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약 경영학과 교수였다면

100가지 창의적인 비즈니스 시나리오 (12)

by 조은여울

학부 시절 수강했던 여러 경영학 과목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수업이 바로 블루오션 전략을 다루는 과목이었다. 특히 그 수업을 가르친 교수님이 블루오션 전략의 창시자인 김위찬 교수 밑에서 직접 연구했던 분이어서, 이 분야에 대한 이해와 설명이 깊고 생생했다. 그래서인지 블루오션 전략은 나에게 유난히 친숙한 경영학 기법처럼 느껴지고, 실제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려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하는 핵심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블루오션 시장', '블루오션 산업'이라는 표현은 경영학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도 익숙할 정도로 많이 쓰이며, 창업 초기 전략 방향을 잡는 데 큰 힌트를 준다.


미시적 관점에서 블루오션 전략은 기존 시장을 분석하고, 경쟁이 덜한 기회를 찾아내는 데 초점을 둔다. 즉, 경쟁을 피하기 위해서는 먼저 경쟁을 깊이 이해할 필요가 있다. 경쟁자 분석, 고객 불만 파악, 시장 구조 분석 등을 통해 현재 레드오션에서 무엇이 과포화되어 있고, 어디에 빈틈이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예를 들어, 대부분 브랜드가 비슷한 USP(Unique Selling Proposition)로 경쟁하는 시장에서 아직 충분히 충족되지 않은 고객 니즈—예를 들어 '편의성, 건강, 개인화' 같은 요소—는 곧 새로운 블루오션의 씨앗이 될 수 있다.


특히 이런 분석 과정은 지금까지 배워온 다양한 경영학 기법들과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경쟁자 분석은 포터의 5 Forces, SWOT 분석 등과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고객 니즈 파악은 STP, 고객 여정 분석과 맞닿아 있다. 즉, 블루오션 전략은 독립된 이론이 아니라, 우리가 익숙하게 사용해 온 분석 도구들을 토대로 '경쟁이 덜한 지점'을 찾아내는 실전 응용 전략인 셈이다.



▷레드오션인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블루오션 찾기


자, 여기서 조금 더 신박한 예시를 하나 제시해 보겠다. 개인적으로 예전부터 계속 떠올렸던 비즈니스 아이디어인데, 이 책을 통해 간략히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흔히 레드오션이라고 생각하기 쉬운 대표적인 분야가 바로 연예·엔터테인먼트 산업, 특히 아이돌 시장이다. 이 분야는 수많은 기획사, 수백 개의 그룹이 매년 데뷔하며 과포화된 경쟁 상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블루오션을 찾기 가장 어려운 영역처럼 보인다.


그런데 오히려 이런 시장에서도 블루오션을 창출할 수 있다고 본다. 내가 생각해 온 아이디어는 바로 '시니어 아이돌 그룹'이다. 현재 아이돌 시장의 메인 타겟은 10대, 20대 여성층인데, 이들은 구매력이 높지 않고, 시장 전체는 저출산으로 인해 타겟층 자체가 점점 줄어드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그래서 발상을 전환해 타겟을 아예 30대 이상 중장년층 여성(특히 40대, 50대 유부녀)으로 바꿔보는 것이다. 이 연령대는 상대적으로 구매력이 높고, 기존 아이돌 소비층보다 라이프스타일·취향 면에서도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새로운 가치 제안을 만들 여지가 크다.


구체적으로는 30대 이상의 남성들(유부남도 가능)로 구성된 시니어 아이돌 그룹을 만들고, 음악은 트로트나 성인가요 스타일로 설정한다. 이미 '미스터트롯', '미스트롯' 등을 통해 중장년층이 얼마나 강한 소비력과 팬덤 결집력을 발휘하는지 검증된 바 있다. 즉, 기존 아이돌 시장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10대, 20대층 대신, 대체로 경쟁이 적고 소비 여력이 높은 새로운 타겟층을 공략하는 것 자체가 블루오션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외형은 '아이돌'이라는 기존 카테고리를 유지하되, 나이, 장르, 타겟층을 완전히 재구성함으로써 기존 시장 안에서 새 위치를 창출하는 전략이다.


