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하며 삽시다
나는 새로운 경험을 추구하면서도 극도로 두려워한다. 그런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두 가지 중 한 가지를 선택하는 것. 우리가 보통 선택을 할 때는 그 두 가지가 비슷하게 나에게 중요한 경우이다. 그렇기 때문에 진지하게 고민을 한다. 점심 메뉴로 짜장면과 짬뽕 중 선택하고 있다면, 둘 다 나에게 거의 동일한 수준의 만족감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고민을 하는 것이다. 무조건적으로 짬뽕이 좋은 나 같은 사람은 중국집 가서 고민 없이 맨 처음으로 주문한다.
어쨌든 나는 인생의 중대한 결정이라면 중대하고, 별 거 아니라면 별 게 아닐 하나의 결정을 내리게 됐다.
그게 뭐냐 하면
홀로 제주도살이.
정확히는 아르바이트를 하러 먼 제주도까지 가는 것이다. 금요일에 지원을 하고 그다음 주 화요일에 면접을 보고 나서 한 시간 뒤 합격했다. 그렇게 일요일이면 혼자 타는 첫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에 입성하게 된다.
비행기도 끊고 짐도 부치고 모든 준비는 끝났다. 근데 마음의 준비는?
부모님이 거세게 반대했다. 내가 사랑하는 주변 사람들이 모두 반대했다. 그 길을 가야 하는 이유보다 이들의 사랑의 압박이 더 커서 끝내 무시할 마음의 준비를 하지 못했다. 물론 그것만은 아니다.
어릴 적부터 나를 괴롭혀온 이 두려움이, 내성적인 성향이 주변의 지지와 결합돼 나를 다시 집에 주저앉게 했다.
탈출 실패.
독립 실패.
도전 실패.
이렇게 내 몸에 누군가 도장을 찍은 것만 같았다. 평생 포기라는 결정만을 내리는 사람으로 살게 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이렇게 무언가 내가 원하던 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때, 혹은 내가 해왔던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갈 때 이 모든 것이 실패인가?
용기를 내지 못해서 우리는 실패에 다다르는가?
용기가 두려움을 이기지 못해 포기하게 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실패한 우리는 용기 있는 사람들이다.
두려움에, 상황에 굴복하여 포기했다고 좌절하지 말자.
포기하는 것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실행만큼은 못 미칠 수 있지만 포기에도 그 나름의 용기가 포함되어 있다.
오믈렛을 만들다가 스크램블 에그가 되었다고 실패한 건가?
아니다. 오믈렛 40%, 스크램블 에그 60%로 스크램블 에그가 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우리 모두들 40%의 오믈렛만큼만 만들어도 충분하다. 매일 만들다 보면 51%의 오믈렛이 될지 누가 알겠는가.
그때까지 우리 서로 응원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