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연애 프로그램을 볼 때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이 자기소개를 하는 장면이다. 세상에 어떤 사람들이 어떤 직업을 갖고 어떻게 살고 있는지... 매일 동질집단 내에서 극히 제한된 사람들만을 만나며 살아가는 극 내향의 내게는 그것이 항상 궁금한 부분이다.
매일 똑같은 사람들만 만나며 똑같이 살다가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될 때, 서로에 대해서 소개하고 질문하며 알아가는 시간은 청량한 자극제가 되는 것 같다. 모르는 사람을 만나게 되는 일회성 모임이 그래서 좋다. 나는 주로 독서 모임, 합평 수업, 글쓰기 수업 등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되곤 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나를 소개해야 할 때..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새로운 시선에서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나는 주로 이런 식으로 나에 대해 소개한다. 기본적으로 나이와 사는 동네와 MBTI, 전공, 취미 그리고 직업... 직업을 소개하는 건 조금 애매하다. 1. 저는 000(직업이름)이에요. 2. 저는 000(자격증)으로 일하고 있어요. 3. 저는 000(직장이름)에서 일하고 있어요. 4. 저는 000(업무 내용)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중에서 그때그때 내키는 대로 소개했던 것 같은데, 그나마 3+4 조합이 설명하기 편한 것 같다.
직장에 들어와 4~5년 차가 되어가니 이제는 직장 내부에서 나에 대해 소개할 일은 거의 없는 편인 것 같다. 내가 누군지 말하지 않아도 조직도와 내부 통신(ex. 입소문) 등으로 이미 다들 내가 누구인지 알고 있는 것 같다. 내가 누구인지 설명하고 소개하기를 좋아하는(그런가..?) 나로서는 아쉬운 일이다. 내가 누군 줄 아느냐며 내가 먼저 설명을 시작하기보다는 누군가 나에 대해 궁금해 죽겠다는 듯이 물어봐 줬으면 좋겠다. 써놓고 보니 자기 개방 안 하는 사람 1위에도 들 것 같은 내가 조금만 먼저 나에 대해 이야기해 봐도 될 걸 가지고 그러는 것 같기도 하고..
회사 조직도에 뜨는 내 사진. 나는 그걸 바꾸고 싶었는데 새 증명사진을 찍는 것이 귀찮아서 못 바꾸고 있었다. 현 사진도 나쁘지는 않지만 별로 나 같지가 않다. 보정을 이래저래 많이 거치고 오래된 사진이라 중세 시대 초상화 같은 느낌도 난다. 물론 회사 조직도에 있는 다른 직원들의 사진을 보면 나 못지않은 재미난 사진이 많긴 하다. 하지만 예쁘게 새로 찍은 사진으로 바꾼 젊은 직원들을 보면서 나도 좀 나 같으면서 산뜻한 사진으로 교체를 하고 싶었는데...
오랜만에 미용실도 가고 싶고 하니 겸사겸사 미용실에 들러서 정돈된 머리로 곧장 증명사진을 찍으면 될 것 같았다. 미용실까지는 성공적이었는데.. 사진관 대기실에서 거울에 비친 내 얼굴도 마음에 들었는데... 증명사진이 문제였다. 결과물을 보니 또 나 같지가 않았다. 보정이 과한가 싶어 아쉬운 마음에 다른 사진관에서 또다시 사진을 찍어 보았지만 그것도 묘하게 별로라서 씁쓸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증명사진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