블루오션에 있어서 또 하나 중요한 개념은 '가치 혁신(Value Innovation)'이다. 기존 시장의 경쟁 요소를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진짜로 원하는 가치를 중심으로 제품이나 서비스 요소를 다시 설계하는 것이다. 필요 없는 요소는 과감히 줄이고, 기존에 없던 가치를 더함으로써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방식이다. 시니어 아이돌 그룹 아이디어는 기존 10대, 20대 아이돌 시장과 겹치지 않고, 새로운 연령대와 장르로 차별화된 가치를 제안하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카공족을 위한 카페


공부나 업무를 위해 카페를 찾는 사람들, 즉 '카공족'은 기존 시장에서도 흔히 볼 수 있지만, 이들을 위한 최적화된 공간은 많지 않았다. 원래 스터디카페는 카페 같은 편한 분위기 속에서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등장한 서비스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스터디카페는 점점 독서실처럼 조용하고 엄격한 규칙을 갖춘 공간으로 변질되었다. 소음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자리 배치나 이용 규칙도 제한적이 되면서 원래의 카공족 타겟층은 더 이상 편하게 공부할 수 없게 되었다.


이로 인해 카공족들은 자연스럽게 일반 카페로 이동하게 되었지만, 일반 카페에서는 장시간 이용 제한, 음료 부담, 콘센트 부족 등 여전히 불편한 점이 많았다. 게다가 카페에서 장시간 공부하거나 일하는 것이 주변 고객에게 민폐로 여겨지는 경우도 생겼다.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이 바로 카공족 특화 카페다. 기존 스터디카페의 규칙과 일반 카페의 한계를 모두 고려해, 적당한 소음 허용, 이용료만 내면 음료 무료 제공, 자유로운 공부환경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설계되었다. 좌석 배치, 조명, 콘센트 위치, 음악 소음 정도 등 모든 요소가 고객 경험 중심으로 재설계되면서, 기존 스터디카페와 일반 카페 어느 곳에서도 충족되지 않았던 '편리함과 효율성'을 제공한다. 결과적으로, 기존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했던 스터디카페와 카페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고객층과 수요를 창출하는 블루오션을 만들어낸 사례가 된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탄생한 카공족 카페도 또 시간이 지나면서 초기 목적과 달리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리거나, 규칙이 다시 엄격해지거나, 카페 환경이 혼잡해지면, 이 시장 역시 경쟁이 치열해지고 레드오션으로 변할 수 있다.


이때 또 다른 기회, 즉 새로운 블루오션이 등장할 수 있다. 기존 카공족 카페의 한계를 정확히 이해하고, 고객이 진짜로 원하는 가치를 중심으로 다시 공간, 서비스, 경험을 설계하면, 이전 블루오션과는 다른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 이렇게 블루오션 전략은 단발성 전략이 아니라, 기존 시장을 이해 → 새로운 가치 창출 → 시간이 지나면 다시 경쟁 과열 → 또 다른 가치 혁신이라는 순환 구조 속에서 계속 진화할 수 있는 전략이라는 점이 핵심이다.



결국 블루오션 전략의 핵심은 기존 경쟁에 묶이지 않고,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가치를 중심으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능력이다. 시니어 아이돌 그룹이나 카공족 카페처럼, 겉보기에는 포화된 시장에서도 창의적 발상과 고객 중심 설계를 통해 충분히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블루오션은 한 번 만들어진 후에도 시간이 지나면서 레드오션이 될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또 다른 블루오션을 찾아내는 순환적 사고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블루오션 전략은 단순히 경쟁을 피하는 방법이 아니라, 끊임없이 시장을 관찰하고, 고객의 숨은 니즈를 발견하며, 새로운 가치를 설계하는 지속적인 사고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전략을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다면, 누구나 기존 시장의 한계를 넘어서는 혁신적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내가 만약 경영학과 교수였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