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가지 창의적인 비즈니스 시나리오 (14)
블루오션 전략은 치열한 경쟁을 피하고,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단순하고 추상적인 개념만으로는 전략을 실현하기 어렵다. 블루오션 전략을 실제로 실행하려면 현황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어디서 차별화를 만들지 명확히 파악할 수 있는 도구가 필요하다. 바로 그 역할을 하는 것이 가치곡선(Value Curve)과 전략캔버스(Strategy Canvas)다.
가치곡선은 기업이 제공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핵심 가치 요소를 시작적으로 표현한 곡선이다. 산업 내 경쟁 요소를 기준으로, 자사와 경쟁사가 각 요소에서 어느 정도의 가치를 제공하는 지를 비교할 수 있다. 기존 산업의 표준이나 경쟁사의 전략을 단순히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가치곡선을 통해 고객이 실제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와 기업이 제공하는 수준의 격차를 확인할 수 있다.
전략캔버스는 이러한 가치곡선을 시각화한 도구로, X축에는 경쟁 요소를, Y축에는 제공 수준을 나타낸다. 이를 통해 기업은 자사와 경쟁사의 위치를 한눈에 비교할 수 있으며, 블루오션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차별화 포인트와 기회 영역을 확인할 수 있다. 전략캔버스는 단순한 비교를 넘어, 가치 혁신(Value Innovation)을 설계하는 출발점 역할을 한다. 즉, 어떤 요소를 제거하거나 줄이고, 어떤 요소를 높이거나 새롭게 창조할지 판단하는 ERRC 프레임워크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전 국민 드라마'를 목표로 한 새로운 전략캔버스 적용
과거에는 한 편의 드라마가 전 국민의 일상 대화 주제가 되던 시절이 있었다. 「아내의 유혹」, 「천국의 계단」, 「대장금」처럼 시청률 40~50%를 기록하며 세대와 성별을 가리지 않고 소비되는 '국민 드라마'가 존재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플랫폼의 분화, 시청 습관의 개인화, 장르의 세분화로 인해 이러한 드라마를 찾기 어려워졌다. 이제 드라마 시장 역시 치열한 레드오션에 진입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 국민이 아는 드라마를 만든다"는 목표는 단순히 좋은 스토리나 유명 배우를 기용하는 것만으로는 달성하기 어렵다. 오히려 드라마를 하나의 콘텐츠가 아닌, 가치 요소들의 조합으로 바라보고 전략적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 이때 블루오션 전략의 핵심 도구인 전략캔버스와 가치곡선을 드라마 산업에 적용할 수 있다.
드라마 산업의 경쟁 요소를 정리해 보면 생각보다 다양하다. 일반적으로는 스토리와 연출만을 떠올리지만, 전략캔버스 관점에서는 다음과 같은 요소들이 경쟁 축이 된다.
예를 들어 △로맨스 비중 △회귀·타임슬립과 같은 장르적 장치 △자극성(복수, 불륜, 배신) △캐릭터의 선악 구도 명확성 △현실 공감도 △전개 속도 △에피소드 당 클라이맥스 빈도 △가족 시청 가능성 △세대 확장성 △숏폼 클립으로의 전환 가능성 △스타 배우 의존도 △세계관 이해 난이도 등이 그것이다. 이 요소들은 드라마의 '완성도'가 아니라, 시청자가 체감하는 가치의 차이를 만들어낸다.
기존 드라마들의 가치곡선을 전략캔버스로 시각화해 보면, 각 작품은 서로 다른 장르와 시대를 대표하면서도 특정 경쟁 요소에 집중된 형태를 띤다는 공통점을 보인다. 예를 들어 「아내의 유혹」은 자극성과 빠른 전개에 높은 가치를 둔 반면, 「천국의 계단」은 감정선과 로맨스에 집중되어 세대 확장성에 한계를 보인다. 「대장금」은 로맨스 비중은 낮지만 성장 서사와 가족 시청 가능성을 고르게 확보한 비교적 균형 잡힌 가치곡선을 형성한다. 이처럼 기존 드라마들은 동일한 경쟁 요소 안에서 높이고 낮추는 방식으로 경쟁하며 레드오션을 형성해 왔다.
위 그래프는 「아내의 유혹」, 「천국의 계단」, 「대장금」의 가치곡선을 전략캔버스 형태로 임의로 시각화한 예시다. 실제 시청률이나 정량적 데이터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 각 드라마의 특징과 경쟁 요소를 참고하여 이해를 돕기 위해 작성된 임의적 그림임을 참고해야 한다. 이 그림은 각 드라마가 특정 경쟁 요소에서 강점과 약점을 어떻게 가지는지, 그리고 이를 전략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방식의 예시로 활용된다.
이 지점에서 ERRC 프레임워크는 전략캔버스를 단순한 비교 도구에서 실행 도구로 확장시킨다.
E (Eliminate, 제거)
삼각관계 중심의 반복적 로맨스
과도하게 복잡한 세계관 설명
→ 시청층을 제한하거나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 제거
R (Reduce, 축소)
로맨스 비중, 스타 배우 의존도
장기적인 감정선 끌기
→ 중심 서사에서 차지하는 비중 줄이고, 이야기 전체 구조와 메시지 강화
R (Raise, 강화)
회귀 장치를 '인생을 다시 선택할 수 있다면?'이라는 보편적 질문으로 재해석
권선징악 구조, 빠른 전개, 전 세대 공감 가능한 가족/생계 서사
→ 기존 드라마들이 충분히 활용하지 않은 가치 의도적으로 끌어올리기
C (Create, 창출)
회차별 명확한 클라이맥스, 숏폼 소비 가능 장면 설계
→기존 드라마에 없던 새로운 가치 창출
한편, 위 전략캔버스와 ERRC 분석은 모두 분석가의 주관적 판단이 반영될 수 있는 도구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어떤 요소를 제거·축소·강화·창출할지는 사람마다 평가 기준과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실제 곡선과 선택은 절대적인 수치가 아니라 상대적 비교와 인사이트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이번 사례에서는 이해를 돕기 위해 드라마 산업이라는 친숙한 영역을 예시로 활용했지만, 가치곡선과 전략캔버스, 그리고 ERRC 프레임워크는 본질적으로 콘텐츠 분석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비즈니스 전략을 설계하기 위한 분석 도구다. 실제 기업 환경에서는 제품, 서비스, 가격, 유통, 고객 경험 등 보다 구체적인 경쟁 요소들을 놓고 동일한 방식의 사고가 이루어진다.
중요한 것은 '정답에 가까운 곡선'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어떤 가치를 선택하고 어떤 경쟁을 포기할 것인가를 스스로 정의하는 과정이다. 드라마 사례는 그 사고방식을 보다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장치일 뿐이며, 이제 이 프레임워크를 각자의 비즈니스 상황에 대입해 생각해 볼 차례다. 가치곡선과 전략캔버스를 통해 자신이 속한 시장의 경쟁 구조를 다시 그려본다면, 레드오션을 벗어날 실마리는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을지도 모른다.