흡이 맞지 않아 생긴 일이었다.
주방에는 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언제 어디서든 사고가 날 수 있기에 늘 조심해야 한다.
병원 치료를 마치고 돌아온 사랑 이모는 아물지 못한 상처를 안고 다시 일을 시작했다.
예전엔 다람쥐처럼 이곳저곳 뛰어다니며 손길을 보태던 이모였지만, 이제는 체력의 한계가 온 듯했다.
지친 얼굴 사이로 근심이 비쳤다.
압박 붕대로 팔을 감고 온 힘을 다해 일하던 사랑 이모는 결국 겨울에 회사를 떠났다.
돌이켜보면, 사랑 이모는 참 좋은 사람이었다.
그 이름처럼 사랑을 동료들에게 나누던 사람이었다.
그날 점심 메뉴로 자장면, 짬뽕, 탕수육을 시켜 먹었다.
그리고 속으로 조용히 말했다.
사랑 이모… 어디 가시든